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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된 '대전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 전문가 토론회'.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된 '대전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 전문가 토론회'. ⓒ 오마이뉴스 장재완

"디자인의 품질에 있어서 대단히 충격적이다. 이렇게 퀄리티가 떨어지는 디자인은 처음 본다. 정말 이렇게 해 가지고는 대전을 대표하는 호수공원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가지고 공모에서 당선됐는가 심히 의심스럽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마련한 '대전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 전문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한남대 정순오(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후 위와 같은 말로 정리했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도안호수공원은 개발 목적 자체에서부터 논란이 되어왔다. 호수공원 조성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원면적을 줄이고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들어왔고,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갑천변에 생태호수공원을 다시 만들면서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도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시는 호수공원 조성을 강행하고 있고, 현재까지도 일부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전시는 29일 오전 호수공원 조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원신흥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몰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7월 공모에서 당선되어 현재 호수공원 설계를 책임지고 있는 (주)건화의 최은경 전무가 '도안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에 대해서 설명한 뒤, 8명의 전문가들이 조언을 하는 토론을 진행한 뒤, 방청객들과 함께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날 발표된 공원조성계획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성장환 박사는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석이 없다, 그러한 분석에 따라 이동 동선을 만들고 시설을 배치해야 하는데, 기초적인 자료조사부터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숙 대전보건대 환경보건과 교수는 "호수의 수질관리방안과 유지비용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걱정이 되고, 생태호수공원 옆에 배치한 경작지들에서 사용하는 농약이나 비료에 의한 오염원 관리방안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 조감도.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 조감도. ⓒ 대전시

최종희 배재대 원예조경학부 교수는 "설계자의 의도가 시설배치와 부합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월평공원 정상부에서 이 지역을 내려다 본다면 이 설계도와 같은 시설배치는 안할 것"이라며 "이 호수공원이 생태호수공원이 되려면 월평공원과 이 공원이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취지에 맞게 식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계획은 주변의 아파트의 식재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모든 시설물은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한마디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사업이 갖는 목적에 확장성이 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현구 서원조경설계사무소 소장은 "이 사업은 대전시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설물, 대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 지역의 호수공원과의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또한 생태공원이라면 생태계의 보전기능이 주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계획은 시설물이 너무 많고, 공간을 잘게 쪼개 놓아서 호수공원으로서의 브랜드기능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조성환 충남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모든 시설물들이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 그 시설물들은 대전의 랜드마크 기능을 하기 위해 좀 더 도전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생태건축적인 방법 등이 사용되어 선도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은 지금 우리처럼 조감도를 보는 게 아니라 평면적인 지점에서 공원을 만나게 된다"며 "좀 더 디테일하고 품위 있게 시설물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순오 교수는 "공원에 정체성이 부족하다"면서 "디자인의 품질에 대해서 대단히 충격적이다, 이렇게 퀄리티가 떨어지는 디자인은 처음 본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설계의 합리적인 근거나 설득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예를 들어 백로서식지를 배치하려면 백로의 생태를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 백로는 호수같이 깊은 곳에서 먹이를 구하지 않고 얕은 개울물에서 고기를 잡는다, 또 리기다소나무를 식재한다고 했는데 백로는 가지가 많은 나무에 둥지를 튼다"며 "그런 기초적인 조사나 지식도 준비가 안 되어 설계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천에는 홍수기가 있고 갈수기가 있다, 각각의 상황에 따른 수량확보방안과 호수관리방안이 필요하다, 보다 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공원 설계라는 것을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근거를 제시해야만 설득력 있는 설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된 '대전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 전문가 토론회'.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원신흥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된 '대전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조성계획 전문가 토론회'.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 같은 토론에 이어 방청객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도안동 주민 홍진원씨는 "호수공원 수량확보방안이 불명확하다,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고, 개발예정지 주민인 안명근씨는 "이 사업은 토지주들에게 강제로 땅을 빼앗아 건설업자들 배불리는 사업이다, 주민과 합의 없는 개발은 절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이 사업의 목적이 조망을 위한 것인지, 생태보호를 위한 것인지, 주민편의시설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백화점식의 시설물의 나열만 있을 뿐이다"라는 지적 등이 제기됐다.

이에 정범희 대전시 주택정책과장은 "여러 의견들을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검토하겠다"며 "다만 해당사업이 많은 논란 속에 추진되는 것인 만큼,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고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공원계획 평면도.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도안갑천지구 생태호수공원 공원계획 평면도.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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