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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둘러싼 정책 토론회가 지난 8월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이우현 의원과 공간정보산업협회를 비롯한 국내 공간정보업계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둘러싼 정책 토론회가 지난 8월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행사를 주최한 이우현 의원과 공간정보산업협회를 비롯한 국내 공간정보업계 관계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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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열풍이 그새 식어버린 탓일까?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시도가 또다시 좌절됐다. 지난 6월 5000대 1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신청한 지 5개월 만이다.

정부는 18일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8개 정부부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측량성과(지도정보) 국외 반출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구글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안보 카드 다시 꺼내 든 정부, 구글 지도 반출 불허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은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 여건에서 안보 위험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구글 위성영상에 대한 보안처리 등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글 쪽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지도 반출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안보'를 앞세웠다. 다만 구글이 입장을 바꿔 재신청하면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대신 구글 어스 등 구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위성 사진에 노출된 국내 안보 시설들을 가려달라고 요구해왔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들도 청와대, 국가정보원, 군사 시설 등을 지도와 위성사진에서 모두 가린 채 서비스하고 있다.

이날 지도반출협의체에는 국토교통부(국토지리정보원)를 비롯해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8개 정부부처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미래부, 산업부 등 경제 관련 부처는 규제 완화 기조와 대미 통상 갈등 문제를 들어 지도 반출에 유연한 반면, 국정원, 국방부 등은 안보를 앞세워 강하게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애초 지난 8월 24일 2차 회의에서 지도 반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부처 간 의견이 엇갈려 결정을 유보했다.

구글은 지금까지 지도 반출 문제로 자동차 길찾기를 비롯한 구글 지도 서비스가 제한되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뿐이라며 이용자 편익을 앞세우는 한편, 반출 지도 데이터에 보안시설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네이버 "국내 기업 역차별" vs. 구글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만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공간정보업계는 구글에만 별다른 제약 없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는 건 국내 기업 역차별이고, 자칫 국내 산업이 구글에 종속될 수 있다고 맞서왔다. 여기에 구글이 국내에서 매년 수조 원씩 수익을 거둬가면서도 정작 내는 세금은 거의 없다는 비판까지 등장했다.

네이버 등 국내 공간정보업계 "환영"... 구글 "유감"

이날 정부의 불허 결정에 국내 업계는 크게 환영했다.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지도 반출 반대에 앞장섰던 네이버는 이날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공간정보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지도를 기반으로 미래 산업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혁신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동안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모바일 지도는 외국인 이용을 제약하는 등 구글 지도 서비스에 미치지 못해 구글 지도 반출 신청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지도는 자율주행차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사업 연관성을 갖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영어 버전 서비스 등 지도 관련 사업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공간정보업계를 대변해온 김인현 공간정보통신 대표도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구글에 재신청 가능성을 열어둔 건 아쉽지만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한 건 환영할 만하다"고 반겼다.

김 대표는 "정부는 안보 문제를 내세웠지만 우리는 국내 산업 보호 측면에서 반대했다"면서 "이용자 편익은 구글에서 만든 논리일 뿐, 국내 업체들도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지도가 일단 국외로 나가게 되면 국내 공간정보산업이 구글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이날 "구글도 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구글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련 법규 내에서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신기술 발전 등에 관한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한국에서도 구글 지도 서비스의 모든 기능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안보 드립? 국내 이용자만 손해" vs. "구글 생떼, 법부터 바꿔야"

국내 이용자들 반응도 엇갈렸다. 안보나 세금 문제 등을 들어 지도 반출 불허 결정을 환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구글 지도를 활용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나 차량용 정보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국내에선 이용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IT 커뮤니티인 '클리앙'에선 이날 구글 지도 반출 불허 문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radio***'는 "전 세계에서 이미 위성지도로 청와대 앞마당부터 북한 핵시설까지 다 볼 수 있는 판국에, '보안상' 반출 불가는 명분이 약하다"면서 "그에 비해 한국 소비자들은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쿤***'도 "아, 진짜 짜증이네요. 다른 나라 사람들은 누리는 걸 한국에서만 못 누린다니"라면서 "뭔 말 같지도 않은 분단국가/안보 드립인지. 김정은은 이미 청와대 경호원 숫자까지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텐데"라고 꼬집었다.

반면 '웰***'은 "이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요구는 안 들어주면서 무작정 지도 반출해 달라고 하는 건데"라면서 "구글 지도 없다고 우리나라에서 지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숙이고 갈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맞섰다.

'준***'도 "과연 이미 해외에 다 공개된 정보이니 법과 상관없이 그냥 구글 말 들어주는 게 옳을까, 법을 고치는 게 먼저일까"라면서 "나도 역시 구글의 지도 반출이 현 여건에서 맞다고 보나 이 문제는 국회의원을 닦달해 관련 법을 수정하는 게 우선이지 구글의 생떼를 들어주는 게 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은 잠시 구글에 맞설 시간만 벌었을 뿐, 앞으로 국내 이용자들 눈높이에 맞는 지도 관련 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태그:#구글지도반출, #포켓몬고, #공간정보, #구글지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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