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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를 위한 부산시국집회 서면 태화 앞 3차선 도로까지 가득 메웠다.
 박근혜 하야를 위한 부산시국집회 서면 태화 앞 3차선 도로까지 가득 메웠다.
ⓒ 조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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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총궐기를 일주일 앞둔 11월 5일(토) 부산에서는 네 번의 집회와 두 번의 행진이 있었다.

16시 부산역에서는 '부산시민대회'가, 17시 서면 태화에서는 '부산지역 대학생시국대회'가 열렸다. 이어서 19시 30분 '시국집회'가 있었고 그냥 귀가하기 못내 아쉬웠던 사람들을 위해 21시 30분경 서면 태화에서 시작해 자정 즈음에 마친 일명 '뒤풀이 집회'가 있었다.

'달랐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총평이었다. '부산에서 뭔가 일내겠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참가자들의 기세나 지켜보는 부산 시민들의 호응이 확실히 다르긴 했다.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민심이 부산 한가운데서 폭발한 주말이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부산시민대회

부산역 백남기 선생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린 부산시민대회
 부산역 백남기 선생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린 부산시민대회
ⓒ 조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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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중연대 자주통일국장 이원규
▲ 사회 부산민중연대 자주통일국장 이원규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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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중연대 이원규 국장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부터 부산역에 시민분향소가 없었던 적이 없다. 세월호부터 백남기 어르신까지, 부산역을 분향소가 지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회는 두 명을 보내는 대회다. 한 분은, 보내기 싫지만 눈물과 결의로 보내 드려야 하는 백남기 어르신이다. 진정한 '어르신'이셨다. 육신은 보내 드리되 고귀한 넋은 보내지 않겠다"고 말한 뒤 "너무나 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박근혜다. 대통령이 된 것부터가 잘 못된 것이니 서둘러 보내자"고 말했다.

백남기 선생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민대회가 시작되었고 부산여성회 노래패 '용감한 언니들'의 추모 공연이 진행됐다.

용감한 언니들(민들레처럼, 민중의 노래)
▲ 추모공연 용감한 언니들(민들레처럼, 민중의 노래)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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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연 후 백남기 선생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쓴 편지 낭독과 백남기 실천단으로 활동한 대학생,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의 공동대표를 맡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하 본부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아래는 부산여성단체연합 정경숙 대표가 낭독한 편지 전문과 발언자들의 발언들을 간추린 것이다.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정경숙, 백남기 실천단 황선영,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 김재하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정경숙, 백남기 실천단 황선영,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 김재하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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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께

이제야, 아버지의 장례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 14일 아버지께서 경찰의 물 대포에 쓰러지신 날부터 지금까지 마음을 모아주시고, 우리 가족들의 손잡고 싸워주신 국민들 덕분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날부터 밤을 새워 곁을 지켜주던 수많은 시민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시신을 탈취하여 강제부검을 시도했던 이들로부터 아버지를 지켜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로는 저희들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라도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우리 가족들은 아직 제대로 된 싸움은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버지의 장례를 모시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국가 폭력의 책임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이들은 살인미수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이들입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국회에서 청문회까지 열었지만 강신명과 구은수는 뻔뻔하게도 가족들 앞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고 해서 반드시 사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을 모욕했습니다. 반성은 없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들을 처벌하고 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를 받아내는 것이 우리 가족들의 첫 번째 싸움입니다. 지난해 아버지께서 시위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쌀값 폭락을 비롯해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더 힘들어지는 농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세상에 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의 해결은커녕 더욱 심각해진 상황에서 농민들은 또다시 11월 12일 민중총궐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사료 값보다 싼 쌀농사를 계속 지어서 무엇하냐"는 농민들의 한숨도 들립니다. 이제는 더 떨어질 데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여러 차례 농민들이 쌀값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서울로 올라왔지만 정부의 대답은 아버지가 물 대포를 맞으셨던 그날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농민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기다리는 것이 백남기 '농민' 가족들의 두 번째 싸움입니다. 국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주시라는 부탁을 다시 드려야만 하겠습니다.

잘못한 이들은 그게 누구든지 그 죗값을 치르고 사죄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나라를 떠받치는 근간인 농업이 합당한 국가적 지원과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량은 곧 주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면 우리는 모두 주권을 잃은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박근혜 정권만 모르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 가족들은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죄인들이 처벌받고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아버지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하늘에서라도 보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우리 가족들을 큰절을 올리며 우리 모두 '사람의 길'에서 함께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생명 평화 일꾼 백남기 농민 장녀 백도라지 올림

"국회에 가서 '박근혜를 탄핵시키라' 외치고 온, 서면에서 매일 저녁 사회를 보고 있는 대학생이다. 사람 답게 살고 싶어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백남기 어르신께 직사로 쏘아진 물대포는 작년 민중총궐기 참가자 10만에 대한 가만히 있으라는 폭력이었다. 백남기 어르신께 발부된 영장은 국민을 사람으로도 인식하지 않는 국가폭력이었다. 그럼에도 백남기 어르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외쳤기 때문이다.

백남기 어르신을 지킬 때처럼, 박근혜가 하야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싸울 거라는 그 집념으로 박근혜가 하야하는 승리를 꼭 보고야 말겠다." (백남기 실천단 황선영)

"민중들은 박근혜 하야와 새누리 해체를 외치는데 거국내각을 꾸리자고 한다. 망국내각이다. 이런 대통령 단 하루도 그 자리에 있게 해선 안 된다. 지금 부산역엔 백남기 어르신의 분향소가 있다. 그 전에는 세월호 분향소가 있었다. 박근혜 정권 4년간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남은 1년 4개월 그냥 두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와 한 몸이다. 부정선거와 간첩사건 조작한 국정원도 한 몸이다. 정치검찰과 폭력경찰도 마찬가지다. 썩어빠진 수구보수 언론도 다 쓸어 버려야 한다. 

세월호와 사드, 고리원전과 생화학무기 실험실도 결국 박근혜와 잇닿아 있다. 박근혜 몰아내지 않고 노동개악 저지할 수 있나? 박근혜는 한상균 위원장을 가둔 정권의 수장이다.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노동자가 앞장서서 박근혜 몰아내야 한다. 

이 대회가 끝나면 시민분향소는 철거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백남기 어르신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일년 내내 정권 퇴진을 위해 달려온 우리가 백남기다. 오늘 발족한 <'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단결하자. 주어진 역할, 두려움 없이 수행하겠다." (박근혜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 김재하)

대학생 김준태(열사가 전사에게)
▲ 추모공연 대학생 김준태(열사가 전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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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출범 선언이 있었다. 운동본부는 92개의 지역 단체로 구성되었다. 각기 다른 요구와 성향을 가진 단체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모여 연대체를 결성한 것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무대에 오른 공동대표단은 출범선언문을 낭독했다. 낭독은 참여연대 김종민 대표와 방영식 목사가 맡았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 대표단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 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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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회를 마친 3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시국집회 참가를 위해 서면 태화로 행진하고 있다
 시민대회를 마친 3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시국집회 참가를 위해 서면 태화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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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서 서면까지 8km를 걸으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대회 참가자들
 부산역에서 서면까지 8km를 걸으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대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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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집회 장소인 서면 태화에 도착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태화 옆 도로를 채우고도 넘쳐, 중앙도로에 까지 나와 시민대회 행진단을 맞아주는 참가자들 때문이었다. 서면에서 시국대회를 마친 대학생들과 같은 자리에서 청소년 시국선언을 진행한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민주 부산시민들이 우레 같은 환호로 행진단을 반겨 주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구호와 박수, 환호로 시민대회 행진단을 맞아주는 부산 시민들
 "박근혜는 하야하라" 구호와 박수, 환호로 시민대회 행진단을 맞아주는 부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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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집회 참석을 위해 주말 저녁을 반납한 5천여 명의 부산 시민들
 시국집회 참석을 위해 주말 저녁을 반납한 5천여 명의 부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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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로 뿐 아니라 인근 인도까지 들어 찬 시국집회 참가자들
 중앙도로 뿐 아니라 인근 인도까지 들어 찬 시국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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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한 인파로 인해 원래 시국집회를 진행하던 장소로 방송차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단체가 주축이었던 부산역 시민대회와 달리 서면 시국집회는 청소년, 대학생, 청년들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부산시민 함께해요!"라고 외치는 구호가 도심의 빌딩 사이를 가득 메웠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시국집회는 갈수록 참석자가 늘었다. 발언신청이 쇄도했으며 결국 주최 측이 발언신청을 중지시키는 상황까지 왔다. 엄청난 취재진까지 더해져 몸을 돌려 사진 찍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 본부장 장양덕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 본부장 장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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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히 둘러 앉아 발언을 경청하는 시국집회 참가자들
 빼곡히 둘러 앉아 발언을 경청하는 시국집회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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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송을 부르며 중앙대로로 나선 참가자들
 하야송을 부르며 중앙대로로 나선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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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이 계속 될 수록 참가자 수는 더 늘어났다.
 행진이 계속 될 수록 참가자 수는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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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단을 본 버스 안 여성이 '박근혜 하야' 피켓을 들어 보이며 동조의 뜻을 표하고 있다.
 행진단을 본 버스 안 여성이 '박근혜 하야' 피켓을 들어 보이며 동조의 뜻을 표하고 있다.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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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장 앞 도로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 태화 앞에서 시작한 행진은 서면로터리-NC백화점-복개로-천우장까지 3km 구간을 돌며 저녁 9시 30분까지 계속됐다.
 천우장 앞 도로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 태화 앞에서 시작한 행진은 서면로터리-NC백화점-복개로-천우장까지 3km 구간을 돌며 저녁 9시 30분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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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장 앞 도로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
 천우장 앞 도로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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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어김없이 부산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물론 "박근혜 그 불쌍한게 뭘 그리 잘 못했다고 이러냐. 시킨대로 한 죄밖에 더 있냐!"며 행진단을 향해 역정을 내시는 분도 있긴 했다. #지지자가_안티
 이 날도 어김없이 부산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물론 "박근혜 그 불쌍한게 뭘 그리 잘 못했다고 이러냐. 시킨대로 한 죄밖에 더 있냐!"며 행진단을 향해 역정을 내시는 분도 있긴 했다. #지지자가_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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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집회를 마치고 뒤풀이 집회가 시작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다시 서면 태화 옆 사거리에 음향시설을 설치해야 했다. 저녁 9시 40분부터 시작한 뒤풀이 집회는 시국집회 때 못 다한 자유발언과 노래 공연 등으로 진행됐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마쳤다.

뒤풀이 집회 개최 소식에 환호하는 참가자들
 뒤풀이 집회 개최 소식에 환호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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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음식을 나누며 발언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형식없이 진행한 뒤풀이 집회는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정 즈음 끝났다. #뒤풀이는_1차만
 서로 음식을 나누며 발언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형식없이 진행한 뒤풀이 집회는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정 즈음 끝났다. #뒤풀이는_1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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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_하야, #부산, #민중총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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