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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빈 공자'(空) 공약이라지만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하고,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근데 이건 뭐 더 떨어지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완전 헛공약이다."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니까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가을에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지난 봄에 모내기를 하고 지난 여름 동안 가꿔 왔는데, 오르지 않으니 허탈하다."

그래도 벼 수확에 여념이 없는 농민들이 한 말이다. 하원오(창원), 윤동영(거창)씨는 계속되는 쌀값 하락에 박근혜정부를 원망했다.

올해 쌀값은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지쌀값은 80kg 기준에 12만 9628원이다. 이는 20년 전인 1996년 13만 3603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쌀값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해 쌀값은 80kg 기준에 16만원선이었는데, 농민들은 23만원을 요구했다.

그때 박 대통령은 "쌀값 안정을 위해 21만원까지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내용의 펼침막이 농촌지역에 내걸리기도 했다.

현재 쌀 재고는 175만톤 정도다. 그 중에 수입쌀은 46만톤 정도로, 재고미 전체 물량의 26%를 차지한다.

농민들은 쌀값 폭락의 원인이 수입쌀 때문이라 보고 있다. 정부는 '쌀 의무 수입 물량'으로 매년 40만톤 가량 수입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는 한 해 경남 전체 쌀 생산량과 비슷하다.

 요즘 농촌 지역은 벼 수확이 한창이다. 하지만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은 시름에 잠겨 있다.
 요즘 농촌 지역은 벼 수확이 한창이다. 하지만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은 시름에 잠겨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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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동읍 일대에서 벼 9000여평을 경작하고 있는 하원오(60)씨는 "공공비축미와 지역농협(RPC) 수매가가 약간 차이가 있지만, 쌀값은 계속 폭락하고 있다"며 "올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수준에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특히 농촌에는 박 대통령이 내걸었던 쌀값 관련 공약을 담은 펼침막이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며 "지금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 아무리 '빈 공약'이라지만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할 거 아니냐. 그런데 쌀값은 더 내려 갔으니 한탄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농민 이성희(49)씨는 "벼가 익어서 수확을 하기는 하는데, 절망이다"며 "쌀이 남아도는데 수입은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 수입 쌀이 계속 들어오니 쌀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쌀 소비 촉진을 하더라도 남아돌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거창에서 벼농사 4만평을 하고 있는 윤동영씨는 "박근혜정부는 쌀값 현실화를 하겠다고 해놓고는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변동직불금을 주기는 하지만 낮고, 그 돈도 다 따지고 보면 국민 세금이다"며 "정부가 공약을 지켜 쌀값이 적정 가격으로 형성되면 세금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농민들도 제값 받으니까 좋을 것"이라 말했다.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북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쌀을 북한에 보내 수급 조절했던 적이 있다"며 "지금은 남북 관계가 단절되어 있어, 이래저래 농민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11월 1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쌀값이 200년 전으로 폭락했다"며 "벼랑 끝에서 힘겹게 농사짓는 농민들의 분노를 담아 나락 적재 투쟁과 투쟁선포"를 한다고 밝혔다.


#쌀#수입쌀#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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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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