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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는 추석 상에서는 빠질 수 없는 메뉴다. 특히 내년 대선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 떨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차려질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 제3지대 정치세력까지, 차기 대선 주자들의 현재와 미래를 기사로 지어 밥상 위에 올려 놓는다. [편집자말]
지난 총선에서 가장 승리자를 꼽으라면 국민의당이라고 할 수 있다. 창당 후 불과 두 달만에 치른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고, 특히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야권의 분열은 필패'라는 공식을 깨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를 이끌어 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제3당'이 된 것이다.

이것은 곧 '안철수의 승리'였다. 안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독자노선을 갈 때만해도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승부수는 통했다. 더민주를 탈당한 호남 세력과 적극 손잡고 후보 단일화 압박을 견뎌내며 성과를 만들었다. 당과 함께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상승하며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다시 확보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선이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 전 대표와 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호남에서도 더민주에 뒤처지고 있다. 전당대회를 마친 더민주는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만 독주하는 상태다.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라는 소용돌이도 남아 있다.

어쩌면 '경쟁'과 '흥행'을 걱정해야 할 곳은 더민주가 아니라 국민의당이다. '무난하게 되면 무난하게 진다'는 말은 문재인 전 대표 뿐 아니라 안 전 대표에게도 해당한다. 현재 국민의당에서 안 전 대표와 경쟁할 한 인사로는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꼽힌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의 '제3지대'와 결합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미 정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앞줄 가운데)가 11일 오전 '제주걷기, 안철수와 함께' 행사가 열린 제주 돌문화공원 숲길을 참가자들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6.9.11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앞줄 가운데)가 11일 오전 '제주걷기, 안철수와 함께' 행사가 열린 제주 돌문화공원 숲길을 참가자들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6.9.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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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이 한 마디 : "양극단과 단일화 없다"

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을 상징하는 '새정치'라는 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총선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자신의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과 비례대표로 직접 영입한 김수민 의원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 사건에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대표에 취임한 지 불과 5개월만이었다.

그러나 대표 사퇴는 안 전 대표 대선 가도에 악재로만 볼 수 없다. 당대표에 부여되는 각종 현안과 당내 갈등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롭게 됐다. 일정에도 상당한 여유가 생겼다. 보다 대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 역시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는 등 반전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던 '강연 정치'로 시동을 걸고 있다. 대표 사퇴 후 잠시 숨을 고른 안 전 대표는 지난 7월부터 시작해 전국에서 7차례 강연에 나섰다. 주로 경제와 IT 등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 또 '안철수의 미래혁명'이라는 제목의 개인 라이브 방송을 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안 전 대표는 부산, 전남, 광주, 제주를 차례대로 방문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일찌감치 전국을 돌며 지지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지역 방문일정에서 새누리당 내에 '친박'과 더민주 내에 '친문'을 겨냥해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대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안 전 대표의 왕성한 활동은 거꾸로 '독주'라는 우려를 낳는다. 이미 당내에서는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철수 경쟁상대 찾기'가 진행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영입제안을 했다. '안철수당'이라는 이미지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당 일각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제외한 모든 세력이 제3지대에 모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와 거리를 두고 있는 손학규 전 고문을 비롯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 새누리당에서 벗어난 독자세력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유력주자를 영입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 전 대표에 '견제'와 '경쟁'이 목적이다.

안 전 대표 역시 이러한 지점에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손 전 고문을 두 차례나 만났고, 정운찬 전 총리와 만나서도 함께 힘을 합칠 것을 제안했다. 본선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치열하게 경선을 치를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자신에게 과도하게 기울어진 추에 균형을 맞추고 또 그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안 전 대표의 남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천정배·정동영] 재기 노리는 두 잠룡, 믿을 건 호남뿐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7월 25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위원장 임명식 및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7월 25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위원장 임명식 및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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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의 이 한 마디 : "호남주도로 정권교체 이뤄야 한다"
정동영의 이 한 마디 : "남북 간의 신뢰로 평화체제 구축해야"

안 전 대표의 독주 속에 먼저 눈길이 가는 건 당내 다른 유력 인사들이다.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현재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 대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다양하고 오랜 정치경력과 탄탄한 호남 지지 기반을 자랑하지만 반대로 '오래된 지역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와 함께 당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지역 활동에 집중해왔다. 호남 지역에서 여러 차례 특강과 간담회를 통해 활동량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중이다. 특히 8월 들어 전북과 전남을 오가는 일정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지지모임을 기반으로 한 '자구구국 (自救救國) 포럼'을 결성했다.

자구구국은 천 전 대표가 즐겨 쓰는 말로 '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한다'는 의미다. 지난 8월 결성된 이 포럼은 천 전 대표 대선 가도에서 싱크탱크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포럼에는 박주현, 장정숙 의원을 비롯해 부좌현 전 의원, 이행자 당 부대변인 등이 참여했고, 천 전 대표가 창당을 추진했던 국민회의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천 전 대표는 이 포럼 주최로 여러 차례 강연을 하면서 "호남주도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호남 방문 일정 중에는 "내 목표는 호남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지켜주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많은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방법을 찾고, 특히 정의롭고 정치의식이 높은 광주를 비롯한 호남민들과 넓고 깊은 소통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7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정동영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7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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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은 정책과 민생 행보에 몰두하며 사실상 잠행 중이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냈던 정 의원은 최근 사드 배치 논란 등에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다른 정치적 현안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노동자들의 체불임금과 주택 보급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들을 내놓는 등 '노동'과 '민생'에서 자신을 대표 할 수 있는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강점으로 꼽히는 '통일외교'쪽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싱크탱크인 '대륙으로 가는 길' 회원들과 연례행사로 진행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행의 일환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개성공단 폐쇄, 북핵실험 등으로 최악의 남북관계를 맞은 상황에서 '북방활로'를 통해 자신만의 통일 해법을 찾겠다는 구상이었다.

정 전 의원은 러시아로 떠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유라시아대륙은 우리 민족이 살아온 길이며, 다시 걸어야 할 길이다. 경제를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찾아야 한다"라며 "'이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라고 김대중 대통령이 선언한 것처럼 남북 간 신뢰를 발판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끊어진 경의선을 이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3지대] 이재오와 정의화의 '개헌의 꿈'은 이뤄질까?

새누리당 이재오 전 의원(앞)이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전 의원(앞)이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늘푸른한국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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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의 이 한 마디 :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으로 나라 이끌기 어려워."
이재오의 이 한 마디 : "개헌 통해 정치판 새로 짜야."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을 대선주자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늘푸른한국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이 전 의원은 스스로 대선 출마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통해 정치세력화에 나선 정 전 의장은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직접 대선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이들은 개헌이라는 의제로 기존 양당구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장과 이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도 개헌 의지가 가장 강한 인물로 통한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정치의 근본적 변화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대선을 개헌을 위한 대선으로 상정하고 그 절차와 과정에 대해 거의 유사한 구상을 내놓았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시사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이제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으로 국가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차기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취임 후 1년 안에 개헌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다음 대통령은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2020년 5월까지 2년 3개월만 임기를 수행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대선을 같이 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 역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개헌을 통한 정치의 새 판을 짜야한다"라며 "다음에 뽑히는 대통령 임기는 2년만 하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개정된 헌법에 의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우리 당의 공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차기 정권은 개헌을 위한 '원포인트 정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사람은 개헌 외에도 '제3지대'라는 명명에서 드러난 것처럼 주류에서 밀려난 비주류의 결집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새누리당이 사실상 '친박'에게 장악된 상황에서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특정인물 중심의 세력에서 벗어나 가치 중심의 세력을 만들겠다는 뜻이지만, 그 역시 인물 없이는 어렵다는 모순에 빠진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시도는 마찬가지 이유로 더민주에서 멀어진 이들을 자극한다. 결국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안철수 전 대표 등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세력이 개헌을 매개로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 내년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이름도 거론된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손 전 상임고문을 만나 "새로운 정치질서를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구조를 개혁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김무성 전 대표는 우리 당과 개헌에 생각이 같지만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올 혁명적 용기가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안철수, #천정배, #정동영, #이재오, #정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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