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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판결을 사법적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1년 6개월 동안 내 발을 묶어놓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법부의 결정을 '정치적 음모'라고 몰아붙였다.(관련기사 : 홍준표 '성완종 1억' 불법자금 유죄, 징역 1년 6월) 무엇보다 그는 "성완종씨가 반기문 마니아·지지자였고 그래서 내가 대선 얘기를 안 했으면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즉,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신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네지 않았으면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자신을 음해했고 여기에 사법부도 무리한 판결을 통해 동조했다는 취지였다.

"성완종이 친박 아니고 청와대 부담 없는 날 찍어 불구속 처리 받으려 했다"

그는 8일 오후 여의도 경남도청 서울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이것을 순수 사법 재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재판부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를 붙여서 판결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사건도 대권 때문에 생긴 것 아니냐"면서 "성완종 리스트가 터질 그 무렵, 내가 대통령 경선 (참여) 얘기를 했다, 그 얘기가 없었다면 아마 성완종 리스트에 내 이름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 자청한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있다. ⓒ 남소연
또 "성완종이 반기문 마니아·지지자였고 그래서 내가 대선 얘기를 안 했으면 내 이름이 끼어들 이유가 없었다"면서 "(리스트에 이름 오른 사람들) 한번 봐라, 전부 친박(친박근혜) 아닌가, 거기에 왜 내가 끼어드나"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성완종씨가 2012년 대선 때 '충청포럼' 회장이었다, 돈은 자기들끼리 다 써놓고 왜 엉뚱한 나를 끌고 들어가나"라며 "그래서 내가 판결 후 '저승 가거든 성완종씨 만나면 물어봐야 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했던 성 전 회장이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자신을 무고하게 음해했고, 이를 여권 일각에서 활용해 자신에게 유죄까지 선고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홍 지사는 이에 대해 "내가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법정에 나온 경남기업 전무의 증언"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그 전무가 (성 전 회장에게) 물어보니, 성완종이 '홍준표는 친박도 아니고 청와대에도 부담이 없으니 홍준표 (검찰에) 찍어주고 (자원 비리 사건은) 불구속 처리하자'고 했단다"라며 "그렇게 협상했는데 자기 변호사가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에 이것은 아무 소용 없다'고 했단다, 그 소리를 듣고 절망에 빠져서 (성 전 회장이) 자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얘기를 다 제쳐두고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것을 재판부에서 1년 6개월을 선고한 전례가 있는지 한 번 찾아보라"면서 "1년 6개월 동안 날 묶어둘 필요가 있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항소심에 가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 전 회장에게서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지난 1월 1심 재판 당시 검찰로부터 홍 지사처럼 징역 2년을 구형 받았지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홍 지사는 "1년 6개월 동안 발을 묶어두려고 하는 사람들은 반기문 지지자와 관련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할 얘기는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종합하자면 반기문 총장을 대선후보로 옹립하기 위해 음해한 것이라는 얘기냐"는 질문에도 "나는 그렇게 얘기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돈을 자기들끼리 써놓고 엉뚱한 나를 끌고 들어갔다고 했는데, 그 돈을 쓴 사람들은 누구냐"는 질문에는 "이 사건 기소당하고 난 뒤에 내 나름대로 조사한 것도 있다"면서도 "그는 때가 되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공직생활 중 겪은 일 비하면 사소한 사건, 정치 일정은 재조정한다"
1년 6개월 실형 선고, 기자간담회 연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한편, 홍 지사는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재판부의 설명은 궁색했다, 변호인이 새로 (무죄) 증거로 제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마치 결론을 내놓고 거기에 억지로 짜맞춘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 "성완종이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을 사랑하니까 홍준표한테 돈을 줬다'고 했는데 그건 아무 뜻도 없는 얘기"라며 "내 후원자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고 공천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한테 돈을 주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완종이 부처님전에 돈을 바친 것도 아니고 하느님전에 돈을 준 것도 아니고 왜 나한테 주나"라며 "검찰이 기소할 땐 공천 때문에 돈을 줬다고 하더니 판결에서는 그런 이유조차 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사형선고를 받고도 수천 억의 비자금 의혹을 받고도 극복한 분도 있다, 하물며 나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에 연루됐는데 나는 이것을 사소한 사건이라고 본다"고도 말했다.

이 사건을 '사소하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공직생활 34년 동안 겪은 수많은 어려움에 비하면 사소한 사건이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홍 지사는 "항소심 재판에 맞춰서 정치 일정은 재조정할 것"이라며 자신의 대권 행보에 대한 고민을 일부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치일정 재조정 얘기는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말한 건가"라는 질문을 받고서는 "대선 얘기는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뒷짐진 홍준표 정차지금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남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남소연
태그:#홍준표, #성완종리스트, #반기문,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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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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