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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치유재단)'에 10억엔(한화 108억원)을 전달했다. 같은 날,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과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에서 법적 배상하고 사죄할 때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임기 채우고 물러나라.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라고 호소했다.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이사장 신현수)가 주최한 46회 인천마당이 같은 날 열렸다. 강사는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성 작가다. 서울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석하고 왔다.

부평아트센터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46회 인천마당의 강의 제목은 '빈 의자에 새긴 약속-평화의 소녀상 작가노트'다. 김 작가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에 있는 소녀상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외국에도 소녀상을 건립했다. 소녀상을 제작한 배경, 철거를 주장하는 일본인들, 한·일 정부의 입장 등을 김 작가로부터 들었다. 아래는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불가역적'이란 역사를 보지 않겠다는 것

 김운성 조각가
김운성 조각가 ⓒ 김영숙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했다'고 선언했다. 불가역적(不可逆的)이라는 단어가 무슨 말인가? 역사를 기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가해국인데 피해국으로 얘기한다. 일본에 몇 번 갔는데 자기네가 피해국가라고 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깨끗하게 지우고 있다.

그 과정이 다방면에서 일어난다. 상대국가에 개입해 요구하기도 한다. 미국 디트로이트 오클랜드 주립대학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했다. 대학 총장하고 한인동포사회와 약속됐다. 그러나 그 사실을 발표하기 며칠 전 일본 영사 부부와 총장 부부가 만찬을 한 뒤 그 약속이 사라졌다. 일본 정부는 외교성 등을 총동원해 소녀상 건립을 막는데, 우리 정부는 '외교적인 문제'라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일본과 입장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공공장소에 동상을 세울 때 공청회를 연다. 소녀상을 세우는 문제로 공청회를 했을 때 재미일본인이 100여 명 왔고, 한국 동포도 20여 명 왔다. 디자인을 심사하는 공청회였는데, 일본인 80여 명이 발언권을 얻어 '한국인 위안부들은 돈 벌러 왔다. 그들이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이걸 세우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 얘기를 다 듣고 난 미국 책임자가 "당신들이 사과하지 않는 이런 모습 때문에, 기억하기 위해 소녀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소송을 낸 일본계 미국단체는 1, 2심에서 패소한 뒤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일본인들은 계속 문제를 일으켜 다른 곳에 세우는 걸 막으려한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역사를 지워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소녀상 철거는 역사 지우기

2011년 12월 14일,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000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그걸 기념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소녀상이 아니라 비석에 디자인을 하려고 했다. 비석에 20년의 싸움을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본 정부가 비석을 세우지 말라고 압박했다. 남의 나라 일에 간섭하는 것에 화가 나 조각으로 무언가를 형상하기로 마음먹었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로하자는 마음으로 소녀상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일본을 꾸짖거나 응징하며 사죄를 받아내려는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역동적이고 과격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같이 작업한 부인(=김서경)이 남성적 시각이라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감동을 나누기 위해 작은 소녀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1000차 수요집회에 맞춰 소녀상 제막식을 했는데 우리나라 기자는 없고 일본 기자들만 와서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일본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비석에서 소녀상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일본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부의 합의도 일본의 압박 때문이다. 화해·치유기금을 받으면 소녀상을 치워야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그런 빌미를 줬고, 그 합의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였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이 지금도 노숙하면서 지키고 있다. 오늘도 수요집회에 참석하고 왔는데 일본대사관 앞을 지나가는 남녀노소 시민들이 들른다.

소녀상 철거는 역사 지우기다. 세계적으로 피해국가의 작은 조각상에 관여하는 유래가 없다. 또 그걸 합의해 준 우리나라 같은 곳도 없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우리가 소녀상으로 자신들을 가해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내가 강의하면,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된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일본의 언론 자유지수는 우리보다 더 낮은 72위다. 보수 정권은 언론미디어를 장악해 하나의 정보만 국민들에게 주입한다.

일본 헌법 제9조를 얘기 안 할 수 없다. 일본은 보통국가가 되고 싶어 한다. 헌법 9조에는 '전쟁 포기'가 명시돼 평화헌법이라고도 불리는데, 그걸 없애서 보통국가처럼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되려는 거다. 그들이 전쟁을 하면 우리가 타격을 받고 역사는 되풀이된다.

전쟁도 장사다. 한 나라를 지배하면 그 나라의 모든 게 승전국의 것이 된다. 강제징용도 할 수 있고 어린 여성이 필요하면 가져다가 쓸 수 있다. 그 추악한 범죄가 일본군 성노예다.

아베 총리의 지지도가 아주 높다. 일본 사회는 공동체사회다. 큰 재난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재난 발생 시 리더의 지시에 따라 대응하는 교육이 잘 됐다. 공동체가 전체주의로 변했다. 아베가 결정하면 일단 다 따른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찬성해도 잘못됐다면 반대하고 잘못된 걸 지적한다. 일본한테 배울 것은 재난안전시스템인데 그건 못 배웠다.

일본에 강연을 가면 '헤이트 스피치(증오언설)'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막아서는 일본인도 있다. 그들은 평화운동의 마지막 세대인 70~80대 노인이다. 우리는 젊은 세대가 움직인다. 일본 대사관 앞에는 남녀노소가 소녀상을 지키고 행동에 참여하지 못하면 기부를 한다. 우리는 아직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김운성 조각가#소녀상#인천사람과문화#인천마당#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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