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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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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강사로 나서 '정리정돈의 원칙'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직원들은 이제 단순한 정리가 아닌 '버리는 법'을 실천하고 오래된 명함과 이메일까지도 정리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교육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길 기대한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로부터 3일 후, 하필이면 '멘티-멘토 프로그램'의 내 파트너인 신입의 자리. 책상 위의 모니터를 딱 보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혹시 바탕화면에 테러를 일으키는 신종바이러스라도 걸린 줄 알았다. 신입의 모니터는 아이콘들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야말로 '바탕화면 테러'였다.

어림잡아 바탕화면에 깔린 아이콘만 200여 개. 어디 그뿐인가. '바탕화면 포스트잇'이라 불리는 메모도 수십 개다. 파일을 종류별로 분류해 정리한 '폴더'의 흔적은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내 컴퓨터'와 '휴지통'은 또 어디에 박힌 건가. 아이콘으로 바탕화면을 가득 채운 '폴더가 싫은 남자', 이 신입의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아니, 바탕화면 아이콘은 보통 작업을 하다 미진한 것이 있을 때 임시로 저장해놓는 몇 개가 일반적인데…. 이렇게 어지럽게 해놓고 일이나 되나?"
"저는 하나도 안 어지러운데요. 평소 습관이 돼 오히려 편해요."


"보는 사람들이 불편한 건 어찌할 건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그런데, 이 많은 아이콘 중에 원하는 파일은 과연 어떻게 찾아?"
"뭐, 그거야…. 파일탐색기로 금방 찾아요!"


"아니, 어차피 파일 찾기 프로그램으로 찾을 거라면, 차라리 폴더별로 정리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어?"
"속도가 좀 느려진 것 말고는 딱히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기회를 주겠네. 무조건 정리하라는 뜻은 아니고, 일단 다른 직원의 바탕화면과 비교해보고 조금이라도 개선된 모습을 보고 싶어."

집 유리창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짜증이 나는데, 온종일 들여다보는 업무의 유리창인 바탕화면이 이 지경이라면 오죽할까. 정말 어지러운 저 바탕화면, 본인은 뿌듯할진 몰라도 보는 사람은 정말이지 포맷이라도 해주고 싶다.

신입의 바탕화면이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속도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돈될 수 있을까. 몰라보게 가벼워진 삶과 업무 공간이 우리 신입에게 선물처럼 찾아올 그날을 기대하고 응원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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