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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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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은 김앤장 앞에서 막혔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피해자를 대신해 질의했지만, 레킷벤키저 코리아(옛 옥시)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말할 수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피해자들이 야유를 보내고 탄식을 쏟았지만, 그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피해구제·재발방지 대책마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김앤장이 레킷벤키저 코리아를 둘러싼 소송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는 데 관여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앤장 변호사, 끝내 입을 열지 않다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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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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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은 법정에 가습기 살균제에 문제가 없다는 조명행(서울대)·유일재(호서대) 교수의 실험 결과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험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조 교수 실험의 경우, 김앤장 소속 변호사·변리사가 실험에 관여하고, 최종 발표회에도 참여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옥시-김앤장-서울대 교수, 그들의 부적절한 거래).

2011~2012년 당시 조명행 교수 연구팀 소속으로 김앤장 소속 변리사와 실험을 논의한 권정택씨는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과의 질문·답변에서 "김앤장에서 요구한 실험이 일반적인 조건이 아니라서, 실험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태옥 의원이 이어 김앤장의 레킷벤키저 코리아 변론팀장 장지수 변호사에게 "(김앤장 변리사가) 상식적이지 않은 걸 요구했다"라고 지적하자, "변론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지수 변호사에게 "레킷벤키저 코리아에 유리한 증거가 있는 보고서만 법정에 제출했느냐"라고 물었지만, "변론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 변호사가 같은 이유로 여러 차례 증언을 거부하자,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한 피해자는 "인정하세요"라고 외쳤다.

우원식 가습기 살균제 사고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가 묻고 있는 것은 김앤장의 증거 조작 여부다, 이는 재판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계속 증언을 거부할 경우 국회 모독죄로 고발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장지수 변호사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변론 준비과정에서의 비밀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 제 의무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비밀 유지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라며 답변을 끝까지 거부했다.

그때 실험을 하고 걸러냈더라면...

증인으로 출석한 옥시 코리아 아타 샤프달 현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옥시 살균제 제품 사이로 보이고 있다.
 증인으로 출석한 옥시 코리아 아타 샤프달 현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옥시 살균제 제품 사이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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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 샤프달 래킷벤키저 코리아 대표는 이날 여러 차례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각종 질문에 "잘 알지 못한다"라고 답해 비판을 받았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레킷벤키저 코리아 직원의 집에서 진행된 유일재 호서대 교수의 실험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라고 지적하자, 샤프란 대표는 "잘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우원식 위원장은 "레킷밴키저 코리아를 대표해서 나온 것이다.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답하면 안 된다, 앞으로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청문회에서는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004년 레킷벤키저 글로벌의 호주연구소는 가습기 살균제의 제품안전보건자료(PSDS)를 승인했다. PSDS의 유해성 항목에 "증기·분무 시에 호흡기관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패해 어린이 임성준군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모님을 따라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패해 어린이 임성준군이 참고인으로 출석한 부모님을 따라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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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위원장은 "레킷벤키저 본사는 가습기 살균제가 흡입으로 인해 호흡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엄격한 시험을 통해 제품 제조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본사의 명백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옛 옥시가 2000년 가습기 살균제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독성실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차 부각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한 노승권 전 유공바이오텍 팀장은 "(옛 옥시는)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았다, 살인행위에 준한다고 할 수 있다"라며 "독극물을 국민에게 쏟아 부은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피해자 최승운씨가 입을 열었다. 그는 딸을 잃었다. 또한 아들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출시하는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은 기업이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옛 옥시는 실험을 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인) PHMG에 대한 PSDS를 거짓으로 제공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이다. 기업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청문회에서 그러한 내용이 확인됐으면 좋겠다."


태그:#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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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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