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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조감도.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101층 1동과 85층 2동의 주거복합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엘시티 조감도.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101층 1동과 85층 2동의 주거복합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 엘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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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석연치 않은 인허가 과정을 밝혀내는 게 수사의 목표이다. 지역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 그러자 지역 경제계는 수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반면 시민단체는 절대 수사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검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9년까지 해운대에 100층이 넘는 초호화 주거시설을 짓겠다는 엘시티 사업은 이상하리만치 잘 풀린 경향이 있다. 사실 애초 이 사업은 부정적인 여론이 컸다. 낮은 사업성이 1차 원인이었다.

하지만 은행은 사업성이 있다며 천문학적인 돈을 댔고, 교통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논란이 일자 부산시는 도로를 대신 놔주기로 했다. 부산시 스스로가 묶어두었던 고도제한도 풀어주었다. 나아가 외국인이 집을 분양받으면 영주권까지 주기로 했다.

검찰은 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엘시티 사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엘시티 전 시행사 대표인 박아무개씨를 구속했다.

검찰이 포착한 박씨의 혐의는 비자금 조성이다. 검찰은 박씨가 엘시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사를 속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으로 320억 원을 대출받고, 회삿돈 200억 원을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조성한 돈이 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건은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을 지이다. 검찰은 지금 이 돈의 흐름을 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업에 깊숙이 개입했던 부산시 전·현직 고위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4조 원이라는 사업의 크기를 봤을 때 정치권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소식에 지역정가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부산과 서울에 있는 엘시티 관련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확산하는 검찰 수사에 현 엘시티 시행사 대표는 종적을 감췄다. 검찰은 일단 시행사 대표 이 아무개씨를 지명 수배한 상태이다. 이씨와 친분이 있는 인사는 그가 "폭넓은 대인 관계로 돈 씀씀이도 큰 편에 속했다"고 전했다.

'엘시티' 신기루가 마천루가 되기까지

지난 2013년 10월 28일 열린 엘시티 기공식에는 허남식 당시 부산시장 등이 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 2013년 10월 28일 열린 엘시티 기공식에는 허남식 당시 부산시장 등이 지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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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으로만 존재하던 엘시티가 삽을 뜨기까지는 부산시의 공이 컸다. 부산시는 지난 2007년 해운대에 민간자본을 유치해 리조트를 짓겠다며 사업을 벌여나갔다. 2008년 전 세계를 뒤덮은 경제위기에 섣불리 나서는 민간 자본은 없었고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그때만 해도 부산시는 자연경관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건물 높이를 60m로 묶어두었다. 관광시설용지인 만큼 주거시설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원칙은 하나둘 깨져나갔다.

엘시티는 고도제한의 7배에 달하는 411.6m의 초고층·초호화 주거 시설로 허가를 받게 된다. 부산시는 중앙부처를 설득해 일정액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인 부동산투자이민까지 엘시티에 안겼다. 부산에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100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서게 돼 지금도 최악인 교통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일자 도로 확장에도 나섰다. 물론 여기에는 시민의 세금이 들어간다.

부산시의 화끈한 지원에 시행사는 분양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10월 분양에서 320㎡ 펜트하우스는 68.5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국내 분양가 사상 최고액인 67억6천만 원에 팔려나갔다. 일부 세대 분양권은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수사 자제하자는 지역경제계... 시민단체 "특혜·비리 엄정 수사하라"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11일 오전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에서 엘시티 사업 관련 특혜와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11일 오전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에서 엘시티 사업 관련 특혜와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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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계는 엘시티 관련 수사를 검찰이 자제해주기 바라고 있다. 부산 경제계의 핵심 인사들이라 할 수 있는 부산상공회의소 의원들은 대거 검찰에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까지 작성했다. 검찰 수사가 확대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 만큼 수사를 자제하라는 게 지역 경제인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부산상공회의소 의원들이 회원사도 아닌 엘시티 구명 활동에 나선 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부산참여연대)는 11일 수사를 벌이고 있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을 찾아 "엘시티 특혜와 비리를 엄정히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참여연대는 "비리로 얼룩져 있는 업체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파급을 미치고 분양심리를 위축시킨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라면서 "부산의 경제는 비리로 지탱되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들은 "엘시티 사태의 본질과 핵심을 놓치지 않고 몸통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한 부산지역의 건설업과 관련된 각종 특혜와 비리가 부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태그:#엘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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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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