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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여수 가막만 바다수영대회에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수영 동호회를 중심으로 사고 원인으로 주최 측의 준비 미흡을 꼽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900여 명이 참가하는 큰 대회였음에도 구급차가 1대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사망자가 현장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였지만 병원으로 싣고 갈 구급차가 없어서 20여 분 동안 심폐소생술만 했다는 점이다. 앰뷸런스가 있었다면 10분 정도 떨어진 병원으로 후송되어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인 것.

또 하나의 문제점은 심폐소생술의 기본적인 장비 가운데 하나인 제세동기 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두 번째로 구조된 조아무개(44.여)씨의 경우 대회장에 앰뷸런스가 오기까지 20여 분 동안 가슴 압박만 하면서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려보내야만 했다. 실제 현장에서 응급실이 있는 여천 전남병원이나 제일병원의 경우 10~15분 거리로 앰뷸런스가 준비되어 있었다면 소생 가능성이 높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또 있다. 주최 측은 슈트를 사고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슈트는 바다수영에서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당일 가막만 앞 수온은 18도에서 21도 내외로 알려지면서 슈트 착용으로 체온이 상승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폭염이 문제였다면 대회 자체를 연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6일 치러진 가막만바다수영대회에서 선수들이 출발한 직후의 모습이다.
 6일 치러진 가막만바다수영대회에서 선수들이 출발한 직후의 모습이다.
ⓒ 여수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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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게시판, 주최 측 대응 미숙 문제점 지적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한 동호회 카페에는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주최 측의 대응미숙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

먼저 당시 조씨와 같은 조로 출전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 '골드** 계**'는 "속이 터집니다. 이렇게 큰 대회에 구급차 한 대 가고 대처할 구급차가 없다니요"라면서, "가슴 압박만 하고 구급차는 오지 않고 피말리는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할 수 있는 거라곤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게 전부였다"면서, "같은 팀으로 출전했는데 금방까지 파이팅 외치며 함께 했던 언니가 불과 몇 분 만에 유명을 달리하다니요"라며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이와 함께 제세동기 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은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더운 날씨 슈트 탓 하는 소리 들리는데 사실 그보다 주최 측의 부실한 대응능력이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면서, "900여 명이 모인 자리에 안전요원만 많으면 뭐합니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상황에 맞는 대응능력이 빵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면서, "큰 대회에 구급차 한 대 가면 없고 제세동기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라고 주최 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라고 주장하는 '정***'는 자신은 1km 출전했다고 소개하면서 "전 1부라 제일 먼저 출발했다"면서, "제가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앰뷸런스 빨리 오라고 하더니 한분이 타고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하게 앰뷸런스 오라고 방송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앰뷸런스 없습니다. 족히 20분 정도??? 흘렀을까요? 그제서야 앰뷸런스가 왔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앰뷸런스 외칩니다"라며 주최 측의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정씨는 계속해서 "대회 측 방송은 이랬습니다. 슈트는 날씨가 더우니 주최 측에 물어보지 마라 알아서 해라 이렇게 다들 받아들였다"면서, "전 더운 날씨지만 슈트 착용했습니다. 슈트 안 입으신 분이 70프로 정도 됐습니다. 전 출발할 때 왜 다들 입지 않지?? 슈트 의무 아닌가??"라며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정씨는 이 같이 전하면서 "앰뷸런스만 있었어도 두 번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입니다"면서, "많은 분들이 정말 눈물 흘리며 안타까워했습니다"라며 혼란스러웠던 당시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아이디 '라* 성*'은 "구급차가 대기했는데 한 대밖에 없어서 문제"였다면서, "한 분 먼저 태우고 가시고 그 다음 분이 시간이 지체가 되었어요. 사고가 연이어서 발생하는 바람에"라고 지적했다. 앰뷸런스가 있었다고 한다면 두 번째 사망자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주최 측이 밝히고 있는 슈트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이디 '타* 영*'는 "폭염 속에 슈트가 문제가 아니라 폭염 속에 대회가 문제 아닐까요?"라면서, "바다수영시 슈트는 안전과 해파리 보호를 위해서라도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견해에는 다른 동호회원도 의견을 같이했다. 아이디 '오** 김**'는 "바다는 물이 결에 따라 온도가 확 달라서 따뜻한 물에 있다가도 갑자기 가슴으로 찬물이 밀려올 때가 많습니다"면서, "단순 체온유지라는 건 저체온 예방을 위한 보온 기능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급작스러운 온도변화는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되는 겁니다"라면서, "그리고 해파리한테 쏘이는 건 어쩌라고 장거리 수영에 맨 몸으로 들어가나요? 폭염이 그리 문제가 되면 슈트를 벗으라고 할 게 아니라 대회를 미뤄야죠"라고 지적했다.

바다수영에 대한 조심을 당부하는 글도 있었다. 아이디 '돌**'은 "요즘 오픈워터 수영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나고 동호인들도 많아지는 추세에 주먹구구식의 대회 개최는 지양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자정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이디 '사*** 멸*'는 "많은 분들의 위로와 기도는 고인과 유가족 분들께 꼭 드리겠습니다"면서, "다만 어떤 형태로든 대회운영과 고인에 대한 평가와 추측 등은 하지 말아 주시고 단지 위로와 기도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가족들의 응원을 받고 출발한 직후의 모습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가족들의 응원을 받고 출발한 직후의 모습
ⓒ 여수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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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구조자 구조직후 의식 있었다"

구조직후 상황에 대해 여수해경은 "첫 번째 구조자인 강아무개씨는 사망한 상태에서 구조되었다"면서, "두 번째 구조자인 조아무개씨는 의식이 조금 있었다. 심정지 상태에서 앰뷸런스에 실려간 후 여천 제일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세동기 등 응급구조 장비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며 "육상에서의 일은 우리에게 권한이 없어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고인의 사망 원인 등에 대해 그 부분도 묻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행사를 주최한 여수시수영연맹 정종은 전무이사 역시 "관련 내용은 해경에서 일괄 보도하기로 했다"면서, "현재 저희 연맹 측은 경찰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전달하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소방서는 "7일 낮 12시 48분 상황실에서 접수를 받아 현장에는 8분 후인 12시 57분에 도착했다"면서, "여수시 보건소 구급차는 여천 제일병원으로 후송했으며, 대응구급은 여천전남병원으로, 저희 소방서구급은 여천제일병원으로 각각 후송했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가 일어난 여수 가막만 전국바다수영대회는 6일과 7일 이틀간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었다.

여수해경은 6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1㎞종목에 참가한 강(64, 남)씨와 조(44, 여)씨가 수영 중 사망하였다"면서, "숨진 강씨는 출발점에서 100m 가량 수영 후 의식 없이 해상에 떠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하여, 신속히 여수소재 병원으로 후송하였지만 사망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는 반환점을 돌아서 도착지점 약 100m 앞에서 자유형에서 배영영법으로 변경하여 수영 중인 것을 안전관리요원이 이상히 여겨 확인하자 의식이 없어 심폐소생술 시행하며 여수소재 병원으로 후송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바다수영대회 주최 측 (주)대한수영연맹에서는 제트스키 등 27척과 안전관리요원 78명이 안전관리 중이었으며, 오후 2시 이후로 수영대회를 잠정 중단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 <전남뉴스피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다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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