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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밤잼이라는 게 있는데, 그렇게 맛있었다니까!?"
"거짓말 하지마! 그런 잼이 어딨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내 말을 보통 믿지 않거나,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밤잼이 어딨느냐"라면서 "네가 잘못 알았을 거야"라는 말도 익히 들었다. 그러나 나는 명확히 기억한다. 2012년 프랑스 여행에서 한인 민박집 아저씨가 맛보여준 밤잼의 맛을. 그때 난 '세상에, 이런 기가 막힌 잼이 있다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저씨에게 재차 이런 잼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마트에서 손쉽게 구했다는 말에 그런 줄로 알고 귀국했다. 한국에서도 쉽게 찾을 것이라고 믿고.

그러나 그건 쉽지 않았다. 엄청나게 열심히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당시 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서 밤잼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밤잼이 있다"는 말은 그렇게 거짓말에 머물 줄 알았다. 아니면 내가 그 아저씨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런데 이번에 코엑스에 갈 일이 있어서 갔다가 심심해서 들른 현대백화점에서 '주에그 밤잼'을 팔고 있더라. 가격은 4000원이 조금 넘었다. 당장 샀다. 맛을 봤다. 옛날에 맛이 이랬는지는 가물가물했지만, 맛있었다.

 밤잼
 밤잼
ⓒ 최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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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딸기잼이나 블루베리잼을 최고로 쳐 왔다. 이런 판단에는 내가 다른 잼을 많이 먹어보지 못한 것도 작용하겠지만, 내가 그만큼 강렬한 그리고 새콤하고 달콤한 맛을 즐기기 때문이었다.

밤잼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는 않다. 기존의 강한 맛을 내는 잼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 맛 자체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조금 나며 달콤하다. 식빵에 바르기에 적당한 질감이다. 딸기잼이나 블루베리잼처럼 건더기가 있진 않다. 초콜릿잼처럼 꾸덕꾸덕하지만 발라보면 액체와 비슷한 느낌이다. 다른 잼처럼 새콤한 맛은 나지 않고, 대신 고소함과 적절하게 느껴지는 단맛이 있다. 이 맛이 끊임없이 사람을 유혹한다.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산 김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소셜커머스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산 주에그 밤잼은 약 330g에 6000원, 내가 프랑스에서 먹었던 본마망 밤잼은 약 220g에 4000원. 주에그 밤잼이 더 크기 때문에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밤잼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주로 생산해 소비되는 것 같다. 유럽 다른 국가에서 찾기 어려워 현지인에게 물어봤떠니 '그건 프랑스 애들이나 먹는 거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이제는 상관없다. 한국에서도 쉽게 밤잼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밤잼#잼#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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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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