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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지은 흙집 쉼터. 승달산으로 오가는 길에 잠시 쉬어가기에 맞춤이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지은 흙집 쉼터. 승달산으로 오가는 길에 잠시 쉬어가기에 맞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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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가 제법 그럴싸하다. 흙으로 지었다. 네 각의 기둥을 흙벽돌로 세웠다. 벽면은 흙으로 발랐다. 두 면은 벽을 세우지 않은 채 툭 트여 있다. 바닥은 나무로 매끄럽게 깔았다. 천정도 나무를 올렸다.

목포대학교에서 무안 승달산으로 가는 길목이다. 쉼터는 승달산 자락에 들어앉아 있다. 한낮의 햇볕을 잠시 피하기에 맞춤이다.

이 흙집 쉼터는 아마추어 건축가들이 세워 놓았다. 지난 7월 25일부터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이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가 흙으로 벽체를 바르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가 흙으로 벽체를 바르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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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된 흙. 경기도 용인에서 온 박성호 씨가 미장을 하며 들고 있는 흙이다.
 반죽된 흙. 경기도 용인에서 온 박성호 씨가 미장을 하며 들고 있는 흙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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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닷새 동안 흙집 짓는 과정을 모두 배우고 체험했다. 목포대학교 기숙사에서 함께 먹고 자고 하며 주경야독했다. 밤에는 이론을 배우고, 낮에 실습을 했다. 황혜주 목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한국흙건축학교 부총장)가 캠프를 이끌었다.

지난 2009년부터 해마다 목포대학교에서 흙건축 여름 캠프를 열고 있는 한국흙건축학교는 유네스코가 인증한 석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국내 최초의 교육기관이다. 전북 완주에 본교를 두고, 해마다 4월부터 11월까지 흙건축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7월에만 목포대학교에서 열고 있다.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반죽된 흙으로 벽체를 바르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반죽된 흙으로 벽체를 바르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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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미장을 한 벽면에 문양을 내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미장을 한 벽면에 문양을 내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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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었어요. 작은 쉼터지만, 흙집을 직접 지어보는 것도 뿌듯했고요. 모처럼 아들과 함께 먹고 자고 해서 더 행복했습니다. 흙집도 흙집이지만,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경기도 용인에서 여름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아들(민재)과 함께 흙건축 여름캠프에 참석한 박성호씨의 말이다.

지난 7월 27일 캠프에 찾아가서 만난 참가자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한여름 뙤약볕으로 목덜미에는 구슬땀이 흘렀다. 하지만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안전모를 쓴 모습에서 신중함도 엿보였다.

흙건축 여름 캠프에 참가한 김탁 전남도의원이 사다리 사이로 황혜주 목포대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흙건축 여름 캠프에 참가한 김탁 전남도의원이 사다리 사이로 황혜주 목포대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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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절단기를 이용해 흙집에 들어갈 목재를 자르고 있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절단기를 이용해 흙집에 들어갈 목재를 자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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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험했습니다. 나중에 조그마한 흙집을 손수 지어보고 싶어요. 직접 짓지는 않더라도, 기본 지식만 알고 있어도 집을 짓는 데 큰 도움이 되겠죠. 금명간 전라남도에도 흙집 보급을 제안해 볼 생각입니다."

부인(윤명숙)과 함께 흙건축 캠프에 참가한 김탁 전남도의원의 말이다.

캠프 참가자들의 사는 지역과 생활은 저마다 달랐다. 전남도내는 물론 다른 시·도에서도 찾아왔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중에 손수 내집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한 사람들이다. 목적은 달라도, 흙집 짓기를 배우는 마음은 다들 똑같았다.

참가자들은 황 교수의 지도로 흙집을 설계하고 기초를 닦았다. 흙벽돌로 기둥을 세워 벽체를 쌓고, 흙 미장을 했다. 서까래를 다듬어 걸고, 지붕을 올렸다. 흙집 짓기의 기초부터 마감까지 모든 공정을 몸소 체험했다. 흙집 쉼터는 그 결과물이다.

흙건축 여름 캠프를 이끌고 있는 황혜주 목포대학교 교수. 황 교수는 건축학과 교수이면서 흙집 예찬론자이다.
 흙건축 여름 캠프를 이끌고 있는 황혜주 목포대학교 교수. 황 교수는 건축학과 교수이면서 흙집 예찬론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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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주 목포대 교수가 흙집 짓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에서다.
 황혜주 목포대 교수가 흙집 짓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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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았어요. 언젠가부터 건축업자에게 모든 걸 맡기면서 스스로 집을 짓는 즐거움과 능력을 잃어버렸죠. 흙건축 캠프는 내가 살 집을, 그것도 우리 몸에 좋은 흙집을 지어보면서 노동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시간입니다. 삶의 자신감도 되찾고요."

흙건축 여름 캠프를 이끈 황혜주 목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말이다.

황 교수는 흙집 예찬론자다. 흙은 결코 과거의 재료가 아니고, 미래의 재료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건물이 고층화·대형화하면서 흙이 건축 재료로 약해 보이지만, 절대 무른 재료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현장에 주저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현장에 주저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다. 지난 7월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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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흙집의 기둥을 올리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이 짱짱한 지난 7월 27일이다.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참가자들이 흙집의 기둥을 올리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이 짱짱한 지난 7월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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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은 100년 이상의 수명을 자랑합니다. 흙으로 만든 집단주택, 중국의 토루(土樓)는 수백 년 됐잖아요. 지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요. 콘크리트 건축물은 몇십 년 지나면 헐거나 리모델링해야 하지만, 흙집은 반영구적입니다."

황 교수의 흙집 예찬이다. 생산에서 폐기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폐기물까지 남기는 콘크리트와 달리, 마지막에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흙집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황토에는 수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흙이 숨을 쉬는 건 이 미생물 때문이에요. 습도를 조절하고, 산소를 공급해 주고, 냄새를 잡아주고,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게 흙집입니다. 만성피로, 아토피, 천식 등에 좋지요. 단열 효과도 높고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게 흙집의 장점이죠."

흙집은 자체적으로 습도가 조절돼 늘 쾌적함을 유지해 준다는 게 황 교수의 얘기다.

지난 7월 25일부터 닷새 동안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전경. 캠프 참가자들이 한여름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흙집 짓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7월 25일부터 닷새 동안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흙건축 여름 캠프 전경. 캠프 참가자들이 한여름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흙집 짓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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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흙건축캠프, #흙집짓기, #황혜주, #한국흙건축학교, #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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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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