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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부서진 말과 전차
 깨지고 부서진 말과 전차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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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갱은 동서 124m, 남북 98m의 ㄴ자형 군진이다. 3호갱 쪽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진영이 남서쪽의 64대 전차로 구성된 전차부대다. 8대의 전차가 1열을 이루고, 모두 8열로 이루어져 있다. 4필의 말이 끄는 전차에는 3명의 전사가 탄다. 3명의 전사 중 1명은 말을 모는 어수(御手)고, 2명은 갑옷 입은 전사인 갑사(甲士)다. 그러므로 말의 수는 모두 264필이고, 군사의 수는 모두 192명이다.

그런데 이곳 2호갱은 상대적으로 발굴이 덜 되었다. 시범적으로 발굴한 몇 군데도 말과 마차 그리고 전사가 깨진 채로 널려 있다. 더욱이 마차는 목제로 만들어져 바퀴살 부분 정도만 흔적이 남아 있다. 발굴이 이루어지 않은 곳에서는 갱의 지붕을 확인할 수 있다. 벽체 위로 지붕 흙을 덮었는데, 군진이 있는 곳에는 지지대가 없기 때문인지, 지붕이 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2호갱의 부대 배치
 2호갱의 부대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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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나는 진영이 한가운데 위치한 보전 연합부대다. 19대의 전차를 중심으로, 전차 사이에 8명씩 보병을 배치한 형태다. 일부 마차 뒤로는 보병이 32명씩 배치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보병의 수는 26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개개 마차에는 3명의 전사가 타고 있다. 그리고 가장 뒤에 8명의 기병이 진영 전체를 지휘한다.

세 번째 만나는 진영은 기병을 중심으로 전차가 지원하는 기전 연합부대다. 기본적으로 3열로 이루어져 있고, 각 열에 네 필의 말이 끄는 전차가 앞장서고, 그 뒤를 4명의 기병이 따르는 형상이다. 그러므로 전차는 모두 6대고, 4명 한 조의 기병은  모두 108명이다. 이들 기전 연합부대가 전쟁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이들의 기동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궤사용
 궤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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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다른 병마용에 비해 크기도 크고, 무기와 갑옷, 모자와 장화 등도 훌륭한 편이라고 한다. 이들이 타고 있는 말 역시 안장과 다래 등 장식이 뛰어나다. 그것은 유리벽 속에 들어 있는 기마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기병은 적을 공격할 때 가장 앞서 적진으로 뛰어들어 적진을 교란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 번째 만나는 진영은 330명의 궁수와 노수로 구성된 보병부대다. 그중 160명은 궤사용(跪射俑)으로 무릎 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8열 종대로 서 진중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 궤사용을 170명의 입사용(立射俑)이 둘러싸고 있다. 이들은 서서 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전쟁시 입사용이 먼저 서서 활을 쏜 다음 앉거나 뒤로 빠지면, 궤사용이 무릎 쏴 자세로 노를 발사하는 식이다.

병마용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보다

입사용
 입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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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갱에는 이들 병마용 중 대표적인 것을 박물관 진열장 안에 넣어 놓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 도용을 아주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궤사용, 입사용, 중급 군리용(軍吏俑,) 고급 장군용, 기병과 안마용(鞍馬俑)이다. 궤사용과 입사용은 보병이다. 궤사용은 오른쪽 다리를 무릎 꿇은 자세로 땅에 대고 왼쪽 다리를 구부린 다음, 왼쪽 팔꿈치를 왼 무릎 위에 올려 고정시킨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노를 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입사용은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오른발을 뒤로 해 옆으로 고정시키고 있다. 무릎은 안정된 자세를 위해 약간 구부리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다. 왼팔은 앞쪽 아래로 뻗쳐 활을 잡고 오른팔은 가슴부위로 올려 시위를 잡아당기는 자세를 취한다. 활이 없어 마치 택견의 준비 자세를 보는 듯하다. 그렇지만 입사용이 병마용 중 가장 생동감 있는 모습이다. 그것은 활을 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군용
 장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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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군리는 장교를 말하는 것으로, 목까지 덮는 긴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갑옷을 걸쳤다. 머리에는 관을 쓰고 허리에는 요대를 찼다. 장군은 긴 저고리를 두 겹 겹쳐 입고, 그 위에 갑옷을 걸쳤다. 갑옷에 장식이 있고, 두 손을 가지런하게 앞으로 모았다. 머리와 관의 모습이 장교와는 다르며, 신발도 코가 약간 들린 형태다. 전체적으로 의젓하고 도량이 넓어 보인다.

기병과 안마는 한 쌍으로 전시되고 있다. 기병이 고삐를 잡고 안마를 끌고 가는 모습이다. 기병은 장교와 마찬가지로 목까지 오는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갑옷을 걸쳤다. 말은 재갈을 물리고, 등에는 안장을 설치해 기병이 올라탈 수 있도록 했다. 말은 길이가 2m, 높이가 1.7m 정도로 살아있는 말처럼 생동감이 있다. 이들 마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병과 안마용
 기병과 안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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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길고 바르며, 귀는 대나무를 깎아놓은 것처럼 뾰족하다. 두 눈은 방울처럼 튀어나왔고, 코는 큰 구멍처럼 뚫려 있다. 입은 다물어 이빨을 감추고 있다. 둔부와 허리 살은 통통하고 근육은 풍만한 편이다. 앞다리는 기둥처럼 똑 바르고, 뒷다리는 뛰려는 듯 약간 구부리고 있다. 만약 이들 말과 기병에 채색이 되어 있다면, 당삼채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이들 병마용 옆에는 건축 도구와 자재, 무기와 마구들도 전시되어 있다. 건축 도구는 대개 쇠로 만들었다. 철제 볼트, 햄머, 도끼, 대못, 철판, 모루 등이 보인다. 건축 자재로는 벽돌과 기와가 있다. 무기로는 노, 긴 창, 창, 화살촉, 검 등이 있다. 이들 무기는 청동으로 만든 것이 많다. 진니라 장인들은 이들을 만들고 가공하면서 역학을 생각하고 과학을 적용했다고 한다.

화살촉
 화살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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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청동 무기는 가공법 만큼이나 합금의 성분비가 중요하다. 그 내용은 고대의 과학기술서적인 <고공기(古工記)>에 잘 나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창과 검 같은 병기는 청동에 주석을 넣어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화살촉은 주석의 함유량을 낮추고 아연의 함유량을 높였다고 한다. 그것은 아연에 독성이 있어 살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나라는 과학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어 전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청동마차 두 기를 자세히 살펴보다

1호 동거마인 고거
 1호 동거마인 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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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갱을 보고 우리는 지하세계에서 다시 지상세계로 나온다. 남쪽으로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그 아래 여산으로 밝은 햇살이 쏟아진다. 나는 이제 문물진열청으로 간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간 다음 내부를 보고 1층으로 내려오도록 되어 있다. 이곳에는 인근 동거마갱에서 출토된 두 기의 청동마차가 전시되어 있다. 나는 문화유산 사진전시실을 지나 동거마 전시실로 간다.

이곳에 있는 동거마는 사후 부장용으로, 말과 마차의 크기가 실물의 절반 정도 된다. 두 기의 동거마는 제왕의 순행용 마차로, 앞의 것은 선도용으로 고거(高車) 또는 입거(立車)라 불린다. 뒤의 것은 임금이 타는 마차로 안거(安車) 또는 온량거(轀輬車)라 불린다. 고거는 좌우 폭이 126㎝ 앞뒤 길이가 70㎝인 수레로, 마차 위에 높이 122㎝의 둥근 우산이 세워져 있다. 이 마차에는 장검을 찬 어관이 서서 말고삐를 잡고 있다.

2호 동거마인 안거
 2호 동거마인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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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의 말이 이 마차를 끄는데, 네 마리 말 가운데 안쪽의 두 마리를 복마(服馬)라 하고, 가장자리 두 마리를 참마(驂馬)라 한다. 말의 입에는 재갈이 물렸고, 머리와 목에는 장식용 술과 끈 그리고 방울이 달려 있다. 말의 갈기는 자른 모습이고, 꼬리는 묶어 운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했다. 말의 키는 90㎝이고 길이는 110㎝다. 이들 말은 막 출발하려는 모습이다.

안거는 임금이 탈 수 있는 凸자형 마차를 말한다. 튀어나온 앞부분에 어관이 타고 뒷부분에 주인인 임금이 탄다. 마차는 길이 317㎝, 높이 106㎝로 두 사람 정도가 앉아서 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마차에는 앞부분과 옆부분에 창문을 내어 빛이 들어오고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수레 위로 타원형의 뚜껑을 덮었는데, 이것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동양사상과 관련이 있다.

말머리 장식 모형
 말머리 장식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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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수레의 차체와 뚜껑에 구름, 용, 봉황 등 상서로운 무늬가 새겨져 있고 하는데 확인이 쉽지는 않다. 고마의 차체에서는 상감 형태의 기하학적 문양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들 수레는 3000개가 넘는 부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들이 주조, 용접, 조각, 상감, 광택이라는 정교한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마차는 진나라 공예기술의 정수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마차 제작기술은 한나라를 거쳐 당나라로 전승된다.

말에 사용된 재갈과 장식 그리고 마구도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말머리 위 이마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 장식을 금당로(金當盧)라 부른다. 금당로를 중심으로 재갈과 목끈이 연결된다. 말의 배에는 배대끈이 둘러져 있다. 이들은 청동 외에 금은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황제가 타는 말은 금은으로 장식할 정도로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진시황릉 박물원을 떠나며...

달리는 말
 달리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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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물진열청을 관람하고 나온 우리는 이제 마지막으로 1호갱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그동안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서 사람이고 건물에 긴 그림자가 드리운다. 하루종일 화청궁과 진시황릉 박물원을 보느라 지칠 만도 한데 회원들의 표정이 밝다. 박물원을 나온 우리 일행은 상가 건물들을 지난다. 그런데 상가건물 앞 광장과 연못에도 볼거리가 여럿 있다.

피땀을 흘린다는 한혈마(汗血馬)를 만들어놓기도 하고, 전국시대의 전투모습을 부조로 새겨 넣기도 했다. 특히 진시황 순력도를 부조로 만든 것이 있는데, 그곳에서 동거마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어떤 곳에는 정크 아트 형태의 철제 로봇도 있다. 이것들은 애들이 좋아할 것 같다. 중국의 관광지에서 과거에는 보지 못하던 모습이다. 중국도 이제는 관광이 중요한 산업으로 변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마전투도
 기마전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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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노점상에 들러 진시황 병마용을 기념품으로 산다. 장군용과 궤사용에 동거마 두기를 샀다. 이들 병마용에는 금칠이 되어 있어 실물보다 더 화려해 보인다. 우리는 이제 버스를 타고 다시 화청궁으로 간다. 중간에 저녁을 먹고 오후 8시 정도에 궁안으로 입장하면 된다. <장한가(長恨歌)>공연이 8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날씨도 좋고, 기온도 적당한 편이서 야간공연을 관람하기엔 좋을 것 같다.


태그:#진시황릉 병마용갱, #병마용, #청동제 무기, #문물진열청, #동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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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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