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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피해자이면서도 이 아픔을 털어내기 위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 우리의 용서와 화해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는 '미신고자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반세기를 훌쩍 넘겨 인간의 나이 고희에 가까운 묵은 해원을 청산해 주어야 할 것이다."

(사)한국전쟁전후진주민간인피학살자유족회 강병현 회장은 2일 진주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리는 '한국전쟁전후 진주지역 민간인희생사건 66주기 합동위령제'의 추모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병현 (사)진주민간인학살희생자유족회(진주유족회) 회장.
 강병현 (사)진주민간인학살희생자유족회(진주유족회) 회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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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피해자의 용서는 화해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강 회장은 "기억조차 몸서리치는 6.25전쟁을 전후하여 이 땅의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국가·정부 지도자와 군·경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은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학살이요 살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구나 놀랍게도 이 학살의 주역이 과거 국가와 정부의 지도자였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어야 할 군인과 경찰이었음에도 오히려 총부리를 거꾸로 들이댄 이들의 만행은 인설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와 서러움 그 자체였다"고 했다.

또 강 회장은 "하늘이 슬퍼 눈물을 뿌리고 강물은 놀라 용솟음치니 삼라만상 곳곳이 눈물바다요 피눈물의 처절한 몸부림이었으니 힘없이 나약한 민초들의 주검조차 거두지 못한 자식은 천하의 불효자가 되었고 자식 잃은 부모는 하늘을 원망하며 죽어가야만 했으니 어찌 이 땅이 내 나라요 그들이 어찌 내 동포요 겨레란 말이냐"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우리가 그들을 용서하려한다, 입술을 깨물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 우리의 부모와 일가친척이 그러했듯이 힘찬 발돋움으로 새로운 국가 건설의 초석이 되고 주역이 되고자 한다"며 "아픔과 슬픔을 훌훌 털고서 과거를 용서하고 일어서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강병현 회장은 "용서는 하되 잊지 않는 교훈으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가고자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며 "잘못을 그대로 두고 진정한 의미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그 잘못을 바로 잡는 일까지 나아가야 역사 발전과 민주주의의 진전을 비로소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고뇌의 아픔과 슬픈 과거를 청산하고 산자의 의무를 다 할 때가 다가왔으니 살아 있음을 부끄러워 말고 우리의 뜻한 바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전쟁 전후 진주지역에서는 '국민보도연맹'을 비롯해 많은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 등에 의해 희생되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10월 진주국민보도연맹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유족들은 이 조사결과 발표에 근거해 2012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올해 5월 대법원은 희생자 44명의 유족 156명에 대한 국가배상을 판결했다. 희생사건이 발생한 지 66년만이다.

진주유족회가 합동위령제를 열기는 올해로 8회째다.

창원 합동위령제 9일...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 계속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들은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유족들이 김해 봉하마을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들은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유족들이 김해 봉하마을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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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가 계속 열리고,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회장 노치수)는 오는 9일 낮 12시 돝섬유람선터미널에서 '제66주기 합동위령제·추모식'을 연다.

창원유족회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독재정권의 공권력에 의해 창원지역의 많은 민간인들이 불법으로 학살 당한 지 66년이 흘렀다"며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05년 국회에서 통과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이 규명돼 억울하게 희생 당한 영령과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매년 합동추모제를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창원지역 학살사건과 관련해,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최소 717명과 보도연맹원 77명(확인 42명, 추정 35명) 등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상당수는 마산 구산면 앞바다(괭이바다) 등에 수장되었다.

한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한국전쟁유족회)는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쟁유족회는 1960년 출범했으나 군사 쿠데타로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1년 만에 해체됐다가 2007년 재창립됐다.

한국전쟁유족회는 제20대 국회 출범을 앞둔 지난 5월 기자회견을 통해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절차도 없이 보도연맹, 부역, 사상범, 빨치산 등 이름을 덧씌워 학살된 민간인이 100만명에 달한다"며 "전후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과거 잊기를 강요당하고 왜곡된 역사를 안은 채 살아왔다. 잘못된 역사와 진실은 반드시 밝혀내고 기록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유족회는 정부 차원의 '추가 진상조사 개시'와 '유해 발굴', '추모시설 조성', '국가의 공식 사과', '국가 기념일 지정' 등 내용이 담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태그:#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진실화해위원회, #진주유족회, #창원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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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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