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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지 벌써 4개월째. 그렇게 두렵던 초등학교 1학년이 벌써 다음 달이면 여름방학을 맞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습니다. 워킹맘의 퇴직 무덤이라던 초등 1학년을 용감하게 통과하고 있습니다. 가족적인 학교 분위기에 방과 후 수업과 학원 그리고 좋은 돌봄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쌍둥이 남매를 둔 워킹맘의 1학년도 그럭저럭 할 만하다고 여기고 있는 즈음.

7월 시행 예정인 보건복지부의 맞춤형 보육사업으로 최근 시끄러운 기사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맞벌이나 한 부모 가족의 자녀는 자동으로 종일반에 편성되고, 그렇지 않은 가정의 자녀는 맞춤형 보육반으로 편성함으로써 보육시간과 비용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주요 골자인데요. 문제는 맞춤형 보육반이 종일반에 비해 보육료가 20% 적다는데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들 중 맞춤형 보육반 비중이 높을 경우 비용 문제로 사업 유지가 힘들다는 것이 어린이집 사업자(원장)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는 보육 비용이 다른 아이들에 대한 차별과 개인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변경에 분노하고 있죠.

특히나 이번 정책은 직전 무상보육제도가 보육비용이 같을 경우 일찍 하원하는 아이를 선호하는 기관 분위기 때문에 워킹맘이 차별받았다면, 이용 시간 제한과 보육비용 차별로 이번에는 전업맘이 차별을 받는 거라며, 정부가 엄마들을 이분화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 보육대란 기사를 열심히 읽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어린이집 휴원, 방학으로 속을 끓이던 저였는데 더 이상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덜 관심을 두게 되더군요. 사람이란 정말 망각의 동물인가 봅니다.

그런데 어제 퇴근 후 학교에서 도착한 안내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학교의 교육 공무직 총파업에 대한 안내장이 온 겁니다. 쌍둥이 남매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파업에도 불구하고 돌봄교실을 선생님들께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교육공무직 파업에 따른 돌봄교실 운영안내
▲ 교육공무직 파업에 따른 돌봄교실 운영안내 교육공무직 파업에 따른 돌봄교실 운영안내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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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돌봄교실 선생님, 영양사 선생님, 특기적성 선생님, 급식도우미 등 비정규 교직 근로자)는 정규직인 학교 선생님에 비해 월급이 적은 것은 물론, 복리후생에서도 제외될 뿐만 아니라 방학 때는 일 또는 수업이 없다는 이유로 월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파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공무직 근로자들이 23일~24일 양일간 파업을 해서 학교에서는 도시락으로 대체를 하거나 단축수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무심히 읽어내린 것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습니다. 어린이집 파업 소식에 묻힌 거겠죠.

알고 보니 주변 초등학교 두 곳은 급식을 해결하지 못해 모두 단축수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쌍둥이 남매의 반 친구 엄마들이 도시락을 싸가야 하는지, 아이들 급식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묻는 단체 카톡방 대화를 보며 아이들 식사는 잊은 채 돌봄교실이 운영되니까 휴가는 내지 않아도 되겠다고 마음을 쓸어내린 저의 머리를 쥐어박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근 후 아이들의 알림장과 우체통을 확인해도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얘기가 없으므로 아이들을 굶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안내장을 보며, 어린이집이든 학교든 여전히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투쟁하는 단체 행위에 대해 무척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회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학교 비정규직 대다수가 여성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워킹맘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도 워킹맘이면서 어린이집에서 휴일도 없이 근무하는 선생님, 때로는 부당하게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적은 월급을 받고, 그나마 재계약이 눈치 보여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비정규 교직 근로자 등은 투쟁을 해서라도 힘듦을 드러내고 권리를 찾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그리고 파업 때문에 기관이 쉬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가를 내야 하는 워킹맘을 볼모로 삼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육아에 파업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교사도 공무직 근로자도 맡은 본분은 다 수행한 다음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렇게 아이와 부모를 볼모로 삼은 채 권리 찾기를 시도하다가 의무 미이행을 추궁당하면 궁색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매년 발생하는 어린이집 대란, 비정규 교직 근로자에 대해 이제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워킹맘의 입장, 전업맘의 입장, 원장의 입장, 교사의 입장, 특히 비정규직 교사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검토를 해야 합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아이들 입장에서 어떤 보육과 교육이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정신과 의사 토머스 홈즈와 리처드 레가 만든 홈즈-레 스트레스 척도(Holmes-Rahe Stress Scale)'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대표적인 사건에 점수를 부여하고, 점수가 큰 사건을 많이 경험할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대표적으로 배우자의 사망, 이혼, 결혼, 이직 등의 환경 변화를 삶에서 큰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으로 정의합니다.

어린이집 파업이나 학교 단축수업에 따른 보육환경의 변화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입니다.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교사가 자주 교체된다거나, 워킹맘의 근로시간에 맞는 보육 제공 부족으로 도우미 등 돌봄 환경 변화를 겪는다거나, 정책 문제로 인해 잦은 파업이 발생하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온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정책.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어린이집파업, #교육공무직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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