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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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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리베이트 의혹을 둘러싼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 요소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의 출처가 당내 투서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서의 진원지를 중심으로 갈등과 관련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상조사단을 두고 당내 지도부의 의견 차이가 나오면서 '공동대표 차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의 자체 진상조사단을 두고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 그 동안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상돈 진상조사단장의 "리베이트 사건은 국민의당과 무관하다"는 중간조사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관련기사 : 천정배 "리베이트 조사단 발표, 당 공식입장 아냐").

천 대표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상조사단이 당의 통제권 밖에 있는 것들까지 말해 오해를 키웠다"라며 "조사단이 관계자를 면담해 그 내용을 당이 나름대로 판단할 순 있지만 그것을 국민들에게 발표해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 조사 결과를 성급히 발표하면, 이후 검찰 수사나 법정 다툼 과정에서 당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게 천 대표의 주장이다. 천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나가기 전부터 당 최고위원회에서 꾸준히 이 같은 내용을 피력했다. 하지만 천 대표는 안철수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이상돈 단장 등 지도부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햇고, 결국 이 단장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당 홈페이지엔 왜 안철수 얼굴만?


이러한 상황에서 당내에서는 '천정배 소외론'이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천 대표는 안 대표에 비해 당대표 비서실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표 측 관계자는 "당 홈페이지, 외부 행사, 의전 등에서 (천 대표가) 무시당하고 있다"라며 "당대표 비서실이 양 대표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데 오로지 안 대표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신임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날 때도 뒷말이 나왔다. 이 실장과 김 수석은 국민의당 측에 10일 예방하겠다고 알렸고, 이날 안 대표는 인천 강연 일정이 있어서 두 사람은 박지원 원내대표만 만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10일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천 대표에게는 전혀 연락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천 대표는 14일에야 안 대표와 함께 이 실장과 김 수석을 만났다.

한 당직자는 "천 대표는 의전 서열에서 뒤로 밀려있고, 안 대표가 참석 못하는 일정을 천 대표에게 던져주는 경우도 있다"라며 "안 대표에게 축사 요청이 들어왔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갈 수 없게 되면, 천 대표에게 대신 축사를 해달라며 일정을 잡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비서실 차원의 문제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국민회의 합당 후 줄곧 국민의당(안철수) 중심으로 의전이 돌아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최근 당직 채용에서도 (천 대표 측은) 얻은 게 없다고 한다"라며 "천 대표 쪽에서 불만이 상당하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당을 떠나 광주의 국회의원으로 재기했다. 그러나 '패권주의 청산'이라는 숙제는 천 대표를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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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요일정 항목을 클릭하면, 당내 지도부 일정과 함께 안철수 공동대표의 사진이 나온다.
ⓒ 국민의당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왕주현, 박선숙 등에 업고 안하무인... 당내 인심 잃어"


한편 이번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고발된 박선숙 의원은 당내 갈등의 중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 박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사무총장에 임명(지난 2월)된 뒤 지난달 12일까지 직을 맡아왔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 의원은, 검찰로부터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김수민 의원과 사전에 협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 안팎에선 김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7번을 받는 데 박 의원과 김영환 전 의원(총선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당내 권력을 쥔 박 의원의 경쟁자로는 이태규 의원(총선 당시 전략홍보본부장) 정도가 꼽힌다. 이 의원 역시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비례대표 후보 8번을 받아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두 의원이 안 대표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발단이 양 세력의 당내 권력 다툼 때문이라는 추측이 불거지고 있다. 총선 기간 강한 힘을 발휘했던 박 의원 측과 진심캠프(2012년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안 대표 조직) 때부터 안 대표와 함께한 이 의원 측 사이의 균열이 '김수민 사건' 투서로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박 의원과 이 의원 사이 주목해야 할 인물이 왕주현 사무부총장이다. 왕 부총장 역시 김수민·박선숙 의원과 함께 검찰에 고발됐으며, 지난 16일 피고발인 중에서는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왕 부총장은 이 의원과 동갑내기인데, 둘 다 1990년 '꼬마민주당' 1기 공채 당직자 출신이다. 두 사람은 그 동안 막역한 사이를 유지해왔으나 왕 부총장이 사무부총장직에 임명되고 박 의원과 함께 당내 권력을 잡으면서 사이가 다소 소원해졌다.

당 관계자들은 왕 부총장이 총선 과정에서 당내 인심을 많이 잃었고, 결국 투서 사건이 터졌다고 설명한다. 17일 만난 당의 고위관계자는 "왕 부총장이 박선숙 의원을 업고 말도 험하게 하고 안하무인 격으로 (활동)했다"라며 "당내 인심을 많이 잃은 거 같더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모 의원실 관계자도 "평소 전횡이 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라며 "특히 왕 부총장이 아래 당직자들과 갈등을 겪었고, 이번 투서도 이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복수의 당직자와 의원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왕 부총장은 당 홍보국 및 조직국 활동에 깊이 개입했다. 홍보·조직 분야는 이태규 의원이 맡았던 전략홍보본부장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다. 왕 부총장의 개입에 불만을 느낀 당직자들은 몇몇 당 고위관계자와 기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털어놨다. 그런데 이 내용이 박 의원과 왕 부총장의 귀에 들어갔고, 두 사람은 해당 당직자들을 불러 강하게 질타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서가 선관위에 전해진 것이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1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내부자에 의한) 모함성 투서 내지는 모함성 고발이 있다면 반드시 밝혀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갈등 봉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당 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왕 부총장이 고압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고, 이 점이 당내 갈등을 유발했다"라며 "이는 내부자 색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직자는 "신생 정당이었기 때문에 일부 당직자들이 많이 부족했고, 오랜 기간 정치판에 있었던 왕 부총장 입장에서는 이들이 못미더웠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총선 기간, 사무부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과 함께 왕 부총장이 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건 사실이다. 앞으로 당이 잘 되려면 당의 알력 다툼의 원인을 잘 파악하고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리베이트 의혹 사건은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의당의 내부균열이 드러나는 기폭제가 됐다. 검찰 수사와 법정 다툼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혐의가 드러난다면, 당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