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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돌봄교실 바깥놀이 중인 대가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이 한결이 친구가 가져온 피자를 받고 신이 났다.
▲ 갓 구워 배달온 라피자 간식에 환호하는 대가초등학교 어린이들 방과후돌봄교실 바깥놀이 중인 대가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이 한결이 친구가 가져온 피자를 받고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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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수제 유기농 피자 <라피자> 셰프님들이 오셨다. 김우현·최종예 부부 셰프는 태양광 오븐을 사용하는 생태주의자다. 피자 트럭을 끌고 팽목항으로 달려가 세월호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유기농 피자를 구워주며 아픔과 수고를 달랜 소셜셰프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농부이고 유기농 먹거리를 다루는 입장이라, 백남기 농민의 상황에 함께 아파하며 피자를 구워 들고 온 농부(나)의 자식이자 벗이다.

이번에는 고된 농사일에 지친 농부에게 힘을 보태고자 단양에 피자 트럭을 몰고 왔다. 피자 굽는 김에 마을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농부의 아들이 다니는 작디작은 시골초등학교에도 피자를 구워 보냈다.

김우현 셰프의 말이다.

"제천 박달재에 교육 프로그램 맡은 게 있어서 왔다가 가까운 단양에 들렀어요. 후배 농부가 농번기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라서 피자를 구워 드리고 싶었고요. 일전에 잠깐 본 한결이가 아쉬워서 피자를 같이 구워보고 싶었어요. 제가 학교 체험 프로그램도 하고 있는데 다음 기회에는 한결이 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 좋겠네요. 작은 시골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 보람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인 농부의 아들 한결이는 단양군 적성면에 딱 하나 뿐인 대가초등학교에 다닌다. 병설유치원 3년 포함 5년째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대가초등학교는 초등학생 28명, 병설유치원생 4명이 다니고 있는 아주 작은 시골 학교다.

한결이가 살고 있는 면소재지인 하리에는 지금은 폐교가 된 적성초등학교가 있다. 2층으로 된 커다란 건물이 보여주듯이 가장 많을 때에는 800여명 학생들이 북적거렸다. 학생이 줄고 줄어 폐교가 된 지금 온 마을에서 초등학생은 단 2명이다. 그마저도 지금 6학년 어린이가 졸업하고 나면 내년에는 한결이 단 한명 뿐이다.

마을에 학교가 없으니 한결이는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고개 너머 대가초등학교에 스쿨버스를 타고 다닌다. 마을마다 한 두명씩 태우다 보니 학교 가는 버스는 30분여분 동안 시골길을 돌아돌아 간다. 이렇게 적성면 전체에서 모이는 학생이 초등학생 28명, 유치원생 4명이다.

한때 600명 다니던 큰 학교, 축구선수 송종국도 이 학교 출신

유한결 어린이 집 마당에서 피자를 구워 대가초등학교로 배달갈 준비를 하고 있다.
▲ 유기농 라피자 김우현+최종예 소셜쉐프와 유한결 어린이 유한결 어린이 집 마당에서 피자를 구워 대가초등학교로 배달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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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초등학교는 1941년에 개교를 했다. 올해로 77년이 된 오래된 학교다. 대부분의 시골학교처럼 이 학교도 한 때 많게는 600여명 아이들이 다니던 큰 학교였다. 일제시대에 개교하여 한국전쟁을 거쳐 한국사회의 근현대사를 모두 겪어낸 사연 많은 학교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도시에서 사회 각 분야에 있다. 유명한 사람도 꽤 된다. 국회의원, 군 장성, 대학교수, 법률가, 기업가까지. 다른 시골마을처럼 도시로 나가 성공한 이야기가 마을에 많이 회자된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축구선수 송종국이다. 2002년 월드컵 때는 학교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이 세워지고 군민이 모여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환호했다. 개교 이래 학교가 가장 떠나갈 듯한 시절이었다.

이 학교를 졸업한 70대 송원배 어르신은 회상한다.

"내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 교실이 없었지. 6.25가 터져서 교실과 마을이 모두 불타버렸어. 교실도 없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단 말이지. 스무살 때 군대 가며 외지로 나가 학교 사정은 잘 모르고 지금은 아이들이 너무 없어서 마음이 아퍼."

한편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 다른 많은 이들처럼 농촌을 떠나 도시살이를 하다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농사 지으며 두 아이를 기르는 40대 농부 이운영님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어요. 한 학년에 70~80명이 정도고 400명이 넘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8살, 6살인데 아이들이 모두 내가 다닌 학교를 다니죠. 근데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같이 뛰어놀 동갑내기들이 없어도 너무 없으니까요. 큰 아이네 반 학생이 4명인데 남자 아이는 우리 애 하나고 나머지 세 명은 여자 아이들이에요. 몇 명만 더 있어도 이렇게 미안하지는 않을 텐데요."

대가초등학교가 있는 대가리에서 나고 자라 젊은 시절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10년전 고향마을에 돌아와 농사짓고 있다.
▲ 마을 토박이 70대 송원배 어르신은 전쟁통에 교실없는 학교에 다녔다. 대가초등학교가 있는 대가리에서 나고 자라 젊은 시절 중동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10년전 고향마을에 돌아와 농사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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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에서 나고 자라 도시 직장생활을 하다 10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두 아이글 기르며 부모님과 농사짓고 있다.
▲ 두 아들이 대가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37회 졸업생 40대 농부 이운영님의 . 대가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에서 나고 자라 도시 직장생활을 하다 10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두 아이글 기르며 부모님과 농사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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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위가 다 논밭인 예쁜 마을, 오고가는 길이 즐거워요"

2학년 담임 선생님인 교직 8년차 이상우 선생님의 생각은 어떨까? 이상우 선생님은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교원 임용 첫 발령지가 단양이었다. 첫 4년은 단양 읍내 학교에서 근무했고 이후 4년은 대가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다.

"전 교직 처음 4년을 단양읍내 학교에서 근무했어요. 읍내 학교는 한 반에 서른명 가까이 되다보니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기가 어려웠어요. 이곳 대가초등학교에 오고 나서는 모든 것이 달라졌죠. 한 학년에 보통 대여섯 명 아이들이 있는데요. 아이들 하나하나 속사정을 다 알 수 있어요.

그만큼 제가 생각한 만큼의 사랑을 줄 수가 있어요. 또 학교 주위가 다 논밭인 예쁜 마을에 학교가 있다보니 학교 오고가는 길이 즐거워요. 학교 출근할 때면 마음이 상쾌하고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 즐거워요. 읍내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입니다."

그렇다. 도시에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력이 심심찮게 뉴스거리가 된다. 그 이유는 무얼까? 교사의 자질 때문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까닭은 교사의 근무환경이다.

과밀한 학급과 교사와 학생의 익명화된 관계, 과도한 행정업무 등은 교사를 만성 스트레스로 몰아가고 그 결과 학생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유발한다. 작은 시골학교에서도 행정업무에 대한 교사의 스트레스가 없진 않겠으나 학생과의 친밀한 인간관계가 교사의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젊고 의욕적인 이상우 교사에게 작은 시골학교의 존재 가치를 물어 보았다.

"시골학교는 농촌마을의 상징인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해야 하고요. 전 특색화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이 시골 작은학교에 있다고 봅니다. 학교가 작다보니 여러가지 새로운 교육실험들을 시골학교에서 할 수가 있어요. 시골학교는 학생수가 적다고 폐교되어서는 안되지요."

이상우 선생님이 맡고 있는 2학년에는 5명의 어린이가 있다. 작은 학교 작은 교실의 가치를 사랑하는 이상우 선생님은 올해 8년차 교사다.
▲ 갓 구워온 피자를 담임선생님께 드리는 유한결 어린이 이상우 선생님이 맡고 있는 2학년에는 5명의 어린이가 있다. 작은 학교 작은 교실의 가치를 사랑하는 이상우 선생님은 올해 8년차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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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교사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김병우 충청북도 교육감은 시골학교 지키기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5월 24일에는 단양에 방문하여 학부형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골학교 지키기를 역설했다. 또한 대가초등학교를 교장공모제 시범학교로 지정하여 교육실험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있다.

학생수가 적으니 시골학교 아이들은 행복하다. 한결이는 30명 학생 이름 전부와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들 이름을 안다. 양호 선생님, 영양사 선생님 이름도 알고 있다. 선생님들도 학생 전부의 이름을 알고 있다. 작은 공동체다.

방과후 학교놀이를 잠깐 빠져서 몸이 달은 한결이가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함께 먹을 라피자를 구워서 돌아왔다. 돌봄교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얘들아, 나 왔어. 피자 구워가지고 왔거든."

아이들은 한결이가 가져온 피자 간식에 신이 났다. 피자는 모두 세 판이다. 선생님들 드실 거 한 판, 1~2학년 거 한 판, 3~4학년 거 한 판. 체인점 피자맛에 길들여져 있던 아주 작은 시골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아담한 유기농 피자파티를 열었다. 라피자 소셜셰프 덕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한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부형 기자단입니다. 작은 시골학교 폐교에 반대하며 시골학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그:#라피자, #세월호, #팽목항, #백남기, #유기농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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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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