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마친 뒤 김무성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김무성과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개원 연설을 마친 뒤 김무성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여야 원내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할 것을 공언했다. 16년 만에 맞은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인정하고 민심이 주문한 '협치'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정작 국회를 향한 '주문'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 당시 야당의 강한 반발을 샀던 파견법 등 노동 4법의 조속한 통과를 재차 주문했다. "(북한의)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이라며 대북 정책의 기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19대 국회에서 처리된 크라우드펀딩법과 관광진흥법 등을 거론하며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민생과 직결되는 법안들이 좀 더 일찍 통과되어 국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국회가 국정을 발목잡고 있다'는 기존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해외순방 중 전자결제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청문회활성화 법'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재의해야 한다는 야권과 달리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청문회활성화 법'이 폐기됐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태도였다. 이 문제로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한 노력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즉, '협치'를 앞세웠지만 결론적으로는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모습을 찾기는 힘든 연설이었던 셈이다.

여야 3당 회담 정례화 공언했지만 내용은...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20대 국회는 상생과 화합의 전당으로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 서서, 나서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며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하고, 정쟁을 거둘 수 있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도 국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국정운영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여야 원내 3당 대표와의 정례 회담을 약속했다.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의 내용은 모두 정부의 현 국정방침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들이었다.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조선업을 거론하며 파견법 등 노동 4법 통과를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르는 보완대책을 꼼꼼하게 만들어 실직자, 협력업체,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시킬 것"이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개혁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노동시장의 선순환 구조와 사회안전망의 강화 없이는 구조조정의 성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중장년 근로자, 뿌리산업 근로자 파견근로가 허용되어야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근로자가 재취업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야당이 노동 4법 중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파견법에 대한 처리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었다.

'나쁜 일자리만 양산시킬 것'이란 야당의 반론에 대한 설득 작업은 "개혁의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두려워하거나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라는 원론적 주장으로 채워졌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미루거나 회피한다면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고 국가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국회가 협조를 해주신다면 기업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핵심 국정과제인 '규제개혁'에 대해서도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선진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 열쇠"로 규정짓고 국회의 전폭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네거티브 규제원칙, 규제프리존 등 새로운 규제프레임이 반영된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과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시기 바란다"라며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모두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권에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도발-대화-보상-재도발'이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성급히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며 "정부는 확고한 방위능력을 토대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 개원연설, 작년 시정연설의 재판" 우려 그대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사진 아래) 박근혜 대통령의 개원 연설에 호응하며 박수를 치고 있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사진 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개원 연설에 엇갈린 여야 반응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사진 아래) 박근혜 대통령의 개원 연설에 호응하며 박수를 치고 있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사진 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편, 야권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주문에 실망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권은 이번 개원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께서는 그동안의 다소 대결적이었던 자세에서 벗어나셔서 상생의 정치에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해주시기 바란다"라며 "야당과 국회를 존중하고 소통하며 타협을 이끌어내겠다고 해 주시고 여당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자제해서 여당 또한 야당과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겠다고 약속해달라"라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을 존중한다면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동 4법을 글자 하나 안 바꾸고 다시 발의하는 것 같은 일을 벌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성과연봉제에 대한 협조를 요구하며 20대 국회 개원연설을 작년 시정연설의 재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 "진정 협치를 원한다면 똑같은 내용을 들고 와서 이번에도 야당이 양보하라고 할 게 아니라 총선결과를 겸허히 인정하고 정부와 대통령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혜, #협치, #국회, #노동개혁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