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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퀴어문화축제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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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문화축제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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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여 자신의 성정체성을 긍정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2016년 퀴어문화축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의 공식 슬로건은 '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7회째를 맞는다. 행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1부 부스행사, 2부 개막무대, 3부 퍼레이드, 4부 축하무대로 구성된다.

성소수자들의 '명절'이라 불리는 퀴어문화축제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궁금해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질문에 응답하는 책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성소수자들은 왜 축제를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이들의 답변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행사

'"프라이드'라는 말로 대표되듯,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나 축제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차이 드러내기(가시화)와 자긍심이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성 정체성의 차이를 굳이 공공의 장소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체, 기질, 성향, 소속 등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다양한 차이들 중에서, 성소수자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의 차이 때문에 낙인(stigma)을 부여받고 정상, 보통, 자연스러움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이들의 차이는 종종 병리적인 것으로 간주되거나 죄악시된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차이를 숨기고 주류 사회의 양식과 규범에 따라 행동하고, 비규범적인 성의 실천을 철저히 사적인 영역에 제한함으로써 일상적인 차별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의 대가는 가볍지 않다. 개인의 정체성 중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성을 벽장속에 가둠으로써 자아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는가 하면, 제한되고 경직된 인간관계, 공공연하게 표현되는 혐오와 편견 앞에 느끼는 모멸감, 노출에 대한 공포와 자기혐오 등의 정신적 부담을 오롯이 져야 한다.

또한 소수자 개개인이 차별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은 주류 사회 구성원에게 그런 소수자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며, 따라서 소수자들 각각의 고립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온존시키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소수자들의 축제는 자신들  차이와 존재를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는 가시성(visibility)의 실천이며 집단적인 커밍아웃이라 볼 수 있다.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여기에서도 확인하는' 행사"인 축제를 통해 주류 사회는 평소 간과해 왔던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처음엔 막연히 성소수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일반인들도 성소수자들과의 일상적인 접촉이 잦아지면서 거부감이 차츰 사라지고, 나와 다르지만 '같은 동네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축제는 애초의 낯섦을 익숙함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편 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거리나 광장 등의 공적인 공간에 성소수자라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공공장소에 각인된 이성애 정상 가족 규범의 획일성에 저항하여 이질적이고 다양한 성적 주체를 드러내고, 성적 시민권을 주장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에게 노출과 그로 인한 차별에 대한 공포를 무릅쓰고 공공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자기 탐색을 요구하는 의식적인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드러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퍼레이드에서의 걷기는 단순한 이동으로서의 걷기가 아니다. 그것은 음지에서 나와 즐겁고 당당한 성소수자로서의 존재가 되어 가는(becoming) 자신을 확인하는 경험이며, 그것을 만천하에 보여 주는 작품적 행위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드러냄으로써 평소에 성소수자를 침묵시키는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 도전하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며, 차별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공동체를 추구하는 집단의 일원이 된다."

과감한 의상과 표현은 기존 젠더 질서에 대한 유쾌한 저항

"일각에서는 축제에서 보이는 현란한 의상이나 노출, 동성 간의 애정 표현등이 선정적이라거나 비도덕적이고,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화적인 방식으로 행해지는 집회와 결사, 의견과 표현의 자유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상관없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공공질서와 공중도덕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다.

사실 '공중도덕'이나 '불편함'이라는 감각 또한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것,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등의 이성 간의 애정 표현, 사회가 '아름답다'고 규정하는 여성의 신체 노출, 미디어에서의 성적 묘사 등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유사 행위가 성소수자에 의해 표현될 때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이 불편함은 상당 부분 규범적 이성애와 획일적인 젠더 이분법(애정표현은 이성 간에만 일어나야 한다, 남성은 남성다워야 하고 여성은 여성다워야 한다, 남성 중심의 이성애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신체에만 노출을 허용할 수 있다)에서 벗어난 표현에 대한 낯섦과 충격에서 온다.

성소수자들이라고 해서 일상적으로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행동이나 차림을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일상의 질서가 전복되고 의미와 상징을 통한 소통이 일어나는 축제의 장에서 기존의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대로 기존의 도덕관념이 과연 사회 성원 모두에게 공정한 것인가, 다수의 '편함'을 위해 소수자들의 권리나 실존을 희생하는 사회는 윤리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축제라는 특수한 시간-공간 안에서는 일상적으로 당연시되던 질서에 의문이 제기되며, 왁자지껄한 유희의 장에서 다양한 의미가 교차하고 충돌이 일어난다. 일상적이지 않은 표현들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은 그 불편함에 대한 대화와 성찰을 통해, 보다 포용적이고 열린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2016년 퀴어문화축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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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문화축제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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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소수자, #퀴어, #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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