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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오 구청장 구명, 중소상인 살리기 주민대책위가 지난 2012년 8월 8일 저녁 울산 북구 화봉동 사거리에서 시민집회를 열고 있다
 '윤종오 구청장 구명, 중소상인 살리기 주민대책위가 지난 2012년 8월 8일 저녁 울산 북구 화봉동 사거리에서 시민집회를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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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7일, 독립운동가와 민주화 운동가들의 가족들이 옥바라지하기 위해 머물렀던 이른바 옥바라지골목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구본장여관 강제철거를 중단시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울산 북구 주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재개발 인가를 얻은 조합과 롯데건설측이 철거를 진행하자 박 시장이 "더이상 공사는 없다, 내가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며 공사를 중단시킨 것을 두고서다(관련기사 :  박원순 "내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강제철거는 없다").

박원순 시장의 이같은 조치는 반대주민들, 시민단체, 역사학계 등이 개발논리에 맞서 옥바라지골목 골목원형 보존을 요구하며 투쟁해 온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 울산에서 비슷한 사례를 겪었던 북구 주민들이 향후 추이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앞서 지난 2010년 울산 북구에서는 대형마트를 유치하려는 조합측에 반발한 중소상인들이 "더 이상의 대형마트 건립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당시 윤종오 북구청장(현재 울산 북구 국회의원)은 이를 받아들여 대형마트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하지만 이후 울산 북구청장은 조합측으로부터 고소당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수 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까지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울산 북구주민들은 '박원순 시장은 과연 괜찮을 것인가'라는 우려와 함께 '서울시장과 지역 지자체장의 영향력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라는 의견도 개진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 옥바라지골 철거중단, 몇 년 전 울산 북구에서는...

지난 2010년, 전 세계 545개 지점에 53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등록돼 있는 미국 최대 회원제 창고형 할인유통업체인 코스트코(Costco)가 울산 북구 진장동 진장유통단지에 진출을 서두르자 지역 중소상인들이 "골목상권이 붕괴된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그해 8월 24일, 코스트코를 유치하려는 지역의 지주 등으로 구성된 조합측은 관할 울산 북구청에 건축허가 심의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2개월 전 '골목상권 지키기'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윤종오 구청장은 이후 수차례 건축허가 심의를 반려했다. 당시 인구 18만여 명인 북구에 이미 4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 포화상태인 점도 감안됐다.

이에 조합측은 2011년 5월 북구청 상급기관인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에 건축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울산시 행정심판위는 그해 7월 코스트코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윤 구청장이 여전히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자 조합측은 곧바로 북구청을 상대로 법원에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가 하면 윤 구청장을 직권 남용, 고소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후 검찰은 윤종오 북구청장을 소환조사한 후 불구속 기소했고 그해 12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에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는 물론 전국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이 탄원서에 서명했는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명에 동참했다(관련기사 : 박원순 시장 등 '구청장 선처' 탄원에 법원 답할까).

당시 중소상인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는 '소규모 점포와 재래시장 등 골목상권이 몰락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구청장이 그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한 것', '손해배상금액은 조합측이 만약 건축허가를 일찍 받았다면 임대료와 이자의 수입을 얻을 것으로 추측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윤종오 구청장은 10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민사 소송에서는 북구청과 함께 연대해 5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받았다.

사회적 약자를 지키려던 구청장이 오히려 고통받고 거액의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줄 처지에 처한 것을 똑똑히 봐온 울산 북구주민들은 최근 비슷한 사례가 서울에서 벌어지자 박원순 시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내가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면서 재개발 공사를 중단시킨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울산 북구주민들이 궁금해 한다.


태그:#옥바라지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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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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