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일 낮 일본 시가현 오츠시 갤러리 가라하시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12일부터 17일까지 야마오 아틀리에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평소 바쁘게 생활하시는 할머니들이 모여서 그린 그림 30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다섯 분이 한 해 동안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 전시장 안입니다. 비록 넓은 전시장이 아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림 전시장 안입니다. 비록 넓은 전시장이 아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 박현국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일 것입니다. 글자의 발명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5천년을 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굴에 남긴 벽화는 만년을 넘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암벽에 그림을 그린 것은 단순히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 뿐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이나 특징적인 것을 보고, 그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그림으로 그려서 마음속에 영원히 새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멋진 풍경이나 생활 속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을 고마워하면서 기록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다만 사람이 눈으로 보는 멋진 풍경과 그림으로 다시 그려서 만나는 세계는 서로 다릅니다. 그렇지만 색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시간의 지배를 받습니다.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것도 잊혀지고, 지나가고, 늘 새로운 경험과  세계를 만납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붙잡아 두고자 하는 희망이 그림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과일이나 푸성귀, 그리고 늘 반복되는 경치들입니다. 순무 그림은 오쿠타 히로코 씨가 그렸습니다.
그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과일이나 푸성귀, 그리고 늘 반복되는 경치들입니다. 순무 그림은 오쿠타 히로코 씨가 그렸습니다. ⓒ 박현국

색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과 마음이 그림입니다. 비록 인간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세계가 그대로 재현될 수는 없지만 색깔을 선택하고, 붓을 놀려 아름다운 모습을 정지 상태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할머니들은 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는 소재를 활용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비록 한낱 푸성귀이고, 먹거리이고, 과일이지만 그들이 가진 생명력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고마워하는 마을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이런 것들이 그림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 역시 땅 위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시가현 할머니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신들이 느끼는 아름다움과 고마움을 색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림 소재 역시 생활 속에서 늘 만나는 것들입니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생활 속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전시장은 비와코 호수 물이 세타가와 강으로 빠져나가는 나카노지마 섬에 있습니다. 세타가와 강을 가로지르는 가라하시(唐橋) 다리입니다. 오래전 백제 사람이 처음 이곳에 다리를 놓았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비와코 호수 물이 세타가와 강으로 빠져나가는 나카노지마 섬에 있습니다. 세타가와 강을 가로지르는 가라하시(唐橋) 다리입니다. 오래전 백제 사람이 처음 이곳에 다리를 놓았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츠시 갤러리 가라하시#야마오 아틀리에#오쿠타 히로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