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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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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국민의당 당선자)과 인터뷰한다"고 말했더니, 주변 기자들이 "최경환(새누리당 의원)이 요새 인터뷰를 해?"라며 놀라워한다. 최경환 국민의당 당선자(광주 북을)는 '친박 좌장'이라 불리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동명이인이다. 최 당선자는 2012년 대선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새누리당 모 의원에게 '이런이런 문제를 잘 해결했습니다'라고 문자가 왔다. 이름을 착각하고 최 의원이 아닌 내게 문자를 보낸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희호 여사를 찾아왔을 때, 제가 박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비밀을 많이 압니다. 가끔 문자가 옵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한바탕 웃더라. 근데 (방문 마치고) 돌어가서 난리가 났다더라. 동교동에 문자 보낸 사람 누구냐고(웃음)."

유쾌하게 에피소드를 말했지만, 최 당선자는 "야권의 반박근혜 민생연합"을 내세우고 있다. 11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최 당선자는 "나는 야권의 단결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당 대 당 통합은 지금으로선 이야기할 단계도 아니고, 되지도 않을 일이다.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연합은 1997년 대선의 'DJP 연합'의 모양새와 가깝다. "다당구도에서 연합정치의 묘미를 살려나가는 게 시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최 당선자는 "국민의당과 더민주는 튼튼히 협력해 성과를 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쌀 세 가마니 있는 사람과, 한 가마니 있는 사람이 합쳐봤자 네 가마니다. 그런 식은 안 된다"라며 "(야권은) 각자의 밭을 갈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최 당선자는 한때 당내에서 거론됐던 '새누리당과의 연정론'에 혹평을 가했다. 그는 "(호남 민심은) 지금은 어떻게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황당하지 않겠나"라며 "물론 새누리당과 협력할 게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방점을 잘못 찍고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래는 지난 11일 최 당선자와 김대중평화센터에서 만나 나눈 인터뷰 일부 내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최 당선자는 지난 1월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작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간 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그의 옆을 지켰다. 선거 직전에는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을 맡아 왔다.

"당 대 당 통합 안 돼, 다당 구도 연합정치 살려야"

- 최근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이 연일 국민의당에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자주 하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셨고, 지금 이희호 여사를 모시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 문제를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만, 김홍걸 위원장이 지금과 같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왜 그걸 모르는지 조금 안타깝다. 또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문재인 전 대표나, 더민주 지도부가 김홍걸 위원장을 앞세우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 정권교체를 위해서 야권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통합이 필연적이라고 벌써부터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3자구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지금은 자기 밭을 열심히 갈아야 할 때다. 쌀 세 가마니 있는 사람과, 한 가마니 있는 사람이 합쳐봤자 네 가마니다. 그런 식은 안 된다. 일단 자기 밭을 갈아 생산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다가 여론을 봐 가면서 연합 문제를 논의해 나가야 한다. 나는 야권의 단결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당 대 당 통합은 지금으로선 이야기할 단계도 아니고, 되지도 않을 일이다.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

- 여야 1 대 1 구도로 가면 패배한다는 얘기인가.
"1 대 1 구도로 가게되면 또다시 극단적인 양대 진영이 뭉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다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 20대 총선 결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되는 표밭 구도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분석도 있는데. 
"해소까진 아니고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하지만 대선에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다시 '기울어진 운동장'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다양한 정치적 욕구가 존재하는 사회로 변한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DJP연합의 경험도 있으니, 다당구도에서 연합정치의 묘미를 살려나가는 게 시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더민주는 튼튼히 협력해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국민의당 최경환 당선인(광주 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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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P 때도 그랬듯, 연합이라고 해도 결국 야당의 후보는 1명이고 여야 1 대 1 구도가 되는 게 아닌가.
"(야권) 후보는 하나겠지만 당 대 당 통합과 연합은 다르다. 그런데 지금 연정론, 대선 이야기 하는 건 좀 이른 거 같다. 급한 것은 신기에 가까운, 마술과도 같은 국민들의 선택에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해야 한다. 원내기획부대표로 임명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민주화운동(아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이야기했다. 이런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렇게 권력을 주니 일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우리 정치의 문제는 청와대 권력 때문이다. 국민의당, 더민주, 새누리당 모두 예전에 비해 이념적, 정책적 차이는 좁혀졌다고 본다. 문제는 청와대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처럼 어버이연합과 같은 관제데모 뒤에 숨어서 고집부리고 소통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 대한민국도, 대통령도 불행할 거다.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야당과 호남의 역사와 화해하고 소통한다는 상징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얼마 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는) 내 선을 넘었다'라고 말했다더라. 이 말은 청와대가 그 문제를 틀어쥐고 있다는 거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고집으로 일관한다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협조도 받지 못할 것이다."

"5.18 왜곡·비하 금지법 만들고 싶어"

- 지난 1월 탈당할 때 "안철수 공동대표와 함께 김대중, 노무현 세력을 통합하는 데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합당의 의미보다 단결, 같이 가야한다는 의미로 이야기한 거다. 그 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김노' 이외의 외연확장도 필요하다. 제 역할은 전국적으로 김대중 세력을 통합해 내년 대선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대선 땐 김노 프레임 외의 세력도 필요하다. 안철수 공동대표도 이에 포함되기 때문에, 외연 확장을 위해 중요한 사람이다."

- 국민의당이 밭을 잘 갈 수 있을까. 호남의 지지와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지지층도 있는데 이 두 세력은 너무 상반된다. 외연확장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당 내에서 정체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호남 유권자들은 김대중, 5.18, 햇볕정책 등을 가치와 정서로까지 생각한다. 그런 것을 건드려선 안 된다. 확고히 붙들고 가야 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새누리당과 함께 할 수 있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호남 유권자 입장에선 황당하다. 지금은 어떻게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황당하지 않겠나.

물론 새누리당과 협력할 게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방점을 잘못 찍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당 입장에선 더민주, 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 연합정치를 구상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반박근혜 민생연합'을 구축해야 한다."

- 임기가 시작되면 어떤 법을 만들고 싶나.
"아무래도 관심있는 분야는 호남의 문제다. 특히 5.18을 왜곡·비하하는 사람들이 요새 너무 많잖나. 유럽 여러 나라에선 나치를 찬양하는 걸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5.18과 광주를 향해 홍어니, 북한 특수부대라고 하는 등 왜곡·비하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 지역차별금지법을 구상하고 잇다. 헌법에도 지역차별을 금지하고 있잖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추진해보고 싶은 법안이다.

호남 출신이다 보니 비호남인들은 느낄 수 없는 절박한 감정이 있다. 전남대에서 2년 동안 강의를 했었는데, 학생들이 이중 고통을 겪고 있더라. 전남대면 호남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오는 대학 아닌가. 그런데 지방대생이고, 더군다나 호남 출신이라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더라. 이게 얼마나 한스러운 이야기인가."

-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이름이 같다. 각 의원의 본회의 표결 상황을 보여주는 본회의장 전광판에 이름을 표시하는 문제도 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지.
"국회 사무처에서 방안을 낼 거 같은데 모르겠다(웃음). 다선 의원이 한글을 쓰기로 결정하면 초선 의원은 한자로 쓰는 게 관행이라던데, 나는 그냥 한글로 쓰겠다고 해놓은 상황이다. 얼마 전엔 기자들에게 '제가 총리(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전 직책 '부총리'를 빗대는 말)님 마크맨입니다' 문자가 오더라(웃음)."

*<최경환 국민의당 당선자 인터뷰 (상)>


태그:#최경환, #국민의당, #당선자, #박근혜,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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