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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 학교 측이 지난 5일 저녁 이삿짐 차량과 인력을 동원해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칸에 대한 임시 이전 조치를 사실상 강제로 집행하려다 세월호 유가족들에 의해 저지당하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이 같은 학교 측의 움직임에 대해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 형제자매와 단원고 졸업생, 416대학생연대(준)이 8일 오전 11시 안산 단원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의 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교실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깨고서 미리 교실을 이전하려는 학교 측의 행위는 부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4.16가족협의회와 경기도·경기도의회·경기도교육청·안산시·안산교육지원청·단원고등학교는 지난 4월 27일 '기억교실' 이전 등 단원고 교육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고 오는 9일 협약식을 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협약식이 있기 전에 단원고 측에서 교실 임시 이전 조치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8일 오전 찾아가 살펴본 단원고 존치교실 내부 모습
 8일 오전 찾아가 살펴본 단원고 존치교실 내부 모습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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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학교 당국, 전시행정 그만"

416대학생연대(준)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협약을 깨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라면서 "일방적 교실 철거 준비로 논란이 되자 단원고 측은 변명을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그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학년 4반 김웅기 학생의 형 김인기씨, 2학년 5반 박성호 학생의 누나 박예나씨가 읽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의 변화를 추구하는 형제자매 성명서'를 통해서는 "며칠 전 단원고등학교에 다니는 형제자매를 포함한 재학생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자신의 짐을 챙겨가라고 했고 어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5월 6일부터 8일 사이에 교실을 이삿짐 차에 실어 없애려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로 문제를 풀기 위한 5월 9일 협약식을 앞두고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았고 학사일정 외에 중요한 것이 없는 것처럼 긴 연휴에 우리의 형제자매들의 유품을 옮기려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이는 당신들이 죽인 우리의 형제자매들의 생명에 대한 무례함이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한 증거에 대한 모독이고 우리들에게 칼날과 같은 아픔이었다"라면서 "단원고등학교 측의 정중한 사과를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8일 오전 단원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416대학생연대(준)
 8일 오전 단원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416대학생연대(준)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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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6기 졸업생 최승원씨가 읽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는 졸업생 성명서'를 통해서는 "이제 교실 이전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라면서 "그래도 교실이 이전될 때까지 최소한의 예를 지켰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편한 것을 가리고 조금이라도 그 비용이 들 것 같은 건 배제해버리고자 한다면 당연히 416교실은 어서 치워야 하는 걸림돌이 된다"라면서 "그러나 우리가 바른 교육의 지향점을 교실에서 찾을 수 있다면 교실은 역사적이고 자랑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16대학생연대 준비위원회 장은하씨, 고대 총학생회장 박세훈씨가 읽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는 연대 성명서'에서는 "최근 단원고 학교당국의 일방적인 추모교실 철거 움직임은 아직 밝혀지지 못한 세월호의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잊지 않았다면, 뼈저린 반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지금과 같은 관료적 전시성 행정이 다시 부활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가기 위해 단원고부터 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연대 성명서에는 마지막으로 "단원고 학교당국이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협의들을 더욱 진정성 있게 대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단원고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교장·교감·교무부장 등 학교 관계자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9일 협약식 이후 단원고 존치교실 영구 보존 방안 모색

존치 교실 문제 합의를 담은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육 정상화 협약은 9일 오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 27일 경기도지사실에서 7개 기관장(교육감, 경기도지사, 경기도의회 의장, 안산시장, 안산교육장, 단원고교장,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이 모여 협의를 갖고 5월 9일 안산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단원고 교육정상화 관련 협약식을 갖기로 한 바 있다. 협약의 세부 내용은 사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기관간 합의됐다.

이들 기관들은 존치교실 관련 3차 협의회에서 만든 '제안문'을 토대로 단원고 존치교실 내 책걸상 등 '기억 물품' 등을 안산교육지원청 강당에 원형 그대로 임시 이전하고, 단원고 앞에 교육원이 건립되면 영구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존치교실 내부
 존치교실 내부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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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교실 내부모습
 존치교실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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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교실 반 명패
 존치교실 반 명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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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교실내 칠판
 존치교실내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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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8일 기자회견 직후 올라간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단원고 교실 10칸(존치 교실)에는 각종 선물과 추모의 메시지 빼곡하게 자리한 채 세월의 이끼를 더하고 있었다. 학교 측은 이전을 대비하려는 듯 공사 자재를 실어다놨고, 1학년 일부 교실은 연휴를 맞아 개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단원고, #존치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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