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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택동, 장개석
모택동, 장개석 ⓒ 이상옥

진열대
거인 두 얼굴
나란하다
- 이상옥의 디카시 <신정국제공항 구내서점에서>

역사의 두 거두가 신정국제공항 구내서점 진열대에 나란히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 26일 중국 정주에 입국하여 3월 31일 중국 청명절 공휴일도 이용할 겸 해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정주의 신정국제공항 내에 구내서점이 규모 있게 자리를 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었지만, 진열대에 모택동과 장개석의 평전이 나란히 놓여 있어 신기했다. 서점 종업원에게 촬영해도 좋으냐고, 동의를 구하니 흔쾌히 그러라고 해서 서점 외부와 내부를 자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중국 통용 화폐 인물상의 주인공은 모택동

왼쪽은 모택동, 오른쪽은 장개석이다. 두 거두는 역사적 라이벌이다. 국민정부의 장개석과 공산당의 모택동이 내전을 벌였는데, 국공합작으로 일시적으로 협력도 하는 듯했지만, 치열한 전투를 이어 갔고, 결국 모택동이 장개석에게 최후의 승리를 거뒀다.

모택동은 1949년 10월 1일 북경 천안문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하고, 같은 해 12월 10일 장개석은 대만으로 도피해 중국 대륙을 내어 주는 대신 국민당 지도자들과 함께 대만으로 옮겨 갔다.

모택동은 중국 대륙 통일 위업을 달성한 9인 중의 1인으로, 중국에서는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다. 현재 중국에서 통용되는 화폐 100위안, 50위안, 20위안, 10위안, 5위안, 1위안의 인물상이 모두 모택동이고, 천안문 광장에는 모택동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기도 하다.

물론 장개석은 대만에서는 국부로서 각별한 존경을 받는다.

 신정국제공항 구내서점 바깥 풍경
신정국제공항 구내서점 바깥 풍경 ⓒ 이상옥

  규모를 제법 갖춘 신정국제공항 구내서점.
규모를 제법 갖춘 신정국제공항 구내서점. ⓒ 이상옥

 서점에서 고흐를 표지로 한 화집 한 권 구입했는데, 장정이 견고하고 세련되어 놀랐다.
서점에서 고흐를 표지로 한 화집 한 권 구입했는데, 장정이 견고하고 세련되어 놀랐다. ⓒ 이상옥

모택동과 장개석뿐만 아니라 영웅호걸이든 필부든 언젠가는 생을 다하게 되고 역사적 평가대 위에 놓인다.

일제의 무조건적인 항복 이후 중국이 모택동과 장개석의 내전으로 격동기를 보냈듯이, 한국도 중국 못지않게 남한 내의 좌우 갈등과 아울러 남북분단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은 두 말할 여지도 없다.

물론, 그 시대를 살았던 이승만, 박정희 등 격동기의 지도자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처음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화마을 찾아가봤다.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는 봉화마을에는 노무현을 추모하는 발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당대보다 후세에 더 높은 평가를 받은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다.  

역사의 거인들도 인간이기에 명암이 없을 수 있겠는가.

오늘의 중국이 G2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등소평이라는 지도자의 역할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등소평은 모택동에게 두 번이나 추방됐던 피해자였지만, 등소평은 모택동의 업적이 70%, 과오가 30%라고 평가하며 그 토대 위에서 개혁·개방을 주도하여 G2 중국이 있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진영 논리

오늘 대한민국은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객관적이지 못해 보인다. 아마 진영의 논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치 '업적 100%, 과오 0%'인 것처럼 신화화하는가 하면, '업적 0%, 과오 100%'인양 역사의 죄인으로 매도해버리기도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모택동#장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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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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