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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두환이 12.12 쿠데타와 5.18 계엄확대로 실권을 잡은 뒤 국회를 해산하고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전두환 정권의 탄생에 공을 세웠다. 그해 전두환에게서 보국훈장 천수장을 받았고, 1981년과 1985년 총선에서 전두환의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발탁되어 정계에 진출했다. 노태우 군사정권에서는 보사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로하고 청조근조훈장을 받았다. 전두환·노태우의 민정당이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을 만들자 1992년 민자당 소속으로 역시 전국구 의원이 되었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은 한 번으로 족하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은 한 번으로 족하다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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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집권 뒤 처음 야인 생활을 하던 그는 갑자기 당적 변경에 나섰다. 당시 여당이 두 번 연속 집권하자 2004년 새천년민주당으로 옮겨 비례대표 의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등장으로 민주당이 소수 야당에 그치자 그의 존재감은 또 다시 상실되었다. 그러자 그는 2011년 또 다시 여당으로 당적을 바꾸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그는 2012년 9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복한 탓인지 박 대통령 당선 뒤 토사구팽의 대표적 인물이 되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던 그는 드디어 2016년 야당에 영입되어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2016년 총선의 공천권을 장악해 친위 세력 구축에 성공했다. 본인 스스로 남성 비례대표 1순위가 되어 2017년 대선을 향한 질주를 앞두고 있다.

# 비극 1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 조력자에서 2016년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주인공, 그는 바로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다. 무려 36년 동안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만 5차례를 하고 있는 반신반인의 능력을 보유한 탁월한 인물이다.

김종인의 '새정치 약속'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새정치 약속' 발표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김종인의 '새정치 약속'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새정치 약속' 발표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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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여야를 넘어 중책을 맡게 된 배경에는 소위 '경제민주화' 논리가 있다. 1960년대 자본주의 발전 이래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로 일관해온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는 대단히 중요한 안티테제다. 실제 그는 노태우 정부에서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매각을 추진하고 재벌의 업종전문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벌써 25년 이상이 흘렀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 양극화는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고, 세계경제 또한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넘어 기업과 가계,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노동의 문제까지 포괄하는 복지국가 문제가 전면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집권을 하겠다는 제1야당이 진보 개혁 성향의 복지와 노동 전문가들을 제쳐두고 25년 전의 인물을 다시 소환한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일 수밖에 없다.

# 비극 2
김종인 대표는 단순한 구시대 인물일 뿐만 아니라 보수 여당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왔다. 그의 주변 인물들은 진보 개혁 성향의 야권보다는 보수 여당에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의 경제민주화 논리 역시 기존체제 유지를 기본으로 재벌의 곁가지를 치는 보수 성향을 띠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3김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이래 가장 강력한 절대 권력을 넘겨준 것은 이미 야당의 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다. 실제 야당의 대표가 된 그는 조중동과 비주류의 논리에 편승해 소위 '친노친노무현·운동권'을 치고, 그 자리를 여당 성향 인사들로 채워버렸다. 제1야당이 급속히 여당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영입했고 일부 개혁 성향 인사들이 살아남았다는 이유, 선거가 임박해 다툴 시간이 없다는 논리, 무조건 여당을 이기면 된다는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까지 겹치며 제대로 반박조차 못하는 것이 현 제1야당의 실정이다.

문재인 대표 시절 그토록 시끄럽던 비주류는 뒤에서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다. 이런 식이면 20대 국회는 여야 간의 구도가 아니라 진박 대 비박 간의 구도가 되고, 진보 개혁적 정치세력은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점이 또 하나의 비극이다.

'노무현을 넘어선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반발감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노 대통령이 해방 이후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자신들의 지위에 도전했던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은 물론 사후까지 온갖 모욕을 일삼으며 줄기차게 공격했고, '친노'라는 낙인을 찍어 그 후예들의 집권을 철저히 막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의 후예를 자처하는 자들은 이념적 모호성으로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끊임없이 잠식하고 있다. 그 결과 이대로는 노무현이 다시 살아 돌아와도 쉽지 않다.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는 세력에게 포로가 되는 건 한 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넘어선 노무현'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참여사회>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 글을 쓴 이용마님은 MBC 해직기자입니다. 정치학 박사이고,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입니다.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경제민주화#국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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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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