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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동갑내기 동료 한 명은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고, 아이를 일찍 낳았다. 27세에 벌써 큰 아이 돌잔치를 했으니 남들보다는 조금 이른 워킹맘 생활을 경험했다. 그녀는 종종 아이를 데리고 주말 근무를 했고, 아기를 업고 회의에 참석했다. 주말이 낀 워크숍이라도 있으면 아이 볼 사람이 없다며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에 오기도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남편 해외출장까지 겹쳐서 새벽까지 아이를 혼자 두기도 했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에 있어 휴일 근무 때 친정엄마한테 아이를 부탁했다가 늦게 올라오시느 바람에 잠자는 아이 옆에 과자봉지를 놓고 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나중에 친정엄마가 와서 보니 현관 문앞에서 과자봉지를 들고 울고 있더라는…. 당시 큰 아이가 5살이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지….

나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지 않았다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출근해도, 아이를 데리고 주말 워크숍에 참여해도, 아이에 관해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도, 그냥 그녀는 내겐 동료였고, 머릿속으로만 공감했지 가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제는 아이를 데리고 주말에 출근한다. 아이를 데리고 회의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유모차에서 아이를 재우고 일하기도 한다.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난다"라는 동기의 말

 주말에 출근 후 회의실에서 나는 일하고, 아이는 놀았다. 이 사진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더니 입사동기는 '옛날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왜 워킹맘의 현실은 변하지 않는걸까.
 주말에 출근 후 회의실에서 나는 일하고, 아이는 놀았다. 이 사진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더니 입사동기는 '옛날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왜 워킹맘의 현실은 변하지 않는걸까.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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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다. 그 사진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더니 그녀의 댓글….

"내 옛날 생각이 나서, 너무 가슴 아파서 눈물이 난다."

같은 처지의 워킹맘이어서 공감할 수 있는 사진과 사연들…. 그녀의 댓글을 받고, 내가 젊었을 적 그녀에게 많이 공감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야 철이 들었음이다.

그녀는 올해 차장 진급도 했다.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능력도 있고 인정도 받는다. 그 사이 큰 아이는 커서 중학생이 돼 사춘기를 겪고 있고 터울이 좀 있게 낳았던 둘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한 그녀의 카카오스토리엔 이런 글귀가 담겨 있었다.

"나 이제 애들 다 키운 것 같다. 나, 너무 수고했어. 박수 짝짝짝…." 

이번엔 내가 공감 백배다.

혹자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워킹맘들을 안 좋게 볼 수 있다. 만약 주변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워킹맘이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어머니나 딸이라고 생각해주길…. 아이를 데리고서라도, 아이를 업고서라도 일을 유지하고 싶다는 워킹맘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브런치 에도 실렸습니다.



#워킹맘에세이#주말출근#워킹맘육아#육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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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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