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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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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을 했었는데요."

3월 3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한국은행도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도록 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 2년을 맞아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이 총재는 간담회 끝날 즈음에 '어제(29일) 새누리당 경제 공약에 대해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새누리당 경제 공약은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지난 29일 그는 새누리당 총선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 완화'를 제시했다.

새누리의 노골적인 중앙은행 흔들기... 돈 찍어서 기업 지원하라?

그러면서 강 위원장은 아예 한국은행의 행보에 불편한 심기도 내비쳤다.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에만 매달리지 말고, 시중 자금이 막혀있는 곳에 통화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한국판 통화 완화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한 것. 한마디로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서, 기업 등에 지원하라는 것이다.

이는 총선을 앞둔 여당이 중앙은행을 상대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노골적으로 주문한 셈이다. 한은 주변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같은 공약에 대해 애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7대 주요 경제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7대 주요 경제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무성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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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새누리당의 공약은) 한국은행이 구조조정 다음에 가계부채 등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은행도 경제 활력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권의 경기활성화 요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미 지난 2월 간담회 자리에서도 "통화정책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도 "통화 정책에 대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행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라고 회고했다.

이주열 총재가 양적 완화를 거부한 이유 두 가지

이 총재는 이어 "우리 경제 상황이 여러가지 면에서 선진국과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따라가긴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

그가 밝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상황 때문에 기준금리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현재 우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기축통화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달러화, 유럽의 유로화, 일본의 엔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총재는 "우리의 정책 기조 완화로 자칫 자본 유출의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지난 1, 2월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더더욱 그래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이 총재의 오늘 발언을 보면, 사실상 새누리당의 공약을 완곡한 어법으로 거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의 공약을 실천하려면 현행법(한은법)을 고쳐야 한다"라면서 "재경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위원장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대로 낮추겠다고 했다. 정부가 목표로 삼은 3%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중앙은행 총재가 인정한 것이다. 한은은 다음달 1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태그:#이주열 총재, #한국은행, #총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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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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