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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특별한 작가'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이상엽 작가. 현재 일우스페이스에서는 수상 기념전 <변경의 역사>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다.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특별한 작가'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이상엽 작가. 현재 일우스페이스에서는 수상 기념전 <변경의 역사>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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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고 어슴푸레한 북일곶 돈대에서 갯벌을 내려다본다. 오래 전 이곳에서 외로이 불침번 섰을 병사가 되어 본다. 여장 틈 사이로 본 '변경의 역사'는 그저 저 지평선 너머로 소멸하는 모든 것들의 끝자락마냥 아른 거린다. 하지만 죽어간 모든 것들과 태어날 모든 것들이 이미 이 시공간에 나와 함께 있다."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특별한 작가'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이상엽 작가의 말이다. 현재 서울 서소문 일우스페이스에서는 작가의 수상을 기념한 <변경의 역사> 전시회가 지난 달 25일부터 열리고 있다.

작가가 다룬 주제는 강화도 돈대다. 돈대는 요즘으로 말하면 돌로 쌓은 해안 방어진지다. 돈대가 들어선 시점은 숙종 5년인 1679년. 당시 숙종은 관병과 승려 1만 5000명을 투입해 48개의 돈대를 축성했다.

사실 돈대의 역사는 서구 열강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아픈 역사와 겹친다. 그리고 돈대는 서구 열강과 조선이 만나는 지점으로 기능했다. 이양선은 17세기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다 1866년 병인양요를 시작으로 1871년 신미양요, 1875년 운요오호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고, 이로 인해 돈대는 방어기지 역할을 상실했다. 돈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또 몇몇 작품들에선 한반도 분단 상황이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작업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연미정이라는 양반집 마당에 세워진 월곶돈대. 돈대 여장 너머로 근무하는 초병과 조강, 그리고 황해도가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겹의 경계가 존재한다. - 이상엽 작가
 연미정이라는 양반집 마당에 세워진 월곶돈대. 돈대 여장 너머로 근무하는 초병과 조강, 그리고 황해도가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겹의 경계가 존재한다. - 이상엽 작가
ⓒ 일우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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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현실의 사회적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단, 해병대가 점유한 공간은 북쪽과 맞닿아 있어 쟁점 현안을 떠올릴 수는 있겠다. 그러나 나는 '돈대'라는 역사적 오브제를 통해 역사이든 시간이든 우리 사회는 그 어떤 의미에서도 과거와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과연 우리는 돈대로부터 지금까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국가인가?"

"다큐 장르 형식 깨뜨리고 싶어"

이상엽 작가는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사회평론 길>을 시작으로 줄곧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왔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주인공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작가에게 이유를 물었다.

"바깥에서는 '스타일이 변했다', 혹은 '과거와 차별화됐다'고 말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 자신은 똑같다. 공간 자체에 사람이 없었고, 난 이를 수용했을 뿐이다. 주인공은 돈대라는 공간 자체, 그리고 내가 돈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작가는 전시회 개막 이후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다큐사진의 한계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소재'가 아닌 '형식'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없이 다양한 인간 삶에서 소재가 줄어들 수 있나? 문제는 형식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형식적 한계를 깨뜨려 보려 한다. 그래야 나름대로 예술이라 하겠는데 이 일이 참 힘들다."

 이상엽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이상엽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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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치면서 작가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졌다. 이제 작가의 나이도 오십 줄에 접어들었다.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 남은 활동 기간 동안 이루고 싶은 필생의 작업이 있는지 물었다. 작가의 답은 의외였다.

"필생의 작업? 그런 건 없다. 현장을 누빌 수 있는 시간은 10여 년 정도로 본다. 그런데 그때까지 어떤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저 당대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끊임 없이 작업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이런 문제도 당대를 말한다. [작가는 올 가을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와 작품집을 낼 계획이다 - 기자 주] 또 당대 현실이 어떤 문제에 봉착한다면 이를 어떻게 기록하고 해석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이상엽 작가#일우스페이스#변경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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