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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선보인 갤럭시S7(오른쪽)와 갤럭시S7 엣지.
 삼성전자가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선보인 갤럭시S7(오른쪽)와 갤럭시S7 엣지.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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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뛰어넘을 신의 한수는 없었다. 삼성전자는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새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 S7'과 '갤럭시 S7 엣지'를 선보였다. 모처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벗어나 특급 호텔로 장소를 옮겼지만, IT(정보기술)쪽 취재진들은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두 번째 대국을 벌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로 발길을 재촉했다.

알파고 대국에 묻힌 삼성전자 갤럭시S7 출시 행사

삼성전자가 앞서 지난달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미리 공개한 탓도 있지만, 갤럭시S7은 전작과 비교해서 새로울 게 없었다. 금속과 강화유리를 사용한 일체형 케이스부터 갤럭시 S6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고, 삼성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방진·방수 기능을 비롯해 듀얼픽셀 이미지센서, 삼성 페이, 가상현실(VR) 액세서리 등도 새로울 게 없었다. 오히려 지난 갤럭시 S6에서 없앴다 호된 비판을 받았던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되살린 게 가장 눈에 띌 정도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서 없앴다 갤럭시S7에서 다시 도입한 확장 메모리.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서 없앴다 갤럭시S7에서 다시 도입한 확장 메모리.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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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 반응도 시큰둥하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 4일 일제히 갤럭시S7 예약 판매를 시작했지만 갤럭시S6에 비해 예약률이 60~70%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우려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전 세계를 돌아봤는데) 예약 주문 숫자가 기대 이상이고 내일 한국뿐 아니라 50여 개국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면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 볼 수 있을 테니 하루만 기다려 달라"면서 "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책임자로서 숫자에 들뜨면 안 돼 차분하게 조절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사장이 지난해 12월 무선사업부장을 맡은 뒤 처음 선보인 갤럭시S7에 대해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완벽하지 못했던 기능을 차곡차곡 담았다"면서 "21세기 전자 장인이 있다면 감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장인 정신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갤럭시S7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갤럭시S7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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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방진 기능, 듀얼 픽셀이 뭔데? 믿는 건 '갤럭시 클럽'뿐? 

실제 이날 삼성전자의 '기술력 과시'는 과거 팬택이나 LG전자를 떠올렸다.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지만 단말기나 카메라 성능 등은 전작보다 좋아졌다. 삼성전자는 옥타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CPU)와 그래픽 프로세서(GPU) 성능이 전작에 비해 각각 30%, 63% 향상됐다고 밝혔다.

또 후면 카메라 이미지센서가 1600만 화소에서 1200만 화소로 줄어든 대신 화소마다 포토다이오드가 2개씩 들어가는 '듀얼 픽셀'을 처음 사용했다. 덕분에 조리개 값을 f/1.9에서 f/1.7로 더 낮춰 어두운 곳에서 좀 더 밝고 뚜렷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런 세부 성능 향상이 소비자들 눈에 띄기는 쉽지 않다. 출고가도 5.1인치 갤럭시S7(32GB)의 경우 83만6천 원으로 갤럭시S6(85만 8천 원)보다 2만 원 가량 낮췄지만, 중저가 스마트폰 출고가가 20만~30만 원대까지 떨어질 걸 감안하면 여전히 고가다. 갤럭시S7 64GB 모델은 88만 원이고, 5.5인치 갤럭시S7 엣지의 경우 32GB 모델이 92만4000원, 64GB 모델이 96만8000원으로 여전히 100만 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는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갤럭시S7, 갤럭시S7 엣지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갤럭시S7, 갤럭시S7 엣지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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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탈식 배터리를 버리고 과감히 일체형 케이스를 택했던 전작과 비교해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보니 삼성전자도 마케팅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우선 삼성은 신제품 출시에 맞춰 지난해 9월 애플에서 도입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과 비슷한 '갤럭시 클럽'도 처음 도입했다. 갤럭시 S7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24개월 할부로 구입하고 매달 할부금 외에 7700원을 추가로 내면 12개월 뒤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다. 남들보다 빨리 새 모델로 바꾸고 싶어하는 '얼리아답터'와 충성 고객 확보를 겨냥한 것이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에서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세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조차 예상 못한 승부수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삼성전자도 이제는 기술력과 마케팅 강화에서 벗어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 '신의 한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가상현실 기술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온 삼성전자는 이날 '기어VR'에 이어 360도 가상현실 카메라인 'VR360'도 함께 선보였다. 최근 젊은 층의 관심이 늘고 있는 360도 가상현실 콘텐츠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VR360도 '갤럭시 전용 액세서리'로 스스로 가둔 기어VR 전철을 밟아서는, 이 분야 최고수는커녕 수많은 경쟁자들을 상대하기에도 벅차 보인다.

삼성전자가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갤럭시S7 미디어데이에서 선보인 가상현실 단말기 기어VR(위)와 기어360.
 삼성전자가 1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갤럭시S7 미디어데이에서 선보인 가상현실 단말기 기어VR(위)와 기어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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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갤럭시S7, #삼성전자, #VR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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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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