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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타르 만타르가 뭐여?

 잔타르 만타르.
잔타르 만타르. ⓒ 이상기

암베르성을 보고 난 우리는 자이푸르 시내에 있는 천문대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로 간다. 잔타르 만타르는 천체의 운행을 '측정하는 도구'라는 뜻이다. 잔타르는 도구, 기계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얀트라(यन्त्र)에서 왔다. 만타르는 보다, 측정하다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만트라나(मन्त्रण)에서 왔다. 이 천문대는 라지푸트(Jajput)의 왕인 사와이 자이 싱 2세에 의해 1728년부터 1734년 사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그는 지혜로운 왕 마하라자(Maharaja)로 불린다.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는 17가지 천체관측 시설(도구)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중 6가지는 태양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이고, 11가지는 달과 별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이들 시설은 시간을 측정하고, 일식과 월식을 예측하고, 별자리 위치를 추적하고, 태양계 행성의 궤도를 확정하고, 천체의 고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표석.
유네스코 세계유산 표석. ⓒ 이상기

이처럼 인도인들은 과학과 기술을 결합한 시설을 통해 천문현상을 관찰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인도 고유의 천문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사용했다. 첫째 여름에 얼마나 더울지를 예측했다. 둘째 몬순이 언제 시작되고 끝날지, 그 강도가 어떨지를 예측했다. 셋째 그해 홍수가 날지 아니면 기근이 들지를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이 19세기 들어 그대로 유지되지 못하고 파괴되었다. 다행히 마도 싱 2세(Madho Singh II) 때인 1901년 찬드라 다르 샤르마(Chandra Dhar Sharma)가 그것을 복원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해, 달, 별 그리고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도 과학기술의 독특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는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자이 싱 2세의 천문관

 사와이 자이 싱 2세.
사와이 자이 싱 2세. ⓒ 이상기

자이 싱 2세의 천문관은 한 마디로 지구 중심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그 주위를 7개의 행성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해,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그리고 지구를 포함한 이들 8개 행성 바깥에서 별들이 고정된 궤도를 그리며 운행한다고 생각했다. 행성과 별들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기 때문에, 이들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고도와 방위각, 적위와 적경, 황위와 황경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고도와 방위각은 측정하는 사람이 별을 바라볼 때 측정되는 높이와 각도이다. 적위와 적경은 적도 좌표계에서 천구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좌표다. 적경은 춘분일 때 0°이고, 동지일 때 270°이다. 적위는 적도가 0°이고, 북극이 +90° 남극이 -90°이다. 황위와 황경은 황도 좌표계에서 천구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좌표다. 황경은 황도를 따라서 춘분점으로부터 동쪽으로 360°까지 측정한다. 황위는 황도면과 천체가 이루는 각을 말한다. 0°에서 90°까지로 표기한다. 황도면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천체는 +로, 남쪽에 위치한 천체는 -로 표기한다.

 7개 행성에 대한 표기와 발음.
7개 행성에 대한 표기와 발음. ⓒ 이상기

황도는 해가 한 해 동안 하늘에서 지나가는 길이다. 황도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궤도면과 천구가 만나는 커다란 원이며, 하늘의 적도와 약 23.5˚ 기울어져 있다. 그러므로 춘분과 추분에 황도와 천구의 적도가 교차한다. 자이 싱 2세는 다른 천문학자와 마찬가지로, 황도와 천구의 적도가 교차하는 두 교점 중에서 춘분을 황도의 기준점으로 사용했다.

시간을 나타내는 데도 현재 통용하는 시, 분, 초 개념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루 24시간을 60가티스(Ghatis)로 나누고, 24분을 6프라나스(Pranas)로 나눴다. 이쯤 되니 그 내용이 너무나 전문적이고 인도적이어서 더 이상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여하튼 당시 인도 사람들은 천체를 관측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를 표기하고 해석했음을 알 수 있다.   

얀트라를 가지고 관찰할 수 있는 천문현상들

 해시계인 삼라트 얀트라.
해시계인 삼라트 얀트라. ⓒ 이상기

천문대 안에는 수학여행을 온 인도 학생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이들을 피해 해시계인 삼라트 얀트라(Samrat Yantra)부터 자세히 살펴본다. 삼각형의 구조물과 반구형의 구조물이 엇갈려 있고, 삼각형 구조물의 긴 변이 반구형의 눈금에 비친 그림자를 읽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한다. 삼각형의 긴 변이 땅과 이루는 각도가 27°인데, 그것은 자이푸르의 위도가 북위 27°이기 때문이다. 이 해시계의 정확도는 대단해, 현재 기준으로도  20초 이상 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옆에는 나리발라야 얀트라(Narivalaya Yantra)라는 또 다른 해시계가 있다. 원판 형식의 측정 도구를 양쪽으로 설치한 원통형 시설로, 하나는 겨울에 다른 하나는 여름에 사용했다. 여기서 겨울은 해가 남반구에 있는 9월 23일부터 3월 21일까지를 말하고, 여름은 해가 북반구에 있는 3월 21일부터 9월 23일까지를 말한다. 원판 안에 대리석으로 원형을 만든 다음 가운데 철주를 세워 그 그림자의 위치로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원형의 얀트라에는 60개의 눈금(Ghatis)이 그려져 있다.

 자이 프라카쉬 얀트라.
자이 프라카쉬 얀트라. ⓒ 이상기

세 번째로 만나는 기구가 자이 프라카쉬 얀트라(Jai Prakash Yantra)다. 자이 프라카쉬는 '자이의 빛'이라는 뜻으로 자이 싱 2세가 직접 만들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일종의 천구의(天球儀)로 시간, 고도와 방위각, 적위와 적경, 황위와 황경 등을 파악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이 얀트라는 천문대에 있는 다른 기구들의 정확도를 높이고 오류를 수정하는데 활용되었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라쉬발라야 얀트라(Rashivalaya Yantra)를 찾아간다. 이 기구는 황도 12궁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만든 일종의 해시계다. 그러므로 모양은 삼라트 얀트라를 축소해 놓은 형태고, 모두 12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12궁은 춘분점을 시작으로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궁수, 염소, 물병, 물고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얀트라는 점성용 천궁도를 정확히 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라쉬발라야 얀트라.
라쉬발라야 얀트라. ⓒ 이상기

다음으로 우리는 거대한 해시계인 브리하트(Vrihat) 삼라트 얀트라를 찾아간다. 여기서 브리하트는 거대한 또는 큰이라는 뜻이다. 이 해시계는 삼각형 구조물의 높이가 24m나 되고 밑변의 길이가 44m나 된다. 그 안에 반경이 15m인 반구가 직각으로 설치되어 있다. 해시계를 이처럼 크게 만든 것은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2초 이상 틀리지 않는다고 한다.

거대한 해시계를 보고 난 우리는 잠시 바이랍(Bhairav) 사원엘 들른다. 바이랍은 시바신의 화난 모습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화난 눈으로 표현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에 천문대 북쪽에 있는 닥시노 비티 얀트라와 우나탄샤 얀트라를 잠시 살펴본다. 이들도 행성과 별의 운행과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었다. 우리는 이제 마지막으로 차크라(Chakra) 얀트라와 람(Ram) 얀트라를 보러 간다. 

 차크라 얀트라.
차크라 얀트라. ⓒ 이상기

 학생들로 가득한 람 얀트라.
학생들로 가득한 람 얀트라. ⓒ 이상기

차크라 얀트라는 청동관으로 만든 두 개의 바퀴 형태 구조물을 기둥에 고정시켜 만들었다. 바퀴 안에 지름 형태의 관을 가로지르게 하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 중심을 표시했다. 그런데 이것이 정북으로부터 27° 기울어 있다. 이것은 자이푸르의 위도를 반영한 것이다. 차크라 얀트라는 적도로부터 행성과 별의 각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람 얀트라에는 수학여행 온 인도 학생들로 가득하다. 선생님이 뭔가를 설명하고 학생들이 듣는다. 이 얀트라는 12개 기둥으로 실린더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수평으로 이등변 삼각형의 구조물을 연결한 다음, 가운데 철심을 세운 형태다. 이 기구에는 360개의 수직선과 90개의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러므로 행성과 별의 고도와 방위각을 바로 측정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수치를 활용, 날씨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와 마할은 또 뭐여?

 바람의 궁전 하와 마할.
바람의 궁전 하와 마할. ⓒ 이상기

천문대에서 머리를 잔뜩 쓰고 난 우리는 머리도 식힐 겸 시장구경을 간다. 트리폴리아(Tripolia) 게이트를 지나 수라지폴 방향으로 가면서 시장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한다. 이곳은 인도 전통시장이라 그런지 온통 힌디어로 표기되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꽃, 직물과 의류, 식료품, 금속제품, 도자기 등을 보며 지나간다. 함께 움직이는 것이어서 어느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본다든지 흥정할 여유가 없다. 우리 일행은 바디(Badi) 광장에서 하와 마할(Hawa Mahal) 쪽으로 방향을 튼다.

하와 마할은 바람의 궁전(Palaceof Winds)이라는 뜻으로, 창문과 발코니를 돌출시켜 통풍을 좋게 하고, 밖을 내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궁전은 하렘의 여인들이 바깥세상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1799년 사와이 프라탑 싱(Sawai Pratap Singh)에 의해 만들어졌다. 핑크 시티라는 도시 이름에 걸맞게 분홍빛 사암으로 만든 5층짜리 건물로, 멀리서보면 외관이 왕관처럼 보인다.

 복잡한 자이푸르 시장길.
복잡한 자이푸르 시장길. ⓒ 이상기

이것은 문학을 좋아하고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을 좋아했던 왕이 궁녀들을 위해 지은 궁전이다. 그리고 비쉬누의 화신으로 사랑의 신인 크리슈나에게 바친 궁전이기도 하다. 왕관 형식의 외관이 크리슈나의 머리를 장식하는 무쿠트(Mukut)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관리사무소와 박물관이 있어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관만 살펴본다. 그리고는 처음 차를 내렸던 잔타르 만타르 쪽으로 걸어간다.

길은 혼잡하기 이를 데 없다. 분주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 무언가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사람, 느긋하게 걸어가는 사람, 인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자적한 동물, 빵빵거리는 소리 등, 말 그대로 정말 인도적이다. 그 복잡함 속에서 사람들은 바느질도 하고, 몸도 닦고, 구걸도 하고, 관광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느긋하고 팔자가 늘어진 동물이 소다. 그들은 누구의 제지도 받음이 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다. 


#잔타르 만타르#사와이 자이 싱 2세#천문관측기구 얀트라#트리폴리아 시장#하와 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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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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