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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끄러우나 잠잠하나' 결론은 '김종인 vs 친노‧운동권'

조선일보는 더민주 관련 보도 전반에서 현 지도부(김종인 대표)와 구 지도부(문재인 전 대표, 친노 강경파)간의 알력다툼을 부각하는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분열 양상이 어떠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반발이 제기되면 관련 내용을 강조해 갈등을 부각하고, 조용하다면 속내는 다를거라며 '관심법'을 사용했다. 취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보도하거나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대신 이미 정해진 답을 말하기 위해 정황근거를 짜 맞추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양상은 컷오프 관련 보도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 무차별 컷오프에 친노 반기 들었다?
2월 26일, 더민주 의원총회에서는 현역 물갈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이에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2월 27일 지면에 사설을 포함해 총 4건의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해당 기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김종인 대표와 친노 간의 갈등양상을 부각했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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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김종인에 반기>(2/27, 1면)에서는 당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최재성, 윤호중 의원 등이 문희상, 강기정 의원의 공천 배제에 대해 공천위가 아무 정치적 전략도 없이 현역 의원을 날려버렸다고 지적한 것을 "친노 주류"의 "반발"이라 소개하며,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갈등이 다시 발발한 것처럼 묘사했다.

<김종인 "거지 같은 물갈이…난 처음부터 혁신안 반대했다">(2/27, 5면)에서는 현역 의원 물갈이에 대한 '강경파들의 반발' 관련 김 대표의 입장을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자기들이 지레 겁을 먹고 저렇게 반발하는 것", "내가 자기들 마음대로 호락호락할 줄 알았나 본데, 천만의 말씀"이라는 식의 김 대표의 발언을 강조한 뒤 "현역 의원 공천 탈락으로 더민주가 신뢰를 회복하려고 하니 다시 친노·운동권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익명의 지도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김종인 체제의 월권"…"아직도 정신 못 차려">(2/27, 5면)에서도 편 가르기 식 갈등양상을 부각하는데 집중했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에 대한 구(舊)지도부의 반격이 시작됐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침묵을 지켜왔던 친노 등 과거 핵심 의원들이 '김종인 대표가 월권을 하고 있다'며 폭발한 것", "한 비노(非盧) 의원은 '그러니까 혁신안 같은 거 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것 때문에 분당(分黨)까지 됐는데 이제 와서 자기들 목에 칼이 들어오니 딴소리한다'고도 했다"는 식이다.

조선일보는 <사설/더민주 '변신 몸부림'인가 했더니 역시 쇼였나>(2/27)에서는 "탈락자 10명에 친노 의원이 적지 않게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태도를 180도 바꿔 연판장을 돌릴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자신들만 똘똘 뭉치는 습성이 또다시 재연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대표와 친노 의원들의 행태는 상대편 자르는 것은 옳은 일이고 자기편 잘리는 것은 김 대표 말대로 '거지같은 것'", "친노 의원들의 집단 반발과 당 대표의 동조로 번복하려 하고 있다"라며 더민주를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싸잡아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이 제대로 된 '비판'이 되려면 당 의원총회에서의 반발이 전적으로 '친노 감싸기'를 위한 것이라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한 의원들과 공천 배제 대상이 된 의원들이 모두 '친노 주류'라는 조선일보의 논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당 의원들이 컷오프에 문제를 제기한 것 역시 해당 지역구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친노 구하기'를 기정사실로 정하고 이후 논리를 전개하며 더민주에 비난을 쏟아 부었다.

■ 친노, 잠잠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
반대로 더민주 내 갈등 양상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을 때도 조선일보는 '속내'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실제 3월 1일자 <친노 제압…다 거머쥔 김종인>(5면)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김종인 대표의 공천 권한을 강화하는 결정을 했지만 당초 반발이 예상됐던 친노 주류는 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주류가 속으로는 불만이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참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친노의 반발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다", "친노가 '판'이 깨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친노 주류 측 관계자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김 대표 이외에 현재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며 김종인 대표와 당내 친노세력의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카더라'를 사실인 양 무리하게 엮어 보도했다.

■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조선일보의 '집착'
더민주의 분열 양상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이미 대표직을 떠난 문재인 전 대표를 현 김종인 대표과 비교하며 대립시키는 보도 역시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조선일보의 <서울 당대표와 양산 당대표, 더민주의 불안한 동거>(2/29 4면)는 김종인 현 대표를 서울 당대표로, 문재인 전 대표를 양산 당대표로 규정하고, 이들이 "중요 현안에서 계속 충돌"하고 있다며 "불안한 동거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대부분 자의적 판단에 따른 추측이나 익명의 관계자 발언이 전부다. 이를테면, 문 전 대표가 강기정 의원 공천과 관련 트위터에 올린 문구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가 현 지도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거나 "김종인식 물갈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주변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는 식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나 필리버스터 관련 입장차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김 대표는 "신중론"을 폈다거나, 문 전 대표는 "적극지지"했지만 김 대표는 "적극 찬성하지는 않았다"는 식의 '심리분석'에 의존해 문제를 부각했다.

이 같은 사례를 나열한 뒤 조선일보가 결국 다시 꺼내든 것은 문 전 대표와 당내 '친노 주류 세력'의 연결고리다. 조선일보는 "당내에선 양측 갈등이 갈수록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갖고 친노 주류 물갈이를 계속할 경우 문 전 대표 측이 가만히 있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하며 "공천이 진행되면서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주장에는 더민주의 현행 컷오프가 '친노 주류 물갈이'라는 것과 문 전 대표가 이들의 '수장'임을 당연시하는 편향된 관점이 그대로 녹아있다.

조선일보는 갈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실제 김 대표는 중요 현안에 대해 문 전 대표와 상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와 중요 현안에 대해 매번 상의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조선일보가 지적하는 것처럼 두 명의 당대표가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상의를 하면 '전 대표가 개입한다'고 비난하고, 상의하지 않으면 '둘 사이에 이견이 많아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 비난하는, '비난을 위한 비난'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조선일보는 "총선 결과가 두 사람 관계를 좌우할 것", "결과가 나쁘면 참았던 친노 주류들이 김 대표를 거세게 공격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부정적 추측도 함께 쏟아냈다.

이는 더민주 내부가 김종인 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친노 진영)으로 갈려 있으며, 이로 인해 갈등과 분열이 심화될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믿음' 혹은 '주장'이 그대로 담긴 편향적 보도다.

2. '한심한 국회' 비판으로 여당 실책 가리는 조선·동아‧한국
20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이 선거일을 42일 앞두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후속 조치는 산적해 있지만, 62일 동안의 '선거구 부재' 사태는 일단락된 셈이다. 남은 문제는 책임 소재를 어디에 두느냐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모든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고, 한국일보는 기계적 양비론을 반복하며 정치혐오를 조장했다.

■ 선거구 획정 지연 책임, 야당에 몰아주기
선거구 획정 지연 책임을 야당에 모두 몰아준 것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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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동아일보는 <사설/야, '필리버스터 선거전' 끝내고 선거구획정안 처리하라>(2/29)에서는 "필리버스터가 합법적인 절차이긴 하나 시급하고 필요한 다른 법안의 처리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회 마비 조장이나 다름없다"며 모든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또 <사설/선거구 획정 팽개친 여야 공천전쟁, 국민은 신물 난다>(3/1)에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막혀 선거구 획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것",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려고 화급을 다투는 선거구 획정까지 지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필리버스터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3월 10일)까지 계속하느라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조선일보는 <사설/야, 필리버스터 선거운동에 이용 말아야>(3/1)에서 "문제는 필리버스터가 선거법 처리까지 가로막고 있었다는 점", "야당에선 선거가 연기되는 한이 있더라도 테러방지법 처리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법 하나 때문에 선거 연기를 들먹인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시(戰時)나 비상시국도 아닌데 선거 일정을 손댄다면 국민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며 야권의 필리버스터를 총선을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말 그대로 '전시나 비상시국'도 아닌데 정의화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한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야당 의원들은 최근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표정으로 필리버스터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꼴불견 작태마저 보였다", "일부 의원은 '신기록을 세우겠다'며 '발언 오래하기' 경쟁을 벌였다. 또 테러방지법과 전혀 관계없는 개인 소회나 밝히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관심을 보이자 마치 필리버스터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라며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야당 의원들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 정치혐오 조장하는 기계적 양비론
애초 테러방지법 등의 문제적 법안을 선거구 획정과 무리하게 연계시키고, 야당의 수정안을 끝까지 거부한 것은 새누리당인 만큼, 선거구 공백과 관련한 피해 상황에 대한 책임은 여당에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일보는 여당과 야당 모두 나빴다는 식의 기계적 양비론을 펼치는데 집중했다. 이 같은 양비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제에 더 큰 원인을 제공한 주체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고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하는 동시에 정치혐오를 조장한다는 점에 있다.

먼저 <사설/국가 위기 속 더욱 볼썽사나운 식물국회 행태>(2/27)에서 한국일보는 정치권을 향해 "여야의 정치행태가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문제나 테러방지법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되는 게 없다", "위기 아래서는 평소와 달리 실용적ㆍ현실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도, 해묵은 아집과 당리당략에 사로잡힌 결과다. 정치권의 이런 무책임한 자세로 국가위기가 한결 참혹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정치권이 바로 국가적 우환이란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여야가 상호 배려와 양보를 회복, 다음 본회의 일정이 잡힌 29일 전에 여야가 일괄 합의로 쟁점사안을 말끔히 처리해야 한다. 국민 근심을 덜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19대 국회 마지막 책무까지는 회피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실질적으로 어떤 현실적 대안도 없는 '꼰대질'을 자행했다.

한국일보는 3월 1일에는 <사설/국회, 한심한 작태 반성해야>를 통해 "4·13 총선에만 목을 매어 한심한 기 싸움만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가 답답하다", "무능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고 유사한 양비론을 반복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도 법도 없다…끝까지 '그들만의 19대 국회'>(3/1, 3면)에서 "여야(與野)는 29일에도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1월 1일부터 선거구가 무효가 된 '무법(無法)·위헌(違憲) 상태'가 발생한 지 60일이 됐지만 아직 이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19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번 선거구 획정 지연의 책임을 '19대 국회' 전반에 전가하며 부당한 양비론을 펼쳤다.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 모니터 기간 : 2월 27일 ~  3월 1일

덧붙이는 글 |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태그:#민언련, #총선, #조중동, #친노, #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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