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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500년경 모헨조다로 목걸이
 기원전 2500년경 모헨조다로 목걸이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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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1층 16호 전시실이 장신구 갤러리다. 이곳에는 인더스 문명(모헨조다로) 때부터 무굴 제국시대까지 만들어진 가치있고 화려한 장신구 25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종류도 목걸이, 귀걸이, 팔찌, 브로치, 요대, 버클, 터번 장식 등으로 다양하고, 재질도 금, 은, 보석, 상아 등 여러 가지다. 이처럼 다른 재질의 재료에 장인의 기술이 합해져 아름다운 장신구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장신구들이 대부분 왕족을 위한 것이고,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착용했다는 사실이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이 모헨조다로에서 발굴된 기원전 2500년경의 목걸이다. 금, 비취, 마노, 동석(steatite)을 가공해 줄에 묶은 것으로, 목걸이 앞뒤로 모두 12개의 장식이 걸려 있다. 원형의 금줄에 이들 보석을 가공해 펜던트 형식으로 걸어 늘어뜨린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아주 정교하진 않지만, 색깔과 형태가 어우러져 높은 품격을 보여준다.

1세기 탁실라 유적에서 발굴된 귀걸이
 1세기 탁실라 유적에서 발굴된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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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만든 장신구는 처음 단순한 형태에서 점차 정교한 형태로 변해갔음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1세기 경 북인도 탁실라 인근 시르캅(Sirkap) 유적에서 발굴된 귀걸이, 팔찌, 펜던트다. 이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었다. 그중 귀걸이가 가장 예술적이다. 초승달 형태의 귀걸이에 꽃봉오리 형태의 펜던트를 장식으로 달았다. 가공 기술과 미학적 아름다움이 결합된 수작이다.

팔찌는 수갑 형태로 팔목에 차는 것으로, 원형의 한쪽을 정사각형으로 만들어 여닫도록 만들었다. 정사각형 안에는 원형의 무늬를 만들고 그 안에 보석을 넣도록 되어 있다. 펜던트는 굵은 금실을 짜서 평면적으로 만들었다. 위쪽에 부착할 수 있는 고리가 있고, 그 아래 원형의 본체가 있다. 본체에는 반구형의 금을 붙여 입체적으로 보이게 했다. 본체 아래에는 다섯 개의 금줄을 늘어뜨려 움직임을 강조했다. 평면성과 입체성에 동적인 움직임이 느껴지는 수준 높은 작품이다.

목걸이와 머리띠 장식
 목걸이와 머리띠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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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금으로 만든 목걸이, 팔찌, 머리띠 장식 등이 보인다. 이들은 단순한 이름다움을 특징으로 한다. 목걸이는 구형 또는 나비형을 실에 엮은 형태다. 팔찌는 비교적 가는 원형으로 만들어 끼워 넣도록 되어 있다. 머리띠는 긴 직사각형 판형으로 만든 게 있고, 물고기 모양을 이어붙인 다음 실로 연결한 것이 있다. 판형이 남자용이라면, 물고기형이 여자용으로 보인다.

종교적 신상이 들어간 장신구들

신상 장신구
 신상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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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타 왕조시대 이후 인도에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가 공존하게 되었다. 종교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장신구에도 종교성을 보여주는 신상들이 들어가게 된다. 목걸이 속에 판을 만들어 신상을 표현한 경우도 있고, 노리개 형태로 작게 만들어 줄을 매달은 것도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입체 조각으로 만들어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게도 만들었다. 이들 신상이 쌍으로 있을 경우는 쉬바와 빠르바티일 경우가 많다.

천으로 걸이를 만든 신상도 있다. 외형과 줄은 금으로 만들고, 그 안에 보라색, 초록색, 흰색의 보석을 박은 구체적인 장신구다. 가운데 남신이 있고, 양쪽에서 여신이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다. 남신은 반가부좌로 앉아 있고, 두 여신은 연꽃 위에 서 있다. 이들 신상 중 가운데 남자가 비쉬누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인도박물관 보물들'이라는 안내 책자와 인도박물관 홈페이지에도 설명을 찾을 수 없다.

금동제 버클
 금동제 버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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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허리에 착용하는 버클이다. 금동으로 만들어졌으며, 왕과 같은 군주가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운데 비쉬누 신상이 있고, 주위를 코브라가 감싸고 있다. 코브라의 몸통과 머리장식이 아주 인상적이다. 머리가 해골처럼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들 코브라 장식 좌우에 두 여신씩 네 여신이 비쉬누신을 위해 춤을 추고 있다. 이들 장신구는 크기가 작고 아름다워, 돌이나 청동으로 만든 커다란 신상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무굴 제국시대 장신구의 특징은?

무굴 제국시대 장신구
 무굴 제국시대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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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구는 사람을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신구가 무굴 제국시대 만들어졌다. 그 때문인지 이곳 전시관에도 무굴 제국시대 것이 가장 많다. 무굴 제국시대 특이한 것은 군주의 머리에 붙이는 터번 장식이다. 금과 다이아몬드로 나뭇잎과 꽃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초록색 에메랄드를 박은 펜던트 형식이다. 이것은 19세기 라자스탄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19세기 라자스탄 지역에서 만들어진 장신구로, 칸티(Kanthi)로 불리는 목걸이도 있다. 이것 역시 금, 다이아몬드, 진주, 에메랄드로 만들어졌다. 금과 다이아몬드로 연꽃과 나뭇잎 모양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진주를 박아 본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본체 아래로 에메랄드 구슬을 연결해, 움직일 때 소리가 나게 만들었다. 여기에 세 개의 금줄을 연결해 목에 걸 수 있게 했다.

19세기 럭나우 장신구
 19세기 럭나우 장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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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다른 모습의 것이 19세기 우타 프라데시주 럭나우(Lucknow)에서 만들어졌다. 몸에 장식하는 것으로 완전한 세트를 이루고 있는데, 머리 장식, 귀걸이, 목걸이, 펜던트, 요대 등이다. 이들 장신구 역시 금과 다이아몬드, 보석들을 결합시켜 만들었다. 금만으로 만든 것은 덩어리 형태에 조각을 헸고, 보석이 들어간 것은 금과 다이아몬드로 좀 더 다양한 형태를 만든 다음 보석을 박았다.

지금까지 무굴제국의 보석가공 전통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이 라자스탄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코끼리, 낙타, 말 같은 동물에게도 장신구로 치장을 한다. 이러한 보석가공 전통은 무굴 제국시대 라호르 지역에서 이곳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무굴 제국시대에는 신상을 만드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장신구의 문양은 꽃과 식물 문양이 주를 이루었다.

타밀나두 지방 목걸이
 타밀나두 지방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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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양을 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들고, 그 안에 보석을 박아 넣는 방식을 쿤단카리(Kundankari)라고 부르는데, 그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디자인과 색깔 그리고 형태에서 오밀조밀함과 화려함을 보여준다. 또 다른 보석가공 방식으로 장신구의 뒷면을 법랑(琺瑯)처럼 장식하는 메나카리(Meenakari)가 있다. 이것은 장신구의 이면을 아름답게 할뿐 아니라 착용감을 좋게 해준다.

인도의 남부 지방 타밀나두 체티나드(Chettinad)에서 만들어진 결혼용 목걸이는 양식이 조금 다르다. 두 개의 직사각형 조각, 여덟 개의 원통형 조각 가운데를 뚫어 금줄로 연결했다. 그리고 이들 조각 사이에 구형의 장식 14개를 넣어 모양을 아름답게 했다. 게다가 목걸이 아랫부분에 손가락 모양의 장식을 세 개 달아 장식성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기보다는 구조적이고 기하학적이다.   

금화 은화 그리고 동전 이야기

굽타 왕조시대 금화
 굽타 왕조시대 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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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 은화 같은 동전은 2층 제6전시실에 있다. 이곳에서는 갠지스강에 바라나시와 마투라 같은 도시가 번성하던 기원전 6세기경부터 20세기까지 인도 동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는 그중 마우리아 왕조에서 시작해, 쿠샨 왕조, 굽타 왕조, 무굴 제국시대 동전을 살펴본다. 이들 동전에는 왕, 신상, 슬로건 등이 새겨져 있다. 쿠샨 왕조시대 금화에서는 카니쉬카왕의 모습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는 굽타 왕조시대 금화가 가장 많다. 그것은 굽타 왕조시대 유럽과 중국을 잇는 무역과 상업이 가장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 시대 금화에는 좀 더 다양한 형상이 새겨져 있다. 한쪽에는 왕과 왕비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이 찬드라굽타 왕과 스리 쿠마라데비 왕비라고 한다. 다른 쪽에는 호랑이를 타고 있는 여신 두르가가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확인이 쉽지 않다.

싱 2세의 방패
 싱 2세의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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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르가는 요조숙녀인 빠르바티와 대조적으로 사나운 여신이다. 인도에는 현재도 두르가를 모시는 신전이 많다. 그것은 그녀가 삼지창 같은 치명적인 무기로 악을 물리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굴 제국시대 금화에는 아랍문자가 새겨져 있다. 무함마드 아크바르 같은 글자가 보인다고 하는데, 아랍문자가 워낙 어려워 확인이 어렵다. 박물관 3층에는 목조각, 악기, 무기 전시실 등이 있는데, 시간이 없어 그곳은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제 박물관 내부 정원으로 내려간다. 


태그:#장신구, #모헨조다로의 목걸이, #종교적 신상이 들어간 장신구, #무굴 제국시대 장신구,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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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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