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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 화정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정문 앞 모습. 청소노동자들이 600여일 째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이던 청소노동자가 대학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다 오히려 폭행혐의로 고발당한 데 대해 분노하고 나섰다
 울산 동구 화정에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정문 앞 모습. 청소노동자들이 600여일 째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이던 청소노동자가 대학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려다 오히려 폭행혐의로 고발당한 데 대해 분노하고 나섰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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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일 넘게 농성 중인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가 화장실 사용 문제로 대학 측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오히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고발당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는 기사와 관련, 울산지역 여성계가 이를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대학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화장실 가던 청소노동자 폭행 논란)

앞서 울산과학대 정문 앞 비닐천막에서 24시간 철야농성을 벌이던 울산과학대 청소노조(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지부) 김순자 지부장은 지난 12일 저녁 9시쯤 용변이 급해 대학 내 체육관 화장실을 사용하려다 이를 막아선 대학 측 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후 고발당한 바 있다.

울산여성의전화, 울산여성회, 민주노총 울산투쟁본부 여성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울산지부, 더민주당여성위원회, 노무현재단여성위원회,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하는 여성 선언 '불어라 봄바람' 등 여성단체는 25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인권유린으로 규정했다.

이들 여성단체는 "울산과학대는 청소노동자들의 생물학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인권유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화장실 출입을 보장하라"라며 "노조 말살 획책을 중단하고 김순자 지부장에게 가해진 적반하장 고소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라고 아울러 요구했다.

여성단체들 "반인륜적 사태에 서글픔 넘어 분노"

울산지역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반인륜적인 사태"라고 보고 "이로 인해 참담함과 서글픔, 그리고 분노를 가눌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탄압해 온 울산과학대가 화장실 사용마저 막으며 비인권적 행위를 서슴지 않더니 급기야 화장실을 가려던 청소노동자를 폭행 혐의로 억지 고소했다"라며 "비인간적, 비상식적 행태에 분노한 울산 여성들이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100인 여성 선언 등으로 청소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해온 여성단체들은 "올해 법적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인상되었는데, 6000원 이상의 시급을 요구한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해고로 답했고, 용역 경비를 동원해 농성장을 폭력으로 짓밟으며 노조를 말살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대학 측은 심지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짓밟고 있다"라며 "법원이 청소노동자들의 학내 출입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를 승인했다는 이유로 하루 수백 명이 이용하는 학내 체육관 화장실을 청소노동자들만은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정문에서 한참 떨어진 공원에 있는 옥외 간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라며 "인간으로서 가장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욕구마저도 해결할 권리를 빼앗긴 존재가 되었다는 모멸감이 그들에게는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라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태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오후 9시쯤, 설사병으로 고생하던 김순자 지부장이 '너무 급해서 그러니 오늘만 들어가게 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교직원은 '당신이 들어가면 내가 해고 된다'라고 막아서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졌다"라며 "결국 급한 탓에 인근 산으로 올라가 해결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용변이 옷에 묻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측이 이 사안을 대학 측에 공식 항의하려 했으나, 그 직원이 해고 된다는 말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라며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김순자 지부장이 고소됐다, 1년 7개월의 노숙농성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64세의 늙은 여성에게 30대의 건장한 청년이 폭행당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우리는 사건 당일 '당신이 들어가면 내가 해고 된다'라는 용역직원의 말에 주목 한다"라며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용역직원을 해고로 압박하며 청소노동자들을 탄압하라고 지시해 온 울산과학대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김순자 지부장을 고발한 30대의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직원은 "청소노동자 아주머니가 진입하려 해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야외 화장실을 사용하시라'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멱살을 잡고 '네가 뭔데 막느냐'라며 갑자기 때렸다"라며 "나는 즉시 112에 신고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도망을 갔다, 주변에 사람들도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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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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