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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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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련 각방(각 국가들)이 9·19 공동성명의 원칙과 정신을 지키고 조속히 6자 회담을 재개하고 반도 비핵화 목표를 추진해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을 뺀 5자회담' 제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현재 반도(한반도)의 형세에서 대화·담판은 여전히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2016년 외교·통일·국방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5자회담을 제안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일축했다는 점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과거 6자 회담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틀로 유용성이 있었지만, 회담 자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이른바 '북핵 3원칙'기조 아래,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 낸 성명에서, "6자회담 틀을 통해서 (조선)반도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의 5자회담 거부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사안이었고, 박 대통령이 "관련 당사국들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단 것도 이에 대한 사전 인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이례적인 즉각 거부, '사전 조율' 없었나..."코리안 패싱의 한 사례"

그럼에도 관련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 수준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를 제안하는 '강수'를 던졌고, 이례적으로 중국이 즉각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도 굉장히 고민스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중국을 압박하려하는 과정에서, 외교적으로 매우 드문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이번 상황을 '코리안 패싱'(한국 배제)의 한 사례라고 규정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미·중 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이 미국 편에서 서도록 요구하고,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 '타결' 이후에도 아베 일본 총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말한 사건과 같은 '한국 무시'현상의 하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가 동북아 정세를 움직일 아무런 지렛대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거부 분명한 안을 대통령이 직접 제기, 안보라인 책임 물어야"지적도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대응을 보면 사전 물밑 접촉이나 조율 없이 우리 정부가 '5자회담'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공식 성명을 통해 '대화'하는 수준이라면, 한중관계는 여전히 공식적이고 의례적인 관계에 불과하다는 것 아니냐"고 진단했다.

외교안보라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박 대통령의 사드(THAAD,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배치 검토 발언은 유엔 북한 제재에 중국이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한국은 확실히 미국편에 서겠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대단히 불쾌한 일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5자회담을 제안토록 해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도록 한 참모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까지도 한중관계를 '역대 최상의 관계'라고 자랑해왔으나, 이것이 외교적 과대포장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태그:#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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