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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분야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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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신년 외교안보 부처(외교·통일·국방부)합동 업무보고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중국 압박'에 그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6자회담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한 뒤 "관련 당사국들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이라는 전제 아래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8월 1차 회담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 6자회담 무용론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근혜 "쉬운 문제 아니겠지만", 윤병세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 주장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는데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핵개발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란과 같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 있는 조치를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행동'을 요구한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은 함께 움직이고, 중국과는 별도로 만나온 것은 북한 핵문제와 6자회담 재개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랐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주장하고 나온 것은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 낸 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6자회담 틀을 통해서 반도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전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이같은 중국의 기조를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강수를 던졌지만,  4차 핵실험 이후에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이 6자회담을 접고 5자회담에 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박 대통령이 "관련 당사국들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단 것도, 그 스스로도 이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무보고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 대통령의 '북한을 뺀 5자회담'을 '6자회담 틀 내에 5자간 공조'라고 다른 표현을 하는가 하면, '중국의 5자회담 호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외교는 어려운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능성의 예술(art of possibility)"이라는 말까지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자기모순..."중국 협조가 관건이라면서 중국이 거부하는 안 내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측의 협조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하면서도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5자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한반도 안정과 대화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이견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주장 자체가 상호모순적이라는 얘기다. 정 실장은 "이미 부시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으나 실패한 낡은 접근 방법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외교안보라인이 과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날 국방부가 올해안에 한미일 군사 당국 간에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채널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으로서는 민감한 부분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 오산에 구축한 한국과 미국 연동통제소를 데이터 공유체계인 '링크-16' 시스템으로 상호 연결할 계획인데, 이 주한미군 연동통제소는 주일미군과 연결되어 있고, 주일미군은 일본 자위대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미일 3국이 대북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북핵 문제'를 명분으로 일본과 한국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광례 국방부장 등이 반대의사를 밝혔던, 사드(THAAD,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준형 교수는 "이번 5자회담 제기는 사드 배치 검토 발언까지 연계해서 보면 중국으로서는 대단히 불쾌감을 갖게 될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즉각적인 반응은 않겠지만 한중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며 "중국을 움직일 레버리지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인데, 어떤 복안을 갖고 5자회담론을 제기한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논의되고 있는 중에 박 대통령이 이렇게 조급하게 나오는 것은, 임기 중 남북관계 개선 실패와 4차 핵실험을 막지 못한 책임을 중국탓, 북한탓으로만 돌려버리려는 국내정치적 측면이 강하다"면서 "계속 이렇게 가면 한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전방 소총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태그:#박근혜, #5자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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