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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
ⓒ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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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에서 발표한 1988년 이후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 추이를 살펴보면, 견고한 듯 보이는 지지율도 역대 정권과 비교해볼 때 크게 차별화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그토록 견고한 것처럼 보일까? 다양한 이유들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존재감 없는 야권의 모호한 역할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정권 창출의 정당성 시비에 휘말렸음에도 이를 근본주의적 정치전략으로 돌파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야권의 대응전략이 미친 영향이 크다. 민주당은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49 : 51'로 고착된 대립구도로 해석하고, 2008년 촛불시위 당시의 좌클릭 전략에서 48%의 한계를 넘어설 중도화 전략으로 선회했다.

즉, 어차피 자신을 지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진보블록보다 중도층, 혹은 보수층의 지지획득에 집중함으로써 진보화 전략의 제한성을 넘어설 수 있는 확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1997년 DJ의 'DJT연대'로 불리는 보수연합 전략으로 사용되어 적중했으며 2002년 노무현의 선거 전략 또한 선거 막판 정몽준의 입장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2012년 대선전략은 통합진보당 사태의 부정적 영향으로 그 효과가 반감되긴 했지만, 1997년, 2002년 대선전략과는 다른 진보적 연대 전략, 즉 1992년 DJ의 대선 전략과 유사하다. 1992년 대선에서 전국연합은 반(反)민자당 연합, 즉 민주대연합 노선을 추진하고 있었고, 그 결과가 김대중 후보와의 정책연합이었다.

1997년 DJ의 보수화 전력이 먹힌 이유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의원,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8일 오전 마포구 신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점검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신당 창당을 준비중인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의원,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8일 오전 마포구 신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점검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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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의 전략가들은 1992년 대선전략은 필패, 1997년 대선 전략은 승리 전략으로 굳게 믿었다. 이후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나 종북 논란, 세월호 참사, 정당 해산 등 정권의 근본주의 전략 앞에 시종 무력한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전략적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여당의 치부를 공격하기보다 보수층, 혹은 중도층에게 자신이 '위험하지 않은 세력'으로 보이길 원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은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의 통합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이후에도 중도화·보수화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번 구축된 전략적 프레임은 뒤의 프레임을 철저히 종속시켰다.

그렇다면, 이런 보수화·중도화 전략은 정말 '필승 전략'일까? 1997년 선거에서 DJ의 보수화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최소한 3가지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여권의 분열이며, 둘째는 제도정치 영역에서 자신 외에는 대안세력이 부재했다는 점, 마지막으로는 급진세력의 측면효과(radical flank effects)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급진세력의 측면효과는 비교적 급진적인 세력이 여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지만, 그 공세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효과는 제도정치 영역에 존재하는 중도세력이 전유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1997년 대선국면을 복기해 보면 여권은 이인제의 출마로 표가 분산되었으며, 당시 시민사회의 급진적 역량은 국민승리21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DJ를 지지하는 것 외에는 현실적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또한, 1996년 한총련 연세대 사건으로 학생운동이 직격탄을 맞은 후에도 1996년~1997년 노동계 총파업과 한보비리 사건 등으로 민중운동의 사회적 역량이 남아 있어 '측면효과'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

야권분열과 새로운 정치지형의 창출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입 배경을 설명하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의 절실함을 믿고 조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며 "오는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하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 포부 밝히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입 배경을 설명하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의 절실함을 믿고 조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며 "오는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하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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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국면은 어떤가? 2012년 대선 이후 여권은 (아직) 분열되지 않았으며, 일련의 통합진보당 사태와 공안정국으로 인해 진보정당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급진적 역량 자체가 심각하게 소진되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안철수 세력과 손을 잡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으로 거대 야당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시종 모호한 온건화 전략으로 인해 정치적 기반 확대는커녕 존재감조차 상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의 탈당 선언은 이런 전략의 변화가능성을 감지하게 해준다. 안철수를 필두로 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연쇄 탈당은 당내 계파적 실리 갈등의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공식적으로는 다양한 가치 차이를 내세우고 있지만, 당 내에서 가치 논쟁이 의미 있게 전개된 바가 없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것은 분당의 이유나 여전히 모호한 새정치의 내용이 아니라 야권 분열이 가져올 정치적 결과다. 흥미롭게도 안철수 신당의 잠재적 확장력은 의외로 크다. 이것은 안철수 신당이 단지 야권의 분열로만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정당지지율 추이(2015.12.~2016.01.)
 정당지지율 추이(2015.12.~2016.01.)
ⓒ 리얼미터의 주간 정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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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의 주간 정례조사(1월 1주차는 주중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의 탈당선언이 진행된 이후, 지지층 결집으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흥미로운 점은 안철수 신당(현 국민의당)을 포함한 총선 지지 정당 조사 결과다.

안철수 신당을 지지정당에 포함시키면, 대략 17% 안팎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은 이 지지율이 어디에서 이동한 것이냐는 점이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지율은 무당층에서 끌어오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모두에서 소폭 끌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새누리당의 지지율 감소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추진이라는 변수 외에도 한일위안부 협상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되어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안철수 신당의 새정치는 정치 내용 상의 새로움이라기보다 새로운 정치 영역의 창출이라는 의미가 더욱 크다. 무당층의 상당 부분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쏠렸다는 점, 친이계 일부 인사들이 국민의당에 합류하고 있는 점은 컨벤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측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단지 자기세력의 정치세력화라는 단기적 목표를 넘어 현 한국 정치 상황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더민주당 탈당 의원을 수혈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내의 합리적 보수를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에 있다.

자잘한 내부 갈등에도 견고한 듯 보이는 새누리당 역시 어떤 계기를 통해 금세 균열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안철수 신당 세력이 총선 직전의 정치세력화와 기반 확대를 위해 더민주당 탈당 의원에만 의존하는 한, 총선 국면에서는 야권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총선을 치르기 위한 세력화냐, 정치지형의 재구성이냐의 갈림길에 선 안철수 신당의 입장으로서는 새누리당 소속의 의원을 끌어올 수 있느냐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만일 안철수 신당이 이 과제를 실현하면서 새로운 정치지형을 창출하기보다 더민주당과의 경쟁구도에만 집착한다면 일정한 정치적 실리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어떤 의미에서건 새정치의 실험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더민주당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중도화·보수화 전략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이동해야 한다. 국민의당이 '합리적 보수'의 포지션을 주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낼 방법은 보다 선명한 야당노선에 기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 국민의당은 2017년 대선에서 1997년 대선전략, 즉 온건화 전략에 기초한 대선전략을 수립할 것이며 더민주당은 급진세력의 측면효과를 전유하기보다 제공하는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2017년 19대 대선이 과연 1997년 15대 대선의 반복이 될지, 아니면 뼈아픈 분열로 패배했던 1987년 13대 대선의 반복이 될지, 우리는 과거의 오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흥미롭고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손우정 회원입니다. 손우정 회원은 새사연 정치-사회분야 전 연구원이자, 현 새사연 회원이며 성공회대 연구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새사연 홈페이지(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치, #새사연, #국민의당, #총선,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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