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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봉암공단에 있는 소주 제조업체인 (주)무학.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봉암공단에 있는 소주 제조업체인 (주)무학.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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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회장이나 임원을 모시는 수행기사의 세계에서는 '롱런'이라는 용어가 있다. 기업 회장이나 임원을 '3년' 이상 모시는 경우를 가리키는 은어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수행기사가 자주 바뀐다는 얘기이고, 수행기사가 '갑을관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직업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제 입으로 회사에 돈 요구한 적 없다"

12년간 수행기사로 일해온 A(43)씨가 순한 소주 '좋은데이'를 히트시킨 대형주류기업 '무학'(회장 최재호)에 입사했을 때만 때도 그런 '롱런의 꿈'을 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현실은 가혹했다.

수시로 최재호 회장으로부터 "야 인마", "이 새끼가" 등의 욕설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하는 놈", "인생의 패배자" 등 모욕적인 말까지 견뎌야 했다. 최 회장 서울 자택의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도맡았고,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을 애견센터에 맡기고 찾아오거나 최 회장 가족 차량들을 세차하는 일도 그의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

게다가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7개월 동안 그가 쉬었던 날은 한달 평균 3일에 불과했다. 오전 6-7시에 집을 나서 최 회장 집으로 출근했고, 새벽 한두 시에 퇴근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최 회장뿐만 아니라 사모님과 따님을 수행하느라 그에게는 주말도 없었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외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등은 지급되지 않았다(퇴사한 뒤 '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제소하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회사는 그에게 1118만여 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밥줄을 잘라냈다. 그는 "항상 모욕적인 욕설을 듣고 인간 이하로 대우받으면서 제대로 된 급여를 못받았다"라며 "참고 참으니까 홧병 같은 게 생기더라, (더 일했다가는) 제 명에 못살 것 같아 그만뒀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무학은 15일 <오마이뉴스> 보도(관련기사 : "회장님 집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부모님 제삿날에도 운전했다") 직후 "A씨가 합의금을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사나 경쟁사에 제보하지 않는 대가로 A씨가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회사가 전화해서 '좋게 끝내려면 뭐가 필요하냐? 돈이 필요하냐?'라고 묻길래 '경쟁사인 롯데나 진로 등에 제보하면 1000만 원 준다더라'고 답한 적은 있다"라며 "하지만 제 입으로 돈을 요구한 적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전화해서 '뭘 원하냐? 돈을 원하냐?'라고 물어보길래 많이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직원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던 얘기를 한 것뿐이다"라며 "생각이 짧았고 경솔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회사가 녹취한 통화에는 제가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저도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회사가 진짜 저를 고소했다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라고 덧붙였다.

'A씨가 무단결근해 회장이 택시를 타고 미팅장소에 나갔다'는 회사쪽 주장에도 "제가 7개월간 근무하면서 무단결근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라며 "수행기사가 무단결근해서 회장님이 택시 타고 나갈 정도였다면 바로 저를 잘랐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그는 "회사는 저를 금품이나 요구하는 파렴치범으로 몰아갈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라며 "직원을 노예라고 생각하거나 월급만 주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밥줄이어서 쉽게 이런 것(회사의 갑질)을 말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보도가 나가면 몽고식품처럼 제2, 제3의 피해자가 꼭 나온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경제5단체가 공동주관하는 '제11회 투명경영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주)무학.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최재호 회장이다.
 지난해 2월 경제5단체가 공동주관하는 '제11회 투명경영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주)무학.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최재호 회장이다.
ⓒ 무학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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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4일과 16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A씨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존칭을 써서 대화한 적이 없다"

- 수행기사로 일한 지 얼마나 됐나?
"12년 쯤 됐다."

- 언제 최재호 회장 수행기사로 들어갔나?
"2014년 3월에 입사했다."

- 어떻게 해서 입사했나?
"(구인구직 사이트인) 잡코리아에 정규직 수행기사 모집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지원했다. 임원과 회장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 최재호 회장을 7개월간 모셨는데 어떤 분이었나?
"최재호 회장은 5년 전에 수행했던 분과 아는 사이였다. 그분이 최 회장과 골프치고 술 드실 때 수행해서 알고 있었다. 최 회장은 상당히 대범했다. 그리고 술을 좋아했다. 탤런트 J씨, 개그맨 P씨와 가까운 사이였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과 형님 동생하는 분이다."

- 최재호 회장이 상습적으로 폭언했다고 주장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출근 첫날부터였다."

- 어떻게 폭언했다는 것인가?
"최 회장은 존칭을 안 쓴다. 저에게도 주임이라는 직급이 있는데 '야 인마' 혹은 '야 새끼야'라고 부른다. 더 심한 쌍욕도 한다. 술에 취했을 때는 상상도 못할 쌍욕을 한다. 차 안에서 툭툭 치는 것도 기본이다."

- 욕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였나?
"많은 사람이 있는 골프 클럽 하우스에서 '이 새끼가 정신나간 새끼네'라고 욕하더라. 거의 언제나 '이 놈', '야 인마', '이 새끼야'라고 욕했다. 그분은 (저랑) 대화를 많이 나누는 분은 아닌데 자기가 얘기할 때는 '야 인마', '이 놈아', '이 새끼야'라고 했다. 존칭을 써서 대화한 적이 없다. '운전하는 놈'이라고도 했다."

- 상습적으로 '이 새끼야'라고 하는 정도였나?
"술에 취하면 더 심한 쌍욕도 한다. 술을 드시면 경상도 사투리가 아주 심하게 나오는데, 듣고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억양이 강한 사투리로 욕했다. 솔직히 기분 나빴다. 이런 욕을 먹으면서까지 여기에 근무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 폭행은 없었나?
"차 안에서 툭툭 건드렸다. 최 회장은 폭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당하는 처지에서는 그것도 폭행이라고 생각했다."

- 그냥 신체를 툭툭 건드리는 수준이었나?
"대놓고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로 툭툭 쳤다."

- 폭언 등은 어느 정도 빈번하게 일어났나?
"욕설은 거의 일상적이었다. 다만 툭툭 건드리는 것은 가끔이었다." 

- 흔히 기업 회장 갑질 논란에서 일어나는 심한 폭행은 없었다는 것인가?
"네. 상처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폭언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요로결석이 생겼다. 을지병원에서 요로결석을 진단받고 수술했다. 저에게는 사무실이 없다. 항상 앉아 있거나 서서 대기하고 있다. 그러니 항상 긴장의 연속이다. 그렇게 긴장의 연속이고 (폭언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요로결석이라고 하더라."

"애견센터에 개를 맡기고 찾아오기도..."

- 최재호 회장 집안일도 했다고 들었다.
"무학의 본사는 창원이다. 최 회장이 서울에 계실 때는 제가 회장님을 수행하고, 창원 본사에 갈 때는 창원의 수행기사가 수행한다. 회장님이 서울에 안 계신 동안에는 회장님 가족이나 임원을 모신다. 사모님 모시고 백화점이나 식당, 마트, 공항 등을 갔다. 따님이 있는데 그 따님이 병원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수행했다. 청담동 애견센터에 개를 맡기거나 맡긴 개를 찾아왔고, 회사에 있는 생수를 집에 배달하기도 했다. 거의 한번도 안 빠지고 집의 쓰레기 분리수거를 다 했다."

- 최재호 회장 서울 집에는 가정부가 없나?
"가정부도 견딜 수 없어서인지 수시로 바뀌었다. 쓰레기는 최종적으로 밤에 제가 치웠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거의 도맡아서 했다."

- 쓰레기 버리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나?
"뭐 그냥 비참했다. 나중에는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쓰레기는 자기들이 버릴 수 있을텐데 하루가 멀다하고 제가 거의 다 했다.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다른 집안 일은?
"집에 있는 차가 3대 있는데 제가 관리하고 세차까지 한다."

- 세차장에 맡기지는 않고?
"맡길 때도 있고, 내가 할 때도 있다."

- 세차는 자주 했나?
"차가 더러우면 사모님이 '똑바로 차 관리하라'고 짜증낸다. 벤츠S-500 등 비싼 차니까."

-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제가 보통 오전 7시 30분까지 회장님 아파트로 출근한다. 아파트에 가서 회장님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10시든 12시든…."

- 안 나오면 최재호 회장한테 전화 안 하나?
"할 때도 있지만, 거의 안 한다. 사실 할 수가 없다. 전화하면 건방지다는 것이다. 공항에서도 게이트가 아니라 입국장에 있어야 한다. 입국장 앞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오면 가방을 받아서 차까지 인도하고 문을 열어드린다."

- 출근한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하나?
"회장님이 차에 타서 '어디 가자'고 하면 거기로 모셔다 드린다. 회장님의 공식일정은 비서실에서 보내준다. 하지만 회장님 마음이다. 공식일정을 바꾸고 싶으면 바꾸는 거다."

- 최재호 회장은 주로 어디를 다니나?
"주로 골프장과 술집을 많이 다닌다. 술집의 경우 청남동, 논현동, 강남역 등이다."

- 술집은 얼마나 자주 가나?
"회장님이 주류 회사 회장이어서 그런지 술을 매일 드신다. 신사동에는 무학에서 운영하는 '파머스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손님을 거기로 데려가 건물 옥상 가든이나 룸에서 많이 드신다."

- 주로 누구랑 술을 먹나?
"검사, 판사, 정치인, 기업인 등 많다. 서울지검 부장검사도 있다. 서울대 AMP(최고경영자과정)를 나왔는데 거기 관련된 사람과도 술도 많이 먹고 골프도 많이 친다."

- 연예인들도 있나?
"영화배우 J씨하고 가장 친하고, 개그맨 P씨와는 형님, 동생 하는 사이다. 회장님이 연예인 인맥이 좀 있는 분이다."

"추석 연휴 4일 중 이틀 동안 사모님과 따님 수행했다"

'좋은데이' 등 소주 제품을 생산하는 (주)무학은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봉암공단에 본사를 두고 있다.
 '좋은데이' 등 소주 제품을 생산하는 (주)무학은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봉암공단에 본사를 두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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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일과는 언제쯤 끝나나?
"대중없다. 회장님이 보내주실 때, 가라고 할 때 간다. 따로 퇴근시간이 없다.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가는 거다. 정상적인 퇴근 시간에 퇴근한 적이 없다."

- 어떻게 퇴근하나?
"회장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차를 주차해놓는다.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없으면 택시 타고 귀가한다. 택시비는 나중에 회사에 청구해서 받는다."

- 한달에 평균 3일 쉬었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계속 일할 수 있나?
"정말 힘들다. 그래도 직장이니까 힘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만두면 당장 먹고살 일이 걱정되니까."

- 명절에도 안 쉬었나?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 추석 연휴가 (2014년) 9월 7일부터 10일(대체휴무일)까지였다. 추석 첫날은 사모님과 따님 모시고 김포공항에 갔다. (9월 8일과 9일은 쉬고) 연휴 마지막날에는 사모님과 따님을 모시러 김포공항에 갔다."

- 그럼 9월에는 추석 연휴 이틀 쉰 것이 전부인가?
"9월 25일 하루 더 쉬었다. 회장님이 (본사가 있는) 창원에 내려가서 서울에 안 계시니까 하루 쉰 것 같다."

- 부모님 제삿날에도 일했나?
"제가 (2014년) 4월부터 10월까지 근무했는데 그 기간에 아버지와 어머니 제사가 각각 8월과 6월에 있었다. 하지만 제사를 못지냈다."

- 최재호 회장에게 얘기했나?
"1주일 전에 회장님이나 회장님 없으면 사모님께 '이번 주에 어머니 기일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알았다'고 해놓고는 막상 제사 당일에 운전시켰다."

- 제사 당일에 한번 더 얘기하지 그랬나?
"그게 싫더라. 회장님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말하면 좋은 말이 안 나올 것 같았다. 아마도 한번 더 말했다면 '너 새끼가 하는 일이 운전기사인데 운전이나 해라'고 했을 거다. 이런 사정을 부장, 차장한테 얘기했더니 '당신이 하는 일이 운전기사인데 그거 당연히 참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 그렇게 일하고 임금은 얼마나 받았나?
"제 연봉이 3400만 원이었는데 여기에다 나누기 14를 했다. 퇴직금 공제 때문에 (12가 아니라) 14로 나누는 것 같다(한달에 세전으로 약 243만 원 받았다는 얘기다 - 기자주)."

- 근무시간 외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 등은 전혀 없었나?
"전혀 없었다. (회사에서는) '우리 회사는 원래 없다, 다른 회사랑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 혹시 못받은 수당을 계산해본 적이 있나?
"해봤다. 근무일지(차량운행일지)를 토대로 노무사가 계산해보니 1500만 원 정도 나왔다. 퇴사하면서 연장근무수당, 휴일근로수당 못 받은 것을 임금체불로 노동부에 제소하겠다고 했더니 회사는 1100만 원밖에 못준다고 했다. 수당 지급을 전제로 노동부에 제소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다. 최소한 회사가 그동안 줘야 할 수당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 이런 식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상당히 많겠다.
"어마어마할 거다."

"최 회장은 저에게 '인생의 패배자'라고 했다"

- 최재호 회장 수행기사는 몇 명이나 바뀌었나?
"수도 없다. 하루 일하고 그만둔 사람도 있고, 1주일이나 보름 일하고 그만둔 사람도 있다."

- 그게 다 최재호 회장님 때문인가?
"그렇다. 거의 다 회장님 성격을 견디지 못하고 나갔다."

- 왜 퇴사를 결심하게 됐나?
"항상 그런 모욕적인 욕설을 듣고 인간 이하로 대우받으면서 제대로 된 급여를 못받았다. 참고 참으니까 '홧병' 같은 게 생기는 것 같더라. 요로결석으로 수술까지 하게 되니까 (더 일했다가는) 제 명에 못살 것 같아 그만뒀다."

- 수행기사로 12년간 일했는데 이런 경우는 없었나?
"힘들게 근무해도 회사에서 금전적으로 보상해줬다. 몸이 힘들면 돈이라도 벌라고 하는 거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상태에서 돈도 안 주니까 그만두게 됐다. 그만두고 텅빈 집에 와서 아버지, 어머니 사진을 봤는데 많이 죄송하더라. 못난 아들이라서."

- 수행기사로 일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많이 느꼈나?
"오너 분들이나 회사 고위 임원들을 모시기 때문에 수행기사는 외로운 존재다. 남들하고 어울리기 힘든 존재다. 일반 직원들도 수행기사에게 말걸기 힘들어한다. 자기들이 수행기사한테 얘기한 것이 오너나 임원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 편하게 말을 못한다. 그러니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 수행기사로 12년간 일하면서 최재호 회장이 제일 힘들었나?
"가장 악질이다. 탑이다. 최 회장은 저를 '인생의 패배자'라고 표현했다. 최 회장은 항상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 최재호 회장이 '악질 탑'인 이유는 뭔가?
"배려라는 게 없다. 직원이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것 자체를 신경 안 쓴다. 자기는 밥 먹고 나와도 저한테 '밥 먹었냐?'는 말 한마디 안 한다. 인간적인 면이 없다. 저는 본인이 필요할 때 써먹는 도구에 불과했다. 한달 정도 벤처기업 회장 수행기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그 회장도 깡패 수준으로 때리고, 사람을 무시했다. 카이스트와 서울대를 나왔는데 저를 벌레 수준으로 봤다. 하지만 돈은 줬다. 때리고 쌍욕했어도 고생한 만큼 돈은 줬다. 하지만 최 회장은 돈도 안 줬다. 부려먹을 거 다 부려먹고. 끔찍하다."

- 그 벤처기업 회장은 근무시간외수당이나 휴일근무수당을 줬다는 것인가?
"연장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 등 다 줬다.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휴일에는 웬만하면 안 불렀다. 토, 일요일은 쉬라고 했다. 그거 하나는 좋았다."

- 최재호 회장은 왜 '인생의 패배자'라고 표현한 것인가?
"이렇게 말한 걸로 기억한다. '니네들은 사회의 패배자, 인생의 패배자다. 니가 못났으니까 운전기사를 하고 있다. 잘나고 성공했다면 내 밑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겠나.' 지검장하고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얘기했다. 지검장을 서초동 집에 태워다 줬는데 그 분이 저에게 5만  원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최 회장이 '버릇 나빠지니까 주지 마라'고 했다. 자기는 10원 한  장도 안 주면서. '식사해라' 이런 말도 절대 안 한다. 오히려 '야 인마 똑바로 해라', '이 새끼가 어쩌구 저쩌구' 다그치는 말만 했다. 따뜻하게 말한 적이 없다."

- 왜 최재호 회장이 배려하는 게 없다고 보나?
"그 사람의 본성이다. 이중적 본성이다. 대외적으로는 성공한 기업인, 성공한 재벌2세, 성공한 향토기업인이다. 화통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주 나쁜 기업인이다. 아주 이중적인 사람이다. 권위의식이 아주 강하고, 자기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아주 싫어한다. 무학의 분위기가 군대식이다. 거기에 사장, 임원이 있어도 회장이 법이다. 말 그대로 회장에게 모든 결정권이 있다. 회장이 하라고 해야 하고, 회장이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거다. 임원회의할 때 임원들이 사시나무 떨 듯 긴장한다. 회장 눈치를 많이 본다."

- 퇴사한다고 했을 때 최재호 회장이 보인 반응이 있나?
"담당 부장에게만 보고하고 퇴사했다. 회장 얼굴도 못봤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최 회장이 '나쁜 놈,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했다고 하더라. 당연히 안 좋게 얘기했을 거다. 무학은 직원이 나가면 절대 좋게 얘기하지 않는다. 나쁘게 얘기한다."

- 회사측에서 붙잡지는 않았나?
"없었다. 그냥 사직서만 쓰라고 했다."

"회사가 전화하더니 '돈이 필요하냐?'라고 했다"

- 회사쪽에서는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없다."

- 본인이 회사에 금품을 요구한 적이 정말 없나?
"절대 없다. 금품을 요구할 이유도 없다. 특히 저 혼자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품을 요구할 수도 없다. 창원쪽 수행기사랑 같이 진행하고 있다."

- 그런데 왜 회사에서 그렇게 주장한다고 보나?
"회사가 녹취할 목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질문을 해서 거기에 대답했을 뿐이다. 내 입으로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

- 회사쪽에서 유도했다는 질문이 뭔가?
"저에게 전화해서 '뭐가 필요해? 돈이 필요해? 보상금이 필요해? 무얼 원하냐?'고 했다. '좋게 끝내고 없던 일로 하려면 뭐가 필요하냐?'는 식으로 물어봤다."

- 거기에 어떻게 대답했나?
"'몽고식품의 갑질사태로 (사회분위기가) 안 좋다는 것 아시지 않냐, 이런 것을 경쟁사인 롯데나 진로 등에 제보하면 1000만 원 준다고 하더라'고 했다."

- '롯데, 진로에 제보하면 1000만 원 준다'는 얘기는 뭔가?
"경쟁업체의 문제를 제보하면 사례금을 준다는 것이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처럼 오르내리던 얘기였다."

- 왜 그렇게 얘기했나? 
"제가 먼저 꺼낸 것이 아니라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뭘 원해? 보상금을 원해? 뭐가 필요해'라고 자꾸 얘기하길래 별 생각없이 그렇게 얘기했다.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답변이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 하지만 제 입으로 '돈을 얼마 주면 언론사에 제보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 회사쪽에서는 '금품을 요구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 답변인데.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회사가 그런 뉘앙스로 받아들인다면 내가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제가 회사에 금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 회사에서 녹취할 목적으로 저에게 전화해서 그런 식으로 물어보지 않았다면 제가 그렇게 얘기할 이유가 없었을 거다."

- 회사쪽에서는 그렇게 얘기한 것을 두고 '금품을 요구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품을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제가 얼마를 요구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저는 금품을 요구한 적이 없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을 정도로 한점 부끄러움 없이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 회사가 그런 쪽으로 몰고가는데 정말 불쾌하다."

- 좀 불리할 수는 있겠다.
"그 부분은 제가 경솔했고 잘못했다. 제가 한 말은 했다고 인정한다. 한 말을 안 했다고 거짓말하지는 않는다."

- 혹시 1000만 원 사례금 얘기할 때 돈을 받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았나?
"전혀 없었다. 저 혼자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또다른 무학 직원(창원쪽 수행기사)과 같이 진행하고 있었다. 내 뜻대로 금액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돈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무학 직원이 전화해서 '뭘 원하냐?'고 물어보길래 속상해서 떠돌아다니던 얘기를 한 것뿐이다."

- 암튼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경솔했다. 그게 잘못이라면 인정한다. 다만 회사에서 전화해서 '금전이 필요하냐?'고 물어봐서 자존심도 많이 상해서 그냥 대답한 거다. 전화한 사람이 저랑 잘 아는 사람이어서 아주 편안하게 얘기하다가 한 말이었다. 저는 (무학이) 몽고식품처럼 될까 걱정돼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금품 요구로 해석한다면 이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아예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회사가 고소했다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

- 퇴사한 이후 회사쪽에 직접 전화한 적이 있었나?
"미지급 수당건을 제외하면 총 4번 정도 통화했다. 지난해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와 기자로부터 회사가 저를 고소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변호사를 선임한 직후(7일), 그리고 회사의 형사고소 여부를 확인하고, 저에게 잘 해주셨던 강아무개 사장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한 것이 전부다. 제가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통화내용은 전부 회사가 전화한 것이다. 회사가 녹취한 통화에는 제가 금품을 요구한 내용은 전혀 없다. '돈을 주면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 오히려 회사쪽에서 적극적으로 회유했나?
"회유가 아니라 겁주려고 한 것 같다. 제가 언론사와 인터뷰 한다고 하니까. 저랑 통화할 때는 형사고소를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 회사가 저를 고소했다는 얘기는 전부 기자들에게 전해들었다. 회사는 지난 4일 저를 고소했다고 했는데 만약 그때 고소하지 않았는데도 기자들에게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것은 저를 협박한 것이다."

- 회사에서 겁을 준 적은 있나?
"직접 겁을 준 적은 없었다. 다만 기자들을 통해 저를 공갈과 협박으로 고소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회사에서 저를 고소했다고 하니까 저는 겁이 났다. 정말 두려워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 오죽했으면 변호사까지 선임했겠나? 저희 변호사는 회사가 저를 협박할 목적으로 4일 고소하지 않았는데도 기자들에게 고소했다고 했다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15일 <오마이뉴스> 보도 직후 회사쪽에서는 공갈협박으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저는 당당하다. 사실만 말했다. 회사가 고소했다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 MBC의 한 기자를 통해 진작 고소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변호사를 선임했다. 회사는 1월 4일 서울중앙지검에 저를 고소했다고 하는데 지난 2주 동안 검찰로부터 연락받은 적은 없다. 진짜 고소한 것인지, 저를 협박하기 위해 고소했다고 거짓말한 것인지 모르겠다."

- 회사쪽에서는 근로계약서에 '1년 계약직'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계약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아니다. 입사한 뒤 근로계약서 쓸 때서야 알았다."

-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킨 적도 없고, 부모님 제삿날에 휴가를 신청하지도 않았다고 회사쪽은 주장한다. 
"휴가계를 내는 제도 자체가 없었다. 창원쪽 수행기사에게도 물어보라. 휴가계가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 휴가계 자체가 없었나?
"다른 직원들은 모르겠지만 저희 같은 수행기사는 휴가계 자체가 없었다."

- 그럼 휴가계를 낸 적이 한번도 없다는 얘기인가?
"없었다. 휴무일은 그냥 쉬는 날이다. 제가 따로 휴가계를 낸 적은 없다."

- 회사쪽에서는 여러 번 무단 결근했다고 주장한다.
"제가 7개월간 근무하면서 무단결근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 회사쪽에서는 무단결근해서 최재호 회장이 택시를 타고 미팅장소에 나갔다고 주장한다. 
"처음 듣는 소리다. 만약 그랬다면 그때 바로 저를 잘랐을 것이다. 수행기사가 무단결근해서 회장님이 택시 타고 나갈 정도였으면 바로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다."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저는 명백한 피해자다. 회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인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뒤에서 저를 돈이나 노리는 파렴치범으로 묘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 회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갑질을) 반성해야 한다. 또 지금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저처럼 수당을 제대로 못받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앞으로는 절대 근로자들을 착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한 만큼 보상해줘야 한다. 직원은 노예가 아니다. 직원을 노예라고 생각하거나 월급만 주면 맘대로 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최근에 몽고식품 등 향토기업 회장들의 갑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돈있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우리 같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사람으로 봐달라. 그리고 부려 먹었으면 응당 돈을 줘야 한다. 자기가 필요없어 버릴 수는 있겠지만 일을 시키고 부려먹는 동안에는 합당하게 대우해줘야 한다. 창원의 기사도 수당을 못받았다. 저희는 회사를 떠난 사람이다. 당연히 지금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밥줄이어서 쉽게 이런 것들을 말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보도가 나가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꼭 나온다. 몽고식품처럼 말이다."


태그:#무학, #최재호, #무학갑질, #좋은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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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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