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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정치 시즌이다. 오는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개헌 확보선을 호시탐탐 노리며 정권재창출의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분화돼 제1야당의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이주빈의 정치시즌'은 광주에서 바라보는 시시콜콜한 정치이야기다. [편집자말]
가칭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등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안 의원 왼쪽 너머로 이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무소속 권은희 의원이 서 있다.
 가칭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중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등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안 의원 왼쪽 너머로 이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무소속 권은희 의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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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11일 다시 광주를 찾았다. 지난 해 12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자마자 광주를 찾았던 그가 이번엔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한 후 첫 지방 일정을 광주로 잡은 것이다.

국립5.18묘역을 참배한 이후 그는 "광주정신은 희생과 헌신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희도 국민의당을 시작하는 첫날에 희생과 헌신으로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라고 말했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두 번씩이나 광주를 찾은 안 의원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광주는 한국 야권 세력에게 그 자체로 '전략'이자 '상징'이다. 광주의 마음을 얻으면 이른바 호남의 마음을 얻는 튼튼한 발판을 구축하는 것이 된다. 이는 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세력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른바 광주의 '전략적 선택'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면 권력창출 주도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략적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안 의원은 광주라는 전략과 상징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전략적 우위에 서고 싶다는 강력한 정치의지를 '광주 일정'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의 이런 열망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어느 정도 순조롭게 이루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 중 김동철·권은희·임내현 의원 3명이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벌써 합류한 상태다. 장병완·박혜자 의원의 합류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시중여론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1월 첫째 주 정례조사 결과도 안 의원에겐 고무적이다. 이 조사에서 안철수 신당(41%)은 호남에서 더민주(19%)를 2배 이상 앞섰다. 물론 경기·인천(24%)과 부산·울산·경남(19%), 대구·경북(9%)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앞섰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더민주는 이 지역에서 각각 19%, 18%, 7%를 기록했다.

더민주가 안철수 신당을 앞선 지역은 서울(22%)과 대전·세종·충청(23%) 두 곳이었다. 안철수 신당은 이 지역에서 각각 17%와 18%를 얻었다(이번 조사는 지난 5~7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임의걸기)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23%(총통화 4530명 중 1021명 응답 완료)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보드라운 광주 바람, 계속 이어질까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하며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한 가운데 축하 공연이 열리고 있다.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하며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한 가운데 축하 공연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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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에겐 달콤하고 보드라운 광주의 이 바람은 계속 불까. 정치는 바람이다. 바람은 느닷없는 것처럼 보이는 몇 가지 기류에 순식간에 방향과 강도를 바꾼다. 안 의원에게도 이 느닷없는 기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위험은 지금의 안온한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는 바로 그것들에게 숨어 있다.

우선 광주지역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많은 정치인이 안 의원의 국민의당에 대거 합류하고 있다는 것은, 안 의원에게 큰 힘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기류의 진원지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달 19일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이 유권자 2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교체 되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평균 64.0%에 달했다. 특히 탈당파 의원의 지역구인 북구을 70.9%, 광산구을 70.2% 등으로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탈당파 의원들로 나락 줍기를 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엔 도움 받을 수는 있겠지만 자칫 현역 의원 교체 열망이 높은 민심과 충돌할 경우 본선에서 낭패를 볼 수가 있다.

특히 국민의당 간판을 달고 광주 서구갑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에 대해서 "무분별한 영입"이라는 비판이 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 이사장은 2008년 4월 한반도대운하를 "국토개조작업"이라며 적극 추진할 것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MB맨'으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로부터 '4대강 A급 찬동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들로부터 영입 취소 여론이 일고 있는 인사를 보란 듯이 광주에 출진시킬 경우 지금의 '편안한 바람(安風)'과는 비교가 안 되는 거센 역풍을 만날 수 있다.

다음으로 가장 위험한 기류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나는 민심에 있다. 그것도 광주를 비롯한 호남이 아닌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민심이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선택은 '전략적 선택'으로 불린다. 광주의 전략적 선택에서 가장 많이 고려되는 것이 확장성이다. 즉 광주의 지지 말고 다른 곳에서 얼마나 많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모든 곳에서 앞섰지만 딱 두 곳에서 졌는데 그곳이 하필 서울과 대전·세종·충청이다. 서울은 가장 큰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을 가늠케 한다. 전통적으로 모든 선거에서 대전·세종·충청에서 이긴 세력이 승리했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민심이 '우리 동네'인 호남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전략적 선택을 가늠할까. 즉 국민의당이 호남의 지지를 현재처럼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수도권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확실히 제쳐야 편하고 따뜻한 바람을 계속 탈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는 바람이다. 바람은 언제든지 바꿔 불 수 있고, 모든 바람의 진원지는 다른 곳이 아닌 '내 안'에 있다.


태그:#안철수, #광주, #더민주, #20대 총선,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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