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공주시 공산성 건너편 물속에서 퍼 올린 흙에서 1cm~2cm가량의 실지렁이가 확인됐다.
 충남 공주시 공산성 건너편 물속에서 퍼 올린 흙에서 1cm~2cm가량의 실지렁이가 확인됐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4대강 사업으로 강의 흐름이 막힌 금강에서는 여전히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충남 공주시 공산성(사적 제12호)이 바라보이는 건너편 둔치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지난 22일 찾은 이곳 둔치는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아침 기온이 영하 1℃까지 떨어지면서 생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추위 때문인지 운동하는 시민들도 손에 꼽을 정도다.

기자는 악취가 풍긴다는 물속에 들어가 보았다. 발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뻘층이 깊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물속은 걸을 때마다 시궁창에서 맡을 법한 악취가 올라왔다. 오전 9시 온도계로 확인한 기온은 영상 1℃, 물속 수온은 3℃ 정도로 확인됐다.

물속에서 실지렁이가 꿈틀꿈틀

 충남 공주시 공산성 건너편 물속에서 퍼 올린 펄층이 시커멓게 썩어있다.
 충남 공주시 공산성 건너편 물속에서 퍼 올린 펄층이 시커멓게 썩어있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뻘을 걷어보기 위해 강물에 손을 담그니 손끝이 짜릿짜릿 아려온다. 십여 차례 물속의 뻘을 걷어내니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길이가 1~2cm가량의 실지렁이다. 서너 차례 떠올린 뻘에서는 붉은 깔따구까지 확인됐다.

4대강 사업 전인 지난 2008년까지 공주시민의 식수를 퍼 올리던 상류로 이동해 보았다. 낮은 수온 때문인지 물속이 확연히 보일 정도로 맑다. 물속 자갈에는 지난 여름 가라앉은 녹조가 두껍게 쌓여있다.

하지만 이곳도 뻘이 쌓여서 발을 옮기기가 어렵다. 느린 걸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미세한 입자의 뻘이 뒤집히면서 다리 주변을 휘감아 돈다. 물속에 손을 넣어서 흙을 퍼 올렸다. 하수도에서나 봄 직한 시커먼 흙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이곳에서도 실지렁이가 확인되었다.

 환경부의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기준표에 따르면 4급수에 서식하는 종으로 깔따구, 실지렁이, 나방애벌레, 거머리를 표기해 놓았다. 4급수는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다.
 환경부의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기준표에 따르면 4급수에 서식하는 종으로 깔따구, 실지렁이, 나방애벌레, 거머리를 표기해 놓았다. 4급수는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실지렁이와 깔따구는 유속이 느리고 유기물 퇴적이 심한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오염 내성이 강하고 수질의 오염 정도가 심할수록 개체 수가 증가한다. 오염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동물로,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6ppm 이상인 4급수에서 서식하는 종이다. 실지렁이나 깔따구는 성충이 되면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경부의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기준표에 따르면 4급수에 서식하는 종으로 깔따구, 실지렁이, 나방애벌레, 거머리를 표기해 놓았다. 4급수는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다.

"수문개방만이 금강을 살린다"

 뻘이 쌓여서 발을 옮기기가 어렵다. 미세한 입자의 뻘이 뒤집히면서 악취가 풍긴다.
 뻘이 쌓여서 발을 옮기기가 어렵다. 미세한 입자의 뻘이 뒤집히면서 악취가 풍긴다.
ⓒ 김종술

관련사진보기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현재의 금강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금강이 더 이상 흐르는 강이 아니라 담수호 호수로 변했다는 것이다. 강바닥엔 뻘층이 쌓이고, 겨울철임에도 담수호 환경으로 변하면서 수온이 비교적 높아졌다. 오염 토양층이 형성되면서 4급수 이상의 수질에 사는 생물종이 대거 서식한다는 것은 이미 금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시민들에게 불안과 우려를 끼치고 있다."

그는 이어 "금강이 회복하려면 부분적인 조치가 아닌 물을 흐르게 하는 수문개방이나 보 철거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중증에 걸린 금강을 회복시키기에는 어렵다"고 전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예당저수지로 도수로 공사를 하겠다는 것은 금강의 숨통을 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내에 산다는 강아무개(여, 56)씨는 "둔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살다 보니 매일같이 운동을 나온다, 옛날에는 참 맑고 깨끗했는데 공주보가 막히면서부터는 썩는 냄새가 풍긴다"며 "여름에는 악취가 심해서 운동을 나오기도 겁이 날 정도다, 그나마 햇살이 좋은 날 한두 차례 찾는데 하수도 냄새가 난다"며 안타까워했다.

충남연구원은 4대강 사업 이후 서해안기후환경연구소, 충남보건환경연구원 등 학계 및 시민단체, 지역주민과 금강을 모니터링 중이다. 지난 11월 세종시청에서 열린 '금강 수환경 모니터링 4차년도 최종보고회'에서 깔따구와 실지렁이, 큰빗이끼벌레, 녹조 등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유속이 정체되는 원인으로 4대강 보를 꼽았다.

한편 정부는 충남지역의 가뭄 해소를 위하여 공주보 용수를 예당저수지로 도수관을 이용하여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4대강 사업#금강 4급수
댓글1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