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요즘 처지가 설악산의 '흔들바위' 입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후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 말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후퇴 저지 토크콘서트'에 출연해 "야권이 하나 돼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 경제 실패, 민생 파탄에 맞서야 하는데 거꾸로 분열된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스럽고 정말 가시방석 위에 있는 것 같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식구들 일부가 우리 집 마음에 안 든다고 나갔는데 이럴 때일수록 남은 식구끼리 똘똘 뭉쳐서 보란 듯이 집안 일으키고 잘 살아야 한다, 그래야 집 나간 사람들도 돌아오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 뿐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동반 탈당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당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을 빈틈없이 메운 청중들은 문 대표의 의지에 박수와 웃음으로 응답했다.

문 대표와 함께 토크콘서트 '주연'으로 출연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지 않았다. 박 시장은 "저는 서울의 '흔들바위'다, 정부·여당이 왜 그렇게 흔들어대나"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저는 바위가 아니라 이러 저리 치이는 돌멩이"라면서도 "이 돌멩이가 특이해서 한 번 찰 때마다 커진다"라고 말했다. 청중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문재인 "남은 식구 똘똘 뭉쳐 집안 일으켜 세워야"

각자의 근황에서 출발한 얘기는 정치현안으로 옮겨붙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된 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과 관련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지역주의 정치 구도를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여기에 더하자면 선거연령을 인하해 젊은 사람을 많이 (투표에) 참여시키는 게 좋다"라며 "새누리당이 자기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이를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온라인 당원 입당 급증 상황과 관련해선 "지난 나흘 동안 5만 9천 명 정도가 입당했다, 정말 굉장한 일"이라며 "이달 말까지 온라인 입당자들이 모일 수 있는 온라인상의 플랫폼을 가동해서 명실상부한 네트워크 정당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공언했다.

박원순 시장은 안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정말 당이 걱정이다"라며 "사실 당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당을 걱정하는 상황은 막아야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분열은 필패라 생각해서 안 의원한테도 그건 안 된다고 이메일 보내고 문자메시지 보내고 수없이 했는데 잘 안 되서 안타까웠다"라며 "눈사람처럼 사람을 자꾸 불려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방법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눈사람 작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낙관주의"라고 화답했다. 그는 "패배주의적인 사고들이 우리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고 그것이 새누리당과 함께 하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이기도 하다"라면서 "그걸 깨치고 해낼 수 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다 합쳐서 국민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노동5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법·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들에 대한 직권상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문 대표는 "직권상정 좋아하고 긴급 이런 것 좋아하는 시절이 바로 과거 유신시절 아니었나"라며 "의회민주주의, 삼권분립 등 민주주의의 기본을 존중하는 철학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의 독재화에 맞서는 강력한 세력이 필요하고 시대정신인 '불평등 타파'를 구현해야 한다"라며 "우리 야당이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망을 많이 끼쳤다, 많이 참여하셔서 정치를 바꿔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시장은 '박 대통령이 국회에 계류된 쟁점법안 처리로 잠을 못 이룬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왜 직권상정을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되니 화가 나서 잠을 못 이루실 것"이라며 "시행령을 만들어 (행정부) 스스로 통치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라고 비꼬았다.

"현 정부, 국민들이 복지에 눈 뜨는 것 원천봉쇄"

서울시의 '청년수당', 성남시의 '공공산후조리원' 등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을 중앙정부가 반대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재명 시장은 "(정부가) 복지를 낭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지자체가 지역별로 시행하는 자잘한 복지정책 1500개 가까이 폐지하라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645만 명 정도가 (해당 복지정책의) 수혜자인데 주로 장애인, 여성, 취약계층 등 정부가 챙기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라며 "이를 일률 폐지하라고 하고, 안 하면 교부금을 깎겠다고 하는데, 이는 지방자치를 '국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왜 정부가 그를 못하게 막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국민들이 복지에 눈을 뜨는 것을 원천봉쇄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어디는 똑같은 예산 갖고 빚 청산하고 복지도 확대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는지 의문을 갖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 중 필수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받는 것이다, 공짜가 아니라 권리"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은 "현 정부의 복지후퇴와 관련해서 소통이란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라며 "지난 국무회의 때 청년수당에 대해 1 대 4로 토론했는데, (국무회의) 사회를 보는 국무총리가 '박 시장이 저렇게 얘기하니 다음 주까지 논의해보자'고 하지 않고 들은 척 만 척 했다, 이런 식의 국정운영으로는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과거 야당 때 하셨던 말씀, 대선 때 공약한 말씀들을 잘 읽어보면 아주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실 거라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정권교체 뿐"

보건복지부가 최근 개정된 '모자보건법'으로 법적 근거를 갖게 된 성남시의 공공산후조리원에 대해 끝까지 '수용 불가' 입장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시장은 "여야가 대타협해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복지부는 시행령으로 막겠다고 한다"라면서 "복지부는 '복지방해부', 법제처는 '법왜곡처', 행정자치부는 '자치후퇴부'다"라고 일갈했다. 또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세무조사 권한을 박탈하는 법을 만들려다 야당 반대로 보류하고 있다"라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때처럼 지방자치제를 폐지할 수 없으니 그 내용에서 알맹이를 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역주행'을 막기 위한 해법은 '정권교체'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정권교체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에 앞서서 내년 총선에서 의회권력부터 교체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젊은 세대가 더 나서야 한다"라면서 "어르신 세대는 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 정부가 잘 한다고 지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많은 사람들의 온라인 입당도 권유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나서서 참여하고 어르신들이 그를 응원해줘야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온라인 입당) 참여해서 당을 확 바꿔버리고 정치도 확 바꾸고 우리 당 정책도 확 바꾸고, 그 힘으로 내년 총선 꼭 이겨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오마이TV>로 생중계됐고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에 업로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