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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현장 이날 정부 측 증인들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청문회 현장이날 정부 측 증인들은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 이명옥

분노하자고 말하지는 않겠다. 제발 잊지 말자. 왜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는지를.

지난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청문회장에서 청문회를 지켜봤다. 유가족의 눈물을 보았다. 유가족들은 때로는 한숨을, 때로는 기만과 거짓에 야유를, 때로는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놀라우리만치 침착했다.

솔직히 나는 청문회 내내 뛰어나가 증인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 나와 달리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은 수도자와 같은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하나같이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증인들은 하나같이 "모른다", "기억이 잘 안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라는 변명만 늘어놨다. 참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에도 당당했다. 오히려 자신도 인격이 있다며 고성을 질러대기도 했다. 적반하장, 양심 실종의 현장이었다.

청문회를 통해 막연히 알아왔던 사실에 대해 수치나 문서를 통해 확인한 것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하나, 목포 해양경찰서 서장 김문홍은 초동 대처를 제대로 못해 감사원의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도 "사유는 인정하지만 징계는 동의할 수 없다", "자신도 인격이 있다"며 신문하는 위원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직접적인 구조 책임자였던 김문홍 서장은 사고 당시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는 대형 선박이 그렇게 빨리 전복될 줄 몰랐다고 청문회에서 몇 차례 말했으며, 실제로 배가 완전히 전복된 9시 40분에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9시 57분에서야 해경 123정장에게 승객 퇴선 유도를 지시 했다. 실질적인 구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실제와 다른 보고 중인 김석균 전 청장 김석균 전 청장은 잠수사 500여 명이 투입돼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실제와 다른 보고 중인 김석균 전 청장김석균 전 청장은 잠수사 500여 명이 투입돼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 이명옥

둘, 같은 시각 해수부가 실시간으로 보고한 상황 보고서와 유가족 및 언론에 밝힌 내용이 달랐다. 청와대와 국정원에는 사실에 가까운 상황 보고를 했지만, 유가족에게는 부풀린 형태로 다른 형태의 소식을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했을 때 김석균 청장은 언론에 잠수사 500명이 투입되었다고 설명을 하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핫라인 음성 녹취록을 통해서 김석균 청장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왜곡·조작 보도를 통해 국민을 기만한 것을, 민간 잠수사의 증언과 문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위 사진 참고)

4월 16일  침몰 당시 김경일의 통신 기록 김경일의 사고 당일 오전 9시부터 10시 30분 경까지  통화 기록
4월 16일 침몰 당시 김경일의 통신 기록김경일의 사고 당일 오전 9시부터 10시 30분 경까지 통화 기록 ⓒ 이명옥

셋, 구조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던 해경과 해수부는 정작 침몰 중인 세월호의 선장과 제대로 교신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상황 파악을 위해 유선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했다. 적절한 구조 명령을 내려야 할 시점에 그는 개인적 통화를 했다.

넷, '대형 참사'를 대비한 인명 구조에 매뉴얼은 없었다. 소형 선박 사고에 대비해 법규가 정한 최소한의 실질적인 훈련조차 지난 수 년 간 한 적이 없다.

다섯,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304명을 희생시킨 대형 사고를 내고도,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은 반성이나 책임 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무능력이 부른 참사이길 바란다

실로 노란 리본 반지를 엮어 끼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가족과 시민 유가족은 마음에 손가락에 목에 팔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그날을  위해 행동한다.
실로 노란 리본 반지를 엮어 끼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가족과 시민유가족은 마음에 손가락에 목에 팔에 노란 리본을 달고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질 그날을 위해 행동한다. ⓒ 이명옥

나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해수부와 해경 등 담당 책임자의 무능력이 부른 참사이길 바란다. 무능한 사람은 적절한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고, 지금부터라도 매뉴얼을 만들고 철저한 실전 훈련을 통해 구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면 되니 말이다.

문제는 단순히 담당 부처와 개인의 무능력만이 아니라 국정원, 해경, 해수부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구조에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권력 구조와 탐욕스런 자본은 책임회피, 진실 은폐, 변명으로 일관만 할 뿐이다. 개과천선의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이 무엇인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 갈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1차 청문회 이제 시작일 뿐이다. 2차, 3차 청문회를 통해서 거짓의 가면을 벗겨내고 진실의 민낯이 드러나길 바란다.

시민들은 직접 청문회를 지켜보던 내내 혹은 생중계를 통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때 마다, 답답함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증인들 대부분이 뻔뻔함과 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분노가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더 끈질기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가야만 한다.

600일 넘게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을 기다리며, 유가족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 그리고 그 외 돌아오지 못한 295명의 유가족이 지금도 긴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잊지 말자. 진실이 드러나는 바로 그 지점부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정한 논의는 시작된다는 것을.


#세월오 온전한 인양과 진상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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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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