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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사권 남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조사단은 △ 민중총궐기 불참자에 출석요구서 발송 △ 집·학교 방문 및 가족에게 출석요구 통보 △ 과도한 정보수집 △ 불법 체포 △ 출석요구서 남발 등을 지적했다.

알바노조 인천지부 준비위원장인 이경호씨, 정의당 대전시당 홍보국장 홍진원씨, 단양군 친농연 사무국장 유문철씨 등은 민중총궐기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참석 건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심지어 유씨는 경찰이 집으로 두 차례나 찾아와 채증사진이 있다며 집회 참가 여부를 물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3일 보도한 기사 "'누구더러 폭력집회래' 국가조사 폭력단 떴다"를 보니 불법조사와 관련한 피해사례로 내 이름 석 자가 뚜렷이 못박혀 있다.

지난주(11월 23일~29일) 이틀에 걸쳐 충북 단양군 정보과 형사 2명과 수사과 형사 1명이 각각 집으로 찾아왔다. 첫 번째 날 정보과 형사들과는 두 시간, 둘째 날 수사과 형사와는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과정은 이렇다.

채증사진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고?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지난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사거리 일대에서 일어난 집회에서 경찰이 집회참가자들을 채증하고 있다.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지난 11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사거리 일대에서 일어난 집회에서 경찰이 집회참가자들을 채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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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3일 단양경찰서 정보과 정아무개 형사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와 관련하여 할 얘기가 있으니 방문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쓴 <오마이뉴스> 기사 "백남기 선생 쾌유 농성장에 백만원 들고 갔습니다"를 보았으나, 지방경찰청으로부터 채증사진이 내려왔으니 직접 만나서 확인을 해야겠다고 했다. 

앞서 내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는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 괴로운 마음에 백만 원을 들고 백남기 선생의 쾌유를 기원하는 서울대병원 앞 농성장을 찾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절이 수상한 데다 농민단체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니, 어차피 한 번은 경찰과 마주쳐야 하기에 방문을 허락했다.

내가 사는 단양은 시골이라 한 다리만 걸치면 대부분 아는 사이다. 이날 나를 찾아온 정아무개 형사와 또 다른 형사 역시 단양이 고향인 토박이들이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이고, 상부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온 처지를 이해하기에 웃는 낯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집요하게 집회 참석 여부를 물었다. 그러면서 채증사진이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수사과의 소환을 받는다며 은근히 나를 협박했다. 내가 집회 참석을 못해 부끄러움에 쓴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었다는 자들이 이런 소리를 했다. 난 대답을 거부하고 <오마이뉴스> 기사를 잘 읽어보면 알 것이라고만 했다.

지난 11월 18일 백남기 선생 쾌유 기원 농성장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이다.
▲ 도로 맞은편에서 바라본 농성장 전경 지난 11월 18일 백남기 선생 쾌유 기원 농성장을 찾았을 때 찍은 사진이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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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했다. 집회에 참석하고도 그런 글을 썼다면 난 세상 사람들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가? 경찰이 찾아와 집회 참석 여부를 집요하게 묻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고 씁쓸했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니. 그들을 웃는 낯으로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11월 26일, 이번에는 지난번 정보과 형사의 말대로 단양경찰서 지능수사팀 정아무개 형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방문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나는 또 허락해 주었다. 이 사람과도 한 시간 동안 '탐색전'을 벌였다. 그는 수사과 형사답게 나와의 대화 사이사이 집요하게 민중총궐기대회 참석 여부를 물었다.

그 후 <오마이뉴스>에 대전시 정의당 당원이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출석요구서를 받았다는 기사를 봤다. (관련기사: 시위 참여 안 했는데 출석요구... "무모한 충성경쟁") 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측에 내가 겪은 피해사례를 알리며 대응방안을 문의했다. 이후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1.14 국가폭력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피해사례를 수집하여 지난 3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공식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조사단을 발족했다. 나에게도 기자회견 참석 요청이 왔지만, 마늘밭 피복작업 하느라 가지 못했다.

뱀다리① 이날의 씁쓸한 경험은 일제순사보가 독립운동가를 사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불러왔다. 일전에 의식 있는 농산물품질관리원 간부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게 기억난다.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이 애국자이자 독립군이유." 아니다. 농업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농민 모두는 독립군이다. 정보과 형사가 돌아가면서 한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어디 가서 사찰 당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 사찰 아닙니다. 히히."

뱀다리② 다른 피해자들과 달리 나는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았다. 대신 수사과 형사가 직접 찾아왔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사진, 아무리 봐도 유문철씨가 아닌데. 안 간 거로 믿겠습니다."

시민이 집회에 참석하는 게 문제가 되나? 그리고 수사 형사가 봐도 아니라는 채증사진으로 조사하는 데 뺏긴 시간과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건가? 이 일의 책임자를 알아내서 시민기자의 정신으로 진돗개처럼 물고 늘어지리라! 으르렁!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 피해사례를 제보 후 현재 단양경찰서장을 만나 경위 파악을 하여 후속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태그:#민중총궐기대회, #경찰 수사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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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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