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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최대축제인 물축제가 금년 전국적인 가뭄으로 취소됐다.
▲ 지난해 2014년 열린 캄보디아 물축제 용선경기 장면 캄보디아 최대축제인 물축제가 금년 전국적인 가뭄으로 취소됐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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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최대 전통축제로 손꼽히는 물축제가 금년에도 취소됐다.

캄보디아 정부가 금년 11월 24~26일(현지시각) 동안 3일간 열 예정이었던 물축제를 전격 취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달 31일 훈센 총리가 직접 관련 문서에 최종 서명을 한 사실이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불과 10여 일 전 가뭄에 따른 영향에도 불구하고 금년에 물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언론에 밝힌 총리가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번복한 것이다.

크메르어로 '본 옴똑'이라고 불리는 물축제는 매년 음력 10월 보름달이 차오르는 때를 기점으로 메콩강에서 톤레삽강으로 흐르던 물이 역류해 바다로 되돌아가는 시기를 전후해 수백년째 열린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전통축제다.

캄보디아 물축제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지난 12세기 앙코르제국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자야바르만 7세가 이끄는 해군이 톤레삽강과 메콩강에서 베트남 남부 참파족과의 해상 전투에서 승리,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11월에 연다는 설이 있다. 또, 16세기 무렵 크메르 왕이 메콩강 지류인 바삭강 지역 세력과 연합해 이웃 적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긴, 일종의 우호친선을 위한 경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전한다. 그 외에도 전투나 전쟁과 무관하게, 캄보디아인들의 삶에서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과 땅의 정령에게 감사하고 쌀농사를 짓기 위해 풍부한 물을 달라는 소망을 전하고자 하는, 종교적인 의미에 뿌리를 둔 축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일부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물축제 기간에는 많은 현지인들이 촛불을 단 종이배를 만들어 강물에 띄우고 소망을 빌기도 한다.

뭄 때문에 물축제 취소... 자영업자들 울상

물축제 축하공연이 열린 수도 프놈펜 다이아몬드섬 다리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며 무려 시민 354명이 압사하는 바람에 그 이듬해 물축제가 최소됐다.
▲ 지난 2010년 물축제 당시 참혹했던 압사사고 현장의 모습. 물축제 축하공연이 열린 수도 프놈펜 다이아몬드섬 다리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며 무려 시민 354명이 압사하는 바람에 그 이듬해 물축제가 최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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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물축제 압사사고 다음 날 소식이 두절된 가족이나 지인이 사망자 명단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입구 게시판 앞으로 몰려 든 캄보디아 현지인들.
 2010년 물축제 압사사고 다음 날 소식이 두절된 가족이나 지인이 사망자 명단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입구 게시판 앞으로 몰려 든 캄보디아 현지인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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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물축제는 설날에 해당되는 '쫄 츠남'과 조상에 제를 올리는 '쁘 춤번'(추석)과 더불어 캄보디아 3대 명절로 손꼽힌다. 지난 1970년대 '킬링필드'를 비롯, 내전을 겪던 시절을 제외하고 물축제가 취소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금세기 들어서는 지난 5년간 무려 4차례나 물축제가 취소됐다.

지난 2010년에는 프놈펜 다이아몬드섬 다리 집단 압사사고로 무려 354명이 사망하자, 이듬해인 2011년 전격 취소됐다. 2012년은 노로돔 시하누크 전 국왕의 급작스런 서거로, 2013년에는 그해 7월 열린 총선부정선거 시비 여파로 군중들이 시위집회로 변모될 가능성을 우려한 훈센 정부가 전 국왕 애도기간임을 내세워 열지 못하게 했다.

드디어 4년만인 지난 2014년, 정부의 허가로 다시 왕궁 앞 톤레삽강과 메콩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하모니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물축제가 열렸다. 30미터짜리 용선 경주가 펼쳐지는 물축제를 보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수만 무려 백만 명에 육박할 만큼 대성황을 이룬 바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물축제를 취소한 이유로 올해 전국을 강타한 가뭄을 꼽았다. 4월부터 10월까지 우기에 비가 너무 적게 와 강 수위가 낮아지는 바람에,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용선경주를 치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제 건기에 접어든 만큼 논농사에 댈 물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이 합세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대신 전국 지방지자체나 지역조직위원회 주관의 소규모 물축제는 허용할 방침이고 3일간의 공식 휴일 역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물축제 취소 소식을 접한 캄보디아 국민들은 정부의 취소사유에 대해 나름 수긍하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물축제 기간 특수를 기대한 여행사, 식당 등 상인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메콩강변에서 퓨전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유럽 출신 사장 피에르 실락(53)씨는 "작년 물축제 때 하루 매상이 30~40% 정도 올랐는데, 기다리던 축제가 취소되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 식당 종업원 깐냐(22)씨 역시 "작년 물축제 때는 손님이 많아 추가 근무수당과 보너스도 따로 받았는데, 이번에는 받지 못할 것 같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왕궁앞 메콩강과 톤레삽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열리는 캄보디아 물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길이 30미터 용선 경주다. 지난 해에는 지역예선을 통과한 240여개 팀이 출전,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였다.
 왕궁앞 메콩강과 톤레삽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열리는 캄보디아 물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길이 30미터 용선 경주다. 지난 해에는 지역예선을 통과한 240여개 팀이 출전,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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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캄보디아, #물축제, #WATER FESTIVAL, #본 옴똑, #캄보디아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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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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