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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8 울산 중구 기초의원 재선거(중구 나선거구·병영 1·2동)에서 무소속 천병태 후보가 새누리당 이재철 후보에 승리하자 김종훈·윤종오 전 구청장 등과 함게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10·28 울산 중구 기초의원 재선거(중구 나선거구·병영 1·2동)에서 무소속 천병태 후보가 새누리당 이재철 후보에 승리하자 김종훈·윤종오 전 구청장 등과 함게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 박석철

10·28 울산 중구 기초의원 재선거(중구 나선거구·병영 1·2동)에서 무소속 후보가 거대 새누리당의 수적 우세에 맞서 승리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무소속 천병태 후보는 전체 선거인수 3만8328명 중 9994명이 투표(투표율 26.1%)한 가운데 56.76%인 5645표를 얻어 4300표(43.23%)를 얻은 새누리당 이재철 후보를 13.5% 차이로 크게 앞서 승리했다.

비록 천병태 의원이 이 지역에서 두 번이나 시의원에 당선된 전력이 있지만, 이번 선거를 내년 총선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전력투구한 새누리당 후보에게 큰 표차로 이기면서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새누리당 수적 공세 펼치고도 패배, 내년 총선 앞두고 불안 분위기

새누리당 이재철 후보는 울산 6개 전 지역구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을 비롯한 5개 구·군 지자체장 및 대다수 지방의원들로부터 공개적 또는 묵시적 지원을 받으며 승리를 장담해 왔다.

특히 천병태 후보가 지난해 초까지 30여 명에 달하는 전 통합진보당 울산공직자협의회 대표를 지내는 등 진보당의 주요 인사였던 점을 들어 새누리당이 '국가 부정 세력'으로 단정 짓고 이념공세를 펼치면서 "보수성향이 강한 이 지역에서 먹혀드는 거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왔었다.

더군다나 천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가 되는 과정도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이미 정의당 후보가 출마한 상태에서 뒤늦게 단일후보가 되면서 야권 내에서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던 것.

하지만 천병태 후보는 초지일관 주민들에게 "노동개악과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새누리당에 맞설 야권단일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왔고, 결국 예상을 뒤엎는 큰 표차로 구의원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천병태 당선자가 직전 시의원을 지낸 터라 구의원으로 하향 도전한 데 따른 부정적 이미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극복하고 당선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천 당선자의 이번 승리는 3만8천여 명의 유권자 중 1만여 명만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새누리당 심판론'이 먹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초당적으로 전력투구했고, 이 지역이 4선의 친박 핵심 정갑윤 국회부의장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야권에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선거가 치르진 울산 중구 병영 1·2동은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등 노동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곳이라 이번 승리는 노동자의 표가 집결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천 후보 지지를 천명하고 나서면서 이 지역 노동자들의 표를 결집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새누리당은 비상이 걸렸다. 6명의 새누리당 전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이재철 후보에 대한 지원을 했지만 결국 큰 표차로 패하면서 내년 총선을 불과 5개월가량 앞두고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

반대로 같은 전 진보당 소속으로 당이 해체된 후 진보정치조직인 '민주와 노동'을 결성해 내년 총선을 바라보는 김종훈·윤종오 전 구청장과 김진석 전 시당위원장 등은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 심정으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천병태 후보의 당선으로 울산 중구의회는 11명의 중구의원 중 새정치민주연합 하경숙·신성봉 의원, 무소속 이효상 의원과 함께 야권이 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한편 천병태 당선자는 29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승리는 야권 단일화와 노동자의 결집에 따른 것"이라며 "새누리당으로 기울어진 지역 정치권의 균형을 바라는 유권자가 야권에 힘을 실어준 투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여야가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야권이 단결해야 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공약한 병영성 역사문화공원 조성 등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울산시당도 29일 논평을 내고 "야권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야권의 단합된 힘이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이는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중구 재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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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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