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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행적을 한 조두남(1912∼1984․음악)과 '친독재' 이은상(1903~1982․문학) 때문에 경남 창원이 시끄럽다.

창원시와 '재경마산향인'이 오는 31일 '시민대동제'를 열어 조두남·이은상 등을 기리는 행사를 열기로 하자, 3·15정신계승시민연대와 부마항쟁기념사업회 등 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1940년 만주에서 친일시인 윤해영과 함께 활동하며 다수의 친일 노래를 만들었던 조두남은 2008년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

이원수는 조선금융연합조직회 기관지인 <반도의 빛>에 1942~1943년 사이 "… 우리도 자라서 어서 자라서 굳센 일본병정 되겠습니다"는 내용의 "지원병을 보내며" 등을 남겼고, 그는 2008년에 나온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2013년 11월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전국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2013년 11월 14일 오전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의 '가고파 시비' 옆에 "시인의 친독재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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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출신인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인 3·15의거와 4·11마산사건(1960년, 김주열열사 시신인양 날짜)을 폄훼했고, 그는 당시 <조선일보> 등의 인터뷰를 통해 3·15의거에 대해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고 발언했다.

옛 마산시(현 창원시)는 2000년대 들어 조두남·이은상 기념사업을 계획했다. 그런데 친일·친독재 전력이 들통 나면서 반대에 부딪혔다. 옛 마산시와 마산시의회는 2005년 '이은상(노산)문학관'을 '마산문학관'으로, '조두남음악관'을 '마산음악관'으로 바꾸었다.

창원시-재경마산향우회 "시민화합의 장"

그런데 다시 조두남·이은상을 기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창원시(시장 안상수)와 '재경마산향우회'(회장 윤대식)는 오는 31일 오후 마산항 제1부두에서 시민대동제를 연다.

26일 창원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10여 년 전 이은상, 조두남 선생을 기념하는 문화시설 건립문제로 지역사회가 찬·반 양측으로 갈린 이래 처음 가지는 '시민화합의 장'이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이었음에도 과거 행적 논란으로 전면에서 밀려나 있던 이은상, 조두남, 이원수 선생에 대한 문화적 차원의 재평가는 여러 곳에서 요구되어 왔다"고 밝혔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이은상의 '가고파', 조두남의 '선구자', 이원수의 '고향의 봄'은 전 국민들뿐만 아니라 재외동포들도 애창하는 국민가곡들이다. 이제는 작가의 이념을 떠나서 문화적 측면에서 포용할 때가 됐다"며 "시민대동제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전 부서가 뒷바라지를 해주기 바란다"는 주문을 관련 부서에 내렸다고 창원시는 전했다.

재경마산향우회는 호소문을 통해 "노산문학관, 조두남음악관을 둘러싼 이념적 시각적 차이로 인한 장장 6여년 동안의 긴 싸움은 노산과 조두남의 이름을 사라지게 하였고, 이 싸움이 남겨 놓은 것은 불신, 갈등, 반목이요, 시민들의 불열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6여년의 치열한 이념논쟁이 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마산의 역사와 정신에 입각해서 보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인 것"이라며 "우리는 치열한 논쟁과 정신에 대해 그저 어물정 넘어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념대립의 아픈 상처를 넘어 융합과 상생, 화해와 평화의 새로운 마산정신을 창조하자는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재경마산향우회는 "우리 모두 고향사랑. 가고파 사랑. 내 고향 남쪽바다를 그리는 그 마음으로 마산 땅에 화해와 평화의 꽃을 피우고, 다시 '가고파'와 '고향의봄', '선구자'를 부릅시다"며 "선배님들이 가꾸어 온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리고 후손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유산을 남기도록 하자"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식전공연, 개회식, 화합의 마당 순으로 진행되는데, 참가자들은 '가고파'(이은상 작사), '선구자'(조두남 작곡), '고향의 봄'(이원수 작사)을 함께 부른다.

"이념논쟁이었다면 시의회가 손을 들어 주었을 리 없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는 발끈하고 나섰다. 3·15정신계승시민연대, 부마항쟁기념사업회, 경남민주국민행동,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6월항쟁정신계승사업회, 친일청산시민행동연대는 26일 공동 입장을 밝혔다.

조두남·이은상 기념사업에 대해,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6년이란 긴 시간동안 공개토론 등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후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시민들의 대의 기구인 마산시의회에서 결정 난 일"이라 밝혔다.

이어 "그들이 오래전 고향을 떠났던 출향인들이라 그동안 고향에서 일어난 일들을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이해해 주고 싶지만 심각한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고맙고 나름대로의 생각은 존중하고 싶지만 몇 가지 큰 오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두남에 대해, 이들은 "<선구자>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조두남이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한 노래로 판정이 났기 때문이다. 조두남은 작사자인 친일파 윤해영을 독립운동가로 미화하여 감동적인 인물로 신비화 시켰고, 제목도 가사 일부도 고쳤고 곡은 박태준의 <님과 함께>를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고향이 아니라 방송에서조차 듣기 힘들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 설명했다.

이은상에 대해, 이들은 "<가고파>는 출향인들의 정서에는 딱 맞는 노래이다. 그러나 고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애틋하게 부를 이유는 별로 없다. 심지어 고향을 <떠나가고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옛 마산에는 이은상의 <가고파>시비가 모두 8개나 있다. 그 모든 곳은 시민들의 눈에 아주 잘 띄는 명당이다. 마산국화축제 이름도 <가고파국화축제>이다. 이만하면 고향사람들이 가고파와 이은상을 잘 대접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원수의 <고향의 봄>도 그렇다. 시에서 운영하는 <고향의 봄 도서관>도 있고 시에서 지원하는 이원수문학관도 있고, 고향의 봄 기념사업회도 있다. 해마다 이런 곳에서 축제를 열어 시민들의 입에서 자주 불리고 자주 듣는 노래이다"며 "고향인 마산에서조차 사라져 가고 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우리 역시 즐겨 부르지는 않지만 남이 부르는 걸 막거나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념 논쟁' 주장에 대해, 이들은 "만일 기념관 논쟁이 이념논쟁이었다면 시의회가 우리에게 손을 들어 주었을리 없었다"며 "그런데 재경향우회의 짧은 호소문에 이념이란 단어를 무려 4번이나 사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 시작된 역사교과서 문제를 두고 이념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우리가 주최 측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인회는 화려한 수사를 구사하여 사람들 헷갈리게 하지 말고 고향사람들 기질답게 좀 화끈하게 이야기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제는 출향인들까지 끼어들어 9년 전에 끝난 일을 새삼스럽게 들추어 고향사람들을 대립, 갈등, 반목으로 분열시키고 있다는 원성을 사게 될 것"이라 밝혔다.


#조두남#이은상#이원수#창원시#부마항쟁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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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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