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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과 24일 밤 사이 창원지역 시내버스 정류소에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알리는 호소문 형식의 대자보가 20여개 붙어 있었다.
 23일과 24일 밤 사이 창원지역 시내버스 정류소에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알리는 호소문 형식의 대자보가 20여개 붙어 있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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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세상을 바꾸자."

오는 11월 14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중총궐기' 집회가 벌어지는 가운데, 경남 창원지역에서 '함께하자'는 호소문이 대자보 형식으로 거리에 붙어 관심을 끈다.

24일 창원지역 시내버스 승강장에 '민중총궐기'를 알리는 대자보가 20여 곳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지난 23일 밤 사이에 누군가 붙인 것으로 보인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대자보를 읽기도 한다. 대자보 내용은 주로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담고 있다.

대자보에 적힌 하나의 글은 다음과 같다.

"우리 현실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도 될 만큼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정규직 근로자들의 월급을 깎고, 자르고 싶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르고 있는데 합법적으로 자를 수 있게 해주고, 나에게 불이익이 오더라도 나와 한 마디 이야기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까? 파이를 키워서 나누자는 주장을 아직도 믿으십니까? 지금의 파이가 작을까요?

얼마나 아파야 얼마나 흔들려야 어른이 될까요? 이미 천 번은 흔들린 것 같은데요 언제까지 청년들의 입에서 포기라는 말이 나와야 합니까? 청년들은 한 번도 포기해 본 적이 없습니다. 포기당한 것입니다. 청년들의 입에서 희망이라는 말이 다시 나올 수 있게 함께 해 주십시오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또 전태일 열사와 김주익 열사를 언급한 대자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고 산화한 1970년 11월 13일, 김주익 열사가 '노동귀족'이라 불리며 일방적인 정리해고 철회 요구하며 35m 높이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3년 10월 17일.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45년 전이나, 김주익 열사가 돌아가신 지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얼마나 우리의 노동의 가치에 걸맞은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왜곡하는 천민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청년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소중하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노동하는 사람들의 환경을 노동을 할 수 없게 만드십니까?? 안정적인 일자리도 못주겠다. 돈도 많이 못주겠다. 언제든지 잘라주겠다. 보고만 계실 겁니까?

직업의 귀천이 정해져 있고, 아직도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신분제도가 존재하고, 사회불평등은 심화되고, 인간관계와 사회불신 더욱 심각지고 있습니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을 쌓으라 해서 쌓았더니, 눈높이가 높다며 높이를 낮추라고 하는 나라에서 청년들은 더 이상 오갈 데가 없어서,

이제 포기를 하다하다 나라를 포기하고 떠나고 싶은 나라가 된 이 '헬조선'을 탈출해야 합니다. 청년 여러분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에서 뜻을 모아 외쳐서 안 될 수가 있습니까?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11월 14일 광화문에서 함께 해주십시오."

그리고 대자보 내용은 인터넷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누리꾼의 글과 최규석 작가가 <송곳>에 쓴 글을 인용해 놓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아프면 청춘이 되는 나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 부리면 안되는 나라. 세상 모든 문제가 내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인 나라. '열쩡과 노오력' 두 단어로 모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글을 옮겨 적어 놓기도 했다.

또 최규석 작가가 <송곳>에 썼던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간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 고장난 신호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다. 대체 이 신호등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싸우지 않으면 경계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걸 넘을 수도 없다. … 좋은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함께 세상을 바꾸자"라는 글도 누군가 종이에 적어 놓았다.


태그:#민중총궐기,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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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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