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맑은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울러 퍼졌다. 장내에 모인 사람들이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18일 오후 1시 강경젓갈축제장(논산시 강경읍) 주 무대 앞.
[장면1] 사비 털어 동요제를 시작하다
제4회 강경포구 전국어린이 동요제'가 시작됐다. 논산시 주최, 논산포커스 주관행사다. 박정희 대전 MBC 라디오 MC(진행자)가 서준석 논산포커스(인터넷 신문) 대표에게 물었다.
"4년 전 사비를 털어 첫 동요제를 시작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어린이들이 대중가요나 성인가요만 부르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어요. 아이들의 감수성을 풍성하게 하고 창의력 발달에 동요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서 대표는 동요 보급을 위해 전국동요제를 구상했다. 하지만 망설였다. 와중에 가장 먼저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제지하고 나섰다.
"아빠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예요. 요즘 애들은 동요 안 불러요."서 대표는 아들의 말에 오히려 동요제 개최를 마음먹었다.
"아들의 말을 듣고 성공할 때까지 끝까지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지난 2012년, 강경 젓갈 축제장에서 첫 전국동요제를 선보였다. 서 대표가 사비를 털어 행사비를 마련했다.
[장면2] "너무 잘 불러서 당황하셨나요?"
이날 예선을 통과한 11개 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전국 동요제에 걸맞게 인천, 경기, 대전, 전주, 전남, 충남 등 전국 각지 학생들의 참여했다. 중창단을 포함 30여 명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이었다. 변성기 이전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청량했다. 한 명 한 명 경연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맑은 선율을 선보일 때마다 수백 명의 청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응원전도 뜨거웠다.
"너무 잘 불러서 당황하셨나요?" "오늘의 주인공!" "천상의 목소리 소유자" 등 손글씨를 흔들며 응원을 펼쳤다. 아이들의 해맑고 감성을 곁들인 목소리에 깜찍한 율동까지 더해졌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너도나도 동요제 무대로 쏠렸다.
[장면3] 남녀노소, 동요로 소통하다
축하공연에 나선 어른들의 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전북지역 7개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1교시 음악'이 무대에 섰다. '동요를 부르는 교사모임'이다. 이들은 '네 잎 클로버'와 '몽글알밤'이란 노래를 선보였다. 어린이 못지않게 깜찍했다. 이들은 "어른들도 동요를 좋아하고 부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흰머리가 지긋한 12명의 장년과 할아버지, 할머니도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통기타를 치며 '동요메들리'를 선보였다. '오빠 생각' 등 추억의 동요들이 끝없이 흘려 나왔다.
객석에 있던 중장년들이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흥얼거렸다. 지난해 대상수상자인 탁은서(군산아리울초 6학년)양도 특별공연을 펼쳤다. 남녀노소가 동요를 부르며 그렇게 소통했다.
[장면 4] 심사위원장 "굳건히 뿌리 내려 매우 기쁘다"
경연이 끝나자 심사위원들의 고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날 심사는 장동욱 목원대 음악교육과 교수(대전시립합창단 전임지휘자), 이석렬 서울대 음악대학 박사과정(예술의 전당 예술대상 심사위원, 음악평론가), 임향 (논산계룡교육지원청 수석 장학사) 위원이 맡았다.
장 심사위원장은 "회를 거듭할수록 굉장히 발전했다"며 "모두 기량이 매우 뛰어나 심사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장관상인 대상은 이세영 학생(계룡 금암초 3, 곡명 외가집 가는 길)이 차지했다. 금상에는 김지우 외 7명 학생들(금암, 엄사, 용남, 계룡초)과 박소현(전남 무안 남악초 5년) 학생이, 동상은 박신원(경기 성남초 5년) 학생에게 각각 돌아갔다. 또 지도교사상은 윤영신 금암초 교사가 받았다.
전국동요제는 매년 교육부장관상, 충남도교육감상, 충남도지사상, 논산시의회의장상, 논산시 교육장 상, 지도교사상(충남도교육감상) 등이 시상된다.
장 심사위원장은 "대중가요로 더욱 힘들어진 때에 전국동요제가 동요보급에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은 소도시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려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