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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인근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는 물속에 이끼벌레가 수초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인근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는 물속에 이끼벌레가 수초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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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끼벌레다."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여름 장마 직후 한동안 금강 본류에서 사라졌던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었다. 공주보 수문이 열리면서 1.5m 수심 층에서 살고 있던 이끼벌레가 물 밖으로 드러났다.

40년 만에 가뭄이라고 난리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에는 6억2600톤의 물이 넘치고 있다. 정부는 충남 서해안 지역의 가뭄 해소를 위한 목적으로 백제보 하류에서 보령댐 상류까지 21km 용수관을 연결하여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11도에서 한낮 22도까지 치솟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지난해 같으면 벌써 사라져야 할 녹조가 여전히 극성이다. 녹조와 부유물이 뒤섞인 금강은 여전히 물고기가 죽어가면서 악취를 풍긴다.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썩어가는 강물을 서남해안지역 시·군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보령댐 물과 함께 섞어 식수로 사용해도 괜찮을지.

시민환경연구소가 환경운동연합 지역조직과 연대하여 4대강의 수질조사를 시작했다. 16일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과 수질 분석에 필요한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금강을 찾았다.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감돌면서 강변에도 단풍이 물들어 간다. 억새와 갈대가 가을 햇살에 눈부시다.

1.5m 수심 층에 이끼벌레 주렁주렁

공주보의 수문이 열리고 1m가량 물이 빠지면서 1.5m 수심 층에서 자라던 이끼벌레가 물 박으로 드러났다.
 공주보의 수문이 열리고 1m가량 물이 빠지면서 1.5m 수심 층에서 자라던 이끼벌레가 물 박으로 드러났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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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찾아간 백제보 전망대 아래에서는 늦가을까지 녹조가 번성하는 곳이다. 수자원공사(아래 수공)는 녹조 제거를 위한 목적으로 물 배추와 부레옥잠, 보릿짚을 강물에 띄어 놓았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자라는 물 배추와 부레옥잠이 본류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수공에서 고용한 부유물수거 업체에서는 부유물과 함께 걷어내고 있었다.

백제보 좌안 하류 700m 지점 선착장에도 녹조가 가장자리를 뒤덮고 있었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물 배추까지 강변은 온통 푸른빛이다. 주변 풀밭과 자갈, 모래에도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보 하류임에도 악취가 심각할 정도로 풍기고 있다. 건너편 상류도 마찬가지로 녹조가 보인다. 

공주보 콘크리트 고정보에 수문이 열렸다. 녹색 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면서 하얀 물거품을 만들어 냈다. 시료 채취를 위해 상류 2km 지점 백제큰다리에서는 두 명의 낚시꾼이 녹색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멋쩍었는지 한 낚시꾼이 웃으며 다가온다.

"고기가 다 어디로 갔는지 한 마리도 안 나와요."

1m 이상 물이 빠지면서 교각보호공이 물 밖으로 드러났다. 물 밖으로 드러난 석축 바닥에 손톱만한 이끼벌레가 수백 마리 보인다. 주변을 탐색하던 중 주먹 크기부터 애호박 크기의 이끼벌레가 지천이다. 탁한 물빛에 1.5m 수심 층에서 붙어서 자라던 이끼벌레가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것.

살아있는 갈대 뿌리에도 자갈과 바위에도 죽은 나뭇가지에도 덕지덕지 자라고 있다. 내장이 터져 나온 팔뚝만한 물고기에는 날파리가 잔뜩 달라붙어 있다. 주변 수풀 속에서는 늙은 호박처럼 커다란 이끼벌레까지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6월 <오마이뉴스> 금강 탐사에서 3m가 넘은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된 공주보 상류 1.5km 지점 쌍신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물 빠진 마름밭에서는 고구마 줄기에 매달린 것처럼 주렁주렁 이끼벌레가 볼 수 있었다. 수몰나무 뿌리에도 상당량의 이끼벌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금강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이끼벌레는 지난 장맛비에 떠내려갔다. 또 언론 보도에 시달리던 수공이 거둬가면서 물 밖에서는 볼 수 없었을 뿐 여전히 깊은 수심 층에서는 서식하고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사라져야 할 녹조가 백제보 하류 700m 지점 선착장에는 여전히 극성이다. 이경호 국장이 수질분석을 위해 강물을 뜨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사라져야 할 녹조가 백제보 하류 700m 지점 선착장에는 여전히 극성이다. 이경호 국장이 수질분석을 위해 강물을 뜨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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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정책국장은 "수질을 살리겠다고 4대강을 밀어붙였던 정부는 여전히 좋아질 것이라며 기다려 달라고 한다. 만병통치약처럼 가뭄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젠 40년 만에 가문 때문에 썩은 강물을 퍼다가 충남 도민의 식수로 사용하겠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은 늘 안개만 자욱하다. 안개가 걷히면 녹조와 죽은 물고기만 눈에 들어온다. 물 속엔 이끼벌레 천지다. 수질오염으로 썩은 하수도에서나 보이던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까지 득실대는 강물, 이렇게 썩고 악취가 풍기는 강물을 국민의 식수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다"라고 지적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4대강 사업, #이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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