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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수행하던 3명의 종무원이 입원하거나 다쳤다는 이유로 진단서를 발급받는 일이 생겼다. 지난 23~24일 단 이틀 동안의 일이다. 게다가 가해자를 모두 기자들로 지목, 경찰에 두 건의 고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자승 스님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종무원 A와 B씨는 23일 서울 앰버서더호텔에서 열린 제17차 불교포럼에서 다쳤다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종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대불교조각대전' 개막식에서는 종무원 C씨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졌다. 119와 112에 차례로 신고한 이 종무원은 병원에 입원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생 인턴기자는 파출소를 거쳐 경찰서로 넘겨져 조사를 받았다. A, B, C씨 3명 모두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취재를 위해 접근하는 기자를 막다가 그랬다.

"다쳤다" "당했다" "나도 다쳤다"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 취재진은 23일 오전 7시 행사 시작에 앞서 자승 스님을 기다렸다. 스님에게 질문하려 했지만 저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동영상 카메라를 든 여기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종무원은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회전문에 갇힌 사람들을 빠져나가게 하려고 여기자를 뒤에서 당겼을 뿐이며 오히려 카메라 등에 부딪혀 자신이 다쳤다며 진단서를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려 다시 자승 스님에게 질문하려고 했다. 취재진이 다가가려 하자 또다시 호법부 상임감찰, 종무원 등이 취재진을 막았다. 취재진은 회전문 안에 갇혔다. 취재진과 종무원 간에 실랑이가 있는 동안 자승 스님은 현장을 떠났다.

이때 취재진을 회전문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저지하던 또 다른 종무원이 다리와 허리를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 종무원은 이어진 100인대중공사를 하던 도중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가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다음날인 24일 오전 종로경찰서에 <뉴스타파> 기자를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23일 자승 스님은 예정했던 일정을 변경했다. 불교포럼 행사 후 공주 전통문화연수원에서 예정된 사부대중 100인대중공사 제7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불참했다.

종무원은 병원가고, 기자는 경찰서 가고

자승 스님은 24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개막식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뉴스타파> 취재진은 전날과 달리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자승 스님은 답변하지 않고 호법부 등의 호위를 받으며 1층으로 이동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현장을 떠난 뒤 사건이 터졌다. 허우진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가 자승 스님에게 동국대 사태 관련 질문을 하려고 했다. 평소 자승 스님을 만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 이후 총학생회 명의의 문건을 수차례 총무원장 자승 스님 앞으로 전달했다. 지난 9일 서울 조계사에서 '대비원력의 발심과 실천을 위한 조계종 승가청규' 고불식 때도 학생들은 자승 스님에게 동국대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자승 스님은 답이 없었다.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는 지난 17일 동국대 전체 학생총회 결의 내용을 더해 질문하려고 했다. 이번에도 호법부 상임감찰이 막았다. 종무원 C씨도 나서 이 기자를 막았다.

종무원 C씨는 인턴기자를 가로막으며 "누구야"라고 반말을 한 뒤 기자증을 요구했다. 허우진 인턴기자가 명함을 건네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라며 신분을 밝히자, 이 종무원은 '기자증'을 재차 요구했다. 자승 스님을 쫓아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려는 기자 앞을 C씨가 막았다. 그러다 C씨가 쓰러졌다.

C씨는 일어나 걸어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다. 다시 걸어서 계단을 올라와 기자에게 자신을 밀어 넘어뜨렸다고 항의했다. 허우진 인턴기자는 "나는 절대 밀지 않았다, 자해 공갈 하지 말라, 여기 동영상에 다 찍혀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철수한 허 인턴기자에게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허우진 인턴기자는 박물관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까는 멀쩡히 걷던 C씨가 누워있었다, C씨는 119구급차를 불러 들려갔다"고 말했다. C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우진 인턴기자는 현행범으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지구대를 거쳐 관할서인 용산경찰서에서 진술 후 귀가했다.

 (왼쪽부터) ① <오마이뉴스> 허우진 대학생 인턴기자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질문을 하자 수행원들이 이를 저지했다. 수행원들의 저지 속에 자승 스님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② 자승 스님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후에도 상임감찰과 종무원 등은 기자를 막았다. 상임감찰과 C씨가 나란히 붙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③ 점점 멀어지는 상임감찰. C씨와 동시에 에스컬레이터에 올랐지만 C씨는 그대로 있고 상임감찰 스님만 내려가는 모습. C씨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기자를 막아서며 "밀면 알아서 하세요. 넘어지면 알아서 하시라고"라고 했다.

④ 너무나 멀어져 버린 상임감찰스님. C씨는 같이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상임감찰스님이 아래층에 도달할 때까지 기자를 못내려 가게 막고 있었다.

⑤ 쓰러진 C씨. 허우진 인턴기자에게 "넘어지면 알아서 하세요, 밀면 알아서 하시라고" 하더니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졌다. 허우진 인턴기자도 놀라 "어어어~"하더니 "자해공갈 하는 모습 다 찍었다"고 했다.
(왼쪽부터) ① <오마이뉴스> 허우진 대학생 인턴기자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질문을 하자 수행원들이 이를 저지했다. 수행원들의 저지 속에 자승 스님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② 자승 스님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후에도 상임감찰과 종무원 등은 기자를 막았다. 상임감찰과 C씨가 나란히 붙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③ 점점 멀어지는 상임감찰. C씨와 동시에 에스컬레이터에 올랐지만 C씨는 그대로 있고 상임감찰 스님만 내려가는 모습. C씨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기자를 막아서며 "밀면 알아서 하세요. 넘어지면 알아서 하시라고"라고 했다. ④ 너무나 멀어져 버린 상임감찰스님. C씨는 같이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상임감찰스님이 아래층에 도달할 때까지 기자를 못내려 가게 막고 있었다. ⑤ 쓰러진 C씨. 허우진 인턴기자에게 "넘어지면 알아서 하세요, 밀면 알아서 하시라고" 하더니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졌다. 허우진 인턴기자도 놀라 "어어어~"하더니 "자해공갈 하는 모습 다 찍었다"고 했다. ⓒ 허우진

불교포럼(대표 김동건 변호사)은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취재윤리를 위반한) <뉴스타파> 취재진이 일방적인 상해를 입히고도 적절한 조치나 사과 없이 자리를 피해 버린 것에 대해 범법행위로 규정했다"며 "교계 일부 인터넷 언론의 편향 왜곡 보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하며, 조속한 시정과 사과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동건 대표는 입장문 발표경위를 묻는 <불교닷컴>과의 통화에서 "상대방 외에는 얘기 않겠다, 어제 나는 보고만 받았다, 현장을 본 것도 아니고..."라며 "<불교닷컴> 상대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두 명의 종무원이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를 각각 고소한 상태여서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가 부른 폭력사태인지, 종무원들이 언론의 정당한 취재를 방해하고 성추행까지 한 것인지 아닌지가 경찰 조사로 가려지게 됐다.

한편 <뉴스타파> 취재진은 자승 스님에 대해 반론권을 충분히 부여했다고 판단한 데다 확보한 정·관계 인사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추석 연휴 직후 예정대로 25분 분량을 방송할 예정이다. 총무원과 불교포럼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다간 자칫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며 여기자 성추행 등에 대해서는 방송 직후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국립중앙박물관#자승 스님#자해공갈#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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